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운 섬
파도는 추위를 모른다
섬보다 먼 바다 출렁대는 부표위에
주소를 잃어버린
예전의 갈매기는 지금도 앉아 있는지?
나를 바라보는 큰 바위 귀가 열리고
어부의 하루치 삶이 갯벌에 잠기네
낚싯바늘에 바둥대는 우럭의 눈빛이
얼마나 애처로운지
눈물이 고이다가
그 눈물에 다시 눈물이 젖어
아니야 이건 눈물이 아니야
몸 하나 빠지고 빠져서 내가 죽을
수심이 깊은 바다, 섬
포구에서
하림 안병석
허름한 불빛이 어둠을 잠그는 시간
비린내를 걷어낸 한 모금 물이 다디달다
심해를 건너왔을 갈치들이
가지런히 누워 푸른 눈을 굴린다
여러 날만에 들어온 배가
홀연히 빈 배로 돌아가자
아무렇지도 않게 도지는 어깨 결림이
몽돌 부딫히는 소리를 낸다
홀쭉한 뱃속에 새와 나무와
입꼬리가 치켜올라가듯 야무진 바람
한 사흘 그 섬에 눕고 싶다
안부를 물을 일 없는
그 섬에 가고 싶다
거친 파도의 한 끝을 잡고
천년 전 부터 뿌리를 감춘 바위가
육신을 위로하는 섬에서
그리움이 차지하는 틈새에 지긋이 눈을 감고
더도 말고 한 사흘 잠들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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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조 띤 벗님네들 얼굴이 곱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