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갈수록 복잡해지는 인생 때문에
우리는 때때로 그곳이 어디인지도 모르면서 돌아가고 싶어 합니다.
그렇게 약해지고 지친 마음 전부를 도망이라고 말하는 것은 가혹한 일이겠죠.
원래대로, 처음으로 돌아가고 싶다는 것은
당장에 마주한 상황이 힘들고 불만족스럽다는 표현과 다르지 않습니다.
내가 더 나 다울 수 있고, 더 멋지게 해낼 수 있었을 세계를 상상하는 일은
가능세계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작은 위안을 주기도 하니까요.
요즘들어 부쩍 각종 미디어믹스에서 타임루프물, 전생물, 이세계물이 유행하는 데에는
그런 이유도 없지 않으리라 생각됩니다.
좋습니다. 돌아가고자 하는 그곳이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우리가 돌아가길 원하는 그곳으로 정확히 돌아갈 수 있다고 했을때
과연 우리는 우리에게 주어진 운명을 거스르고 영원히 행복해질 수 있을까요?
원한다면 우리는 이 묵클럽을 시작하지 않았을 때로 돌아갈 수도 있습니다.
'그런 이상한 모임 같은 거 해봤자 좋을 게 없잖아' 라고 생각하면서
등록금 육만원과 십수만원의 술값을 아낄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모름지기 미래란 모르면 불안하고 알면 시시해지는 것입니다.
세상에 태어난 우리는 편안한 대신 심심한 길과
불안한 대신 가슴뛰는 길 사이에서 선택을 거듭하며 살아갈 수밖에 없으며
오늘 우리는 그러한 선택들이 층층이 쌓여서 만들어진 존재입니다.
이러나저러나 내일이 올 수 밖에 없다면
태양이 다시 떠오를 수밖에 없다면
그저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또 다시 새로운 하루를
어떻게든 살아갈 용기와 희망 뿐인 것 아닐까요.
돌아가고 싶은 마음을 딛고 나아갈 수 있는 힘.
묵클럽 20기의 [Back to the basic]이 주고자 하는 건
바로 그런 것이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처음에는 별 생각 없었지만요. (웃음)
금요묵클럽 20기의 마지막 공지입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 (하라 케이이치, 일본)
:: Comment ::
우리나라에도 짱구를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지만
짱구의 극장판 애니메이션이 총 30편을 넘었다는 사실을 아는 사람은 많지 않을 텐데요(저도 방금 알았음).
그 수많은 극장판 가운데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까지
세대불문 '최고의 짱구 극장판' 으로 꼽히는 작품이 바로
이 9기 극장판 '어른제국의 역습オトナ帝国の逆襲' 입니다.
어떤 짱구 극장판이 최고냐? 라는 질문에 순위를 매길 때
2위는 논쟁이 있을지 몰라도 1위는 그냥 이 작품으로 정해져 있을 정도인데요.
짱구라는 IP 특성상 어느정도는 아동을 대상으로밖에 할 수 없어
작품의 깊이를 추구하는데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많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본의 가장 위대한 미디어 예술' 중 하나로 꼽힐만큼
엄청난 평가를 받으며 지금껏 찬사를 받고 있는 이 작품은
아이러니하게도 아이가 아닌 어른이 되었을 때
그 감동을 더 절절하게 느낄 수 있는 시리즈인데요.
긴 말은 필요없습니다.
우리 모두 짱구가 누구인지 알고, 짱구네 가족이 누구인지 알고 있으니까요.
그냥 보고 만나도록 합시다.
: 감상 TIP ::
- 러닝타임 80분. 아동용 애니메이션이라는 특수성을 감안해야겠지만, 역대 묵클럽에서 다뤘던 영화 중에서 가장 짧은 분량의 영화인데요... 이걸 안 보고 오는 사람은 그냥 입구에서 못 들어오게 막아버릴 작정입니다. 정말로요.
- 남녀노소 모두가 알만큼 아는 짱구인만큼 부가적인 설명이 크게 필요없기는 하지만, 이 극장판을 볼 때 알아두면 좋은 것 정도는 있습니다. 이 작품이 만들어진 배경인 일본의 근현대사인데요.
