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조운문학상 신인상 수상작>
은행잎 화석 외 2편
김민하
쌍둥이자리 노란 별
하나가 내려와서
숨차게 푸르던 날
몸에 새긴 암각화
태양의
문장 새겨진
가을날 책갈피다
콩나물 이력서
유년의 노란 모자 물감을 털어내고
초록이 길을 열어 허공을 움켜쥐면
살 오른 콩나물들은 물음표를 닮았지
심지 세운 마음들은 느릿하게 지나갔어
얼룩진 이력서를 쓰다 잠든 밤이면
청춘은 빗물에 젖어 시루에서 퉁퉁 불고
책보 같은 햇살이 다녀간 고시원 창에
손을 든 콩나물처럼 서 있는 비정규직
검은색 보자기 속에서 뽑혀가는 꿈을 꾼다
매화 끗발
석양에 비단실 풀어 헤친 째보선창
매화나루*라 불리던 물목, 입 다문 채 남아 있다. 왜놈 군화에 찢겨 갯강구만 들락이던 포구, 비 와도 건정 마르는 옹골찬 언덕배기, 평상의 봄날 할머니들 패를 쥔 손등마다 주름 먼저 뒤집힌다 "매화냐 사꾸라냐", 웃음 한 번 던져놓고 "오 삼팔광땡" 밤은 더 환하게 뒤집힌다 유달산 자락을 안개처럼 돌아나가는 소리. 두 개의 나루터 물빛 한데 엉켜 시아바다 품는다 골목으로 쏟아내는 윤슬을 첫 장으로 받아내는 저녁
저무는 째보선창에 꽃등 하나 켜진다
* 목포 째보선창을 매립하기 전 매화가 많이 피는 나루라 하여 매화나루라 불렀다는 설이 있다.
-《시조시학》 2026.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