◈ 이슬 생각: 아~ 대림절, 대림절!◈
카페를 찾은 손님 중 많은 사람이 써빙을 하는 내게 조심스레 묻는 게 있다.
“혹시 목사님이세요?”
그럼 난 이렇게 대답한다.
“안타깝게도 남들이 목사라고 부르네요.”
그러면 대부분 환하게 웃으며 이렇게 말한다.
“그러실 줄 알았어요!”
여기까지는 그럭저럭 적응이 되는데, 다음 말이 약간 나를 흔들고 지나간다.
“인상이 너무 좋으세요. 누가 봐도 목사님인 줄 금방 알겠어요. 풍기는 분위기에서 편안함이 느껴져요. 잘 살아오셨다는 게 보여요...”
충격! 금방이라도 옷매무새를 고쳐 잡아야 할 것 같은 말에 적잖이 당황스러울 때가 빈번하다. 그러면 화장실 앞에 둔 거울 속에서 중년을 넘긴 노년의 사내가 씁쓸하게 웃고 있는 걸 보게 된다. 그런데 “염색만 하면 60대로 보인다”는 어느 분의 말이 생각나는 건 왜일까?^^
다음 주부터 신앙 절기로 대림절이다.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과 재림을 기다리는 시기를 뜻하는 대림절은 예수 성탄 전 4주간을 말하며, 영어로 대림절을 뜻하는 ‘Advent’는 ‘오다’라는 의미의 라틴어 ‘Adventus’에 기원을 두고 있다. 게다가 교회력(敎會曆)으론 대림절의 첫날부터 새해가 시작되니 신앙인에게 새해는 대림절의 첫날, 즉 올해는 12월 3일이 설날인 셈이다.
한 해가 끝나간다. 그만큼 늙었다는 것이니, 더욱 보여지는 얼굴에 책임을 갖고 살아야 한다는 의무 아닌 의무감으로 하루를 맞는다.
11월 24일의 아침, 모악산을 누르고 있는 하늘이 잿빛이다. 금방 눈이라도 한바탕 쏟아낼 것처럼 우울하다. 그래서 그런지 지난주 나무에 설치한 태양광 크리스마스 등이 힘겨운 듯 켜졌다 꺼지기를 밤새 반복하다가 뜨는 해에 눌려 소리 소문도 없이 잠들었다.
교인 한 명이 없어 아내와 두 아들하고만 예배를 드린다는 어느 목사님과 7~80대의 교우들과 월급 50만 원으로 5년째 살고 있다는 40대 중반의 목사가 아내와 커피를 마시며 한 말이 문득 스쳐간다. “목사님, 오래오래 교회를 지켜 주세요. 그래야 저 같은 목사들이 희망을 놓치 않고 살 수 있어요. 교회가 바로 사람이어야 한다는 걸 보여주세요...”
잿빛 하늘이 걷히고 모악산 능선이 황금빛 햇살로 채워졌다. 대림절, 대림절엔 사람이 교회라는 걸 외치고 또 외치며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