- 간략하게 설명하면 이렇습니다. 2차대전 패전(1945)이후 나라가 아주 작살이 났던 일본은, 전후 미국으로부터 받은 막대한 차관과 한국전쟁(1950)으로 인한 반사이익을 통해 초고속 경제성장을 이뤄냈습니다. 그 결과 수십년만에 세계에서 한손에 꼽히는 선진국으로 복귀할 수 있었고, 그러한 성장을 상징하는 이벤트가 바로 1차 도쿄올림픽(1964)과 오사카 세계엑스포(1970)입니다. 원래 올림픽과 세계엑스포는 선진국이 '우리가 이렇게 잘나가'라고 말하거나, 개발도상국이었던 나라가 '이제 우리도 한따까리 한다'라는 걸 보여주는데 사용되곤 했는데요. 그게 일본에게는 도쿄올림픽과 오사카 엑스포였던 셈이죠.
- 후자인 1970년 오사카 엑스포는 역대 엑스포 중에서도 가장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습니다. 6개월동안 일본국내와 전세계에서 무려 6400만명이 방문했다는데, 지난 2012년 여수박람회의 총방문객이 800만명이었음을 생각해보면 실로 엄청난 규모였음을 실감할 수 있습니다. 덕분에 일본에서 오사카만박(오사카 만국박람회)하면 고도 경제 성장기의 추억을 상징하는 대표적인 사건으로 여겨지는데요.
- 한국전쟁으로 일본보다 늦게 산업화가 진행된 우리나라도 비슷한 경로를 통해 세계에 이름을 알렸습니다. 70년대부터 시작된 '한강의 기적'으로 초고속 경제성장을 거친 뒤, 서울올림픽(1988)과 대전엑스포(1993)를 통해 선진국 대열에 끼게 된 것이죠. 그래서인지 '어른제국의 역습'은 몇몇 디테일한 부분을 빼면 로컬라이징이 무척 잘 된 케이스이기도 합니다. 20년정도의 시차가 있을지언정 역사적 배경이 상당히 비슷하거든요. 넷플릭스에서 제공되고 있는 더빙판에선 오사카 엑스포가 대전 엑스포로 로컬라이징되어서 나옵니다. 태양의 탑을 꿈돌이 정도로 생각하면 더욱 이해가 쉽겠죠.
- 일본의 산업화 세대가 오사카 엑스포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듯이, 한국의 산업화 세대는 대전 엑스포에 대한 기억을 갖고 있습니다. 그 기억은 그들이 가장 잘나갔던 시절, 꿈과 희망으로 가득했던 시절, 한번쯤 되돌아가고 싶은 시절을 상징합니다. 태양의 탑과 꿈돌이는 바로 그 향수를 불러 일으키는 매개체이자 트리거인 셈이고요.
- 작품이 개봉한 시기가 2001년이라는 것도 염두에 두면 작품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세기말이 끝나고 2000년대로 갓 접어들었던 그 시절, 20세기에 태어나 젊은 시기를 보냈던 세대는 새로운 천년을 맞이하는 것이 그저 즐겁지만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 갈수록 빠르게 변화하는 세계,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쉽게 과거에 대한 향수로 전이됩니다. '어른제국의 역습'이 그 시대에 개봉해 많은 어른들의 심금을 울린데에는 그런 시대적 배경도 한몫했겠죠. 그런 2001년조차 지금으로선 먼 과거처럼 느껴지지만. 시간이란 그런 것입니다.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4년 8월 16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 모임 특전으로, 친구나 지인 초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 1명당 2명까지 초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데려와주세요.
:: 숙제 ::
⌜짱구는 못말려 :어른제국의 역습⌟(하라 케이이치) 감상
- 넷플릭스, 쿠팡 플레이, 웨이브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
첫댓글 짱구 극장판계의 페이커…역체논란노잼의 주범…
22기인 로봇아빠의 역습도 큰 감동을 주었더랬습니다.
반갑고 자랑스러운 우리 꿈돌이. 고맙습니다.
꿈돌이 귀엽죠. 저도 좋아합니다.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8.11 22:18
비밀글 해당 댓글은 작성자와 운영자만 볼 수 있습니다.24.08.14 15: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