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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이미 근대 이전의 장애인에 대한 내용으로, <세상에 버릴 사람은 아무도 없다>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 바 있다. 아마도 이 책은 그 후속편으로 근대 이후의 장애인에 관한 현황과 정책들에 관한 역사적 흐름을 짚어내기 위한 시도로 보인다. 이 책의 견실한 내용을 통해서 보건대, 그러한 저자의 시도는 어느 정도 성공적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는 조선시대에는 장애인들이 벼슬을 하는 등 근대 이후보다 다소 덜 차별적인 대우를 받아왔다고 전제하고 있다. 다양한 문헌 기록을 통하여 역대 왕들조차 장애를 지니고 있었으며, 때로는 장애인들이 벼슬을 하는데 불편함이 없도록 조처한 다양한 사례들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장애인 소외와 배제의 기원을 찾아서’라는 부제 역시, 장애인을 차별하고 소외하는 정책이 근대 이후 본격적으로 나타났음을 드러내고 있다. 분명 ‘장애’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출 경우 저자의 분석이 나름 수긍할 만하다고 여겨진다. 그러나 조선시대까지의 전근대 사회는 엄연히 신분제가 존재했음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기록들에 존재하는 장애인들은 당대의 지배계급인 양반들이 주류를 차지하고 있으며, 그들에게 장애는 어쩌면 신분이라는 조건으로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 조건이었을 것이다. 때문에 조선시대의 기록에서 나타나는 장애인들에 대한 배려를 근대 이후의 장애인 정책과 단선적으로 연결시켜 논하는 것은 신중할 필요가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그럼에도 일제 강점기부터 본격적으로 장애인에 대한 차별적인 정책과 사람들의 시선이 보다 노골적으로 드러난다는 것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 책에서는 그것이 단지 ‘장애’의 문제만이 아닌, 일제의 식민지 정책의 일환으로 시도되었다는 것을 다양한 사례를 통해 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를 위해 저자는 먼저 ‘근대의 장애인 정책’(1부)에 대한 개략적인 설명을 제시하고 잇다. 다양한 기록들을 통해 조선시대에는 마을이나 국가의 정책적 배려로 장애인들을 공동체의 울타리 안에서 품었지만, 일제 강점기에는 보다 노골적으로 차별적인 정책이 시행되었다는 것이다. 이는 근대 이후 사람들의 이동이 과거보다 활발해지면서, 공동체가 파괴되어가던 현실과 연관되어 있다고 이해된다.
때로는 곳곳을 배회하던 장애인들을 멸시하고, 간혹 범죄인 취급을 하던 시각도 엄연히 존재했다고 한다. 그리고 근대 이후 생겨난 교통수단인 전차로 인한 교통사고를 겪은 새로운 유형의 장애가 발생했으며, 그럼에도 그들을 위한 정책적 배려는 조금도 찾아볼 수 없었다는 것이다. 이 시기 서양 선교사들에 의해 장애인들이 치료와 교육을 받을 수 있었으며, 조선 최초의 맹아학교가 만들어지기도 했다. 근대 이후 비로소 부각되기 시작한 장애인들에 대한 시각과 차별적인 면모를 이 책에서는 모두 6개 항목에 걸쳐 상세하게 소개하고 있다.
2부는 ‘근대 장애인은 어떻게 살았을까’라는 제목으로, 장애의 유형을 ‘신체적 장애’와 ‘정신적 장애’로 나누고 그 밖의 장애 유형은 ‘기타 장애’로 구분하여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고 있다. 당시의 신문 기사와 다양한 연구논문들을 참고하여, 저자 나름의 관점에서 장애의 유형을 분류하고 그들의 구체적인 상황을 제시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그리고 마지막 3부에서는 ‘근대사에 족적을 남긴 장애 인물들’을 ‘의병.독립운동가’와 ‘교육자’ 그리고 ‘예술가’로 구분하여 구체적인 행적을 소개하였으며, ‘그리고 기억해야 할 인물들’이라는 항목으로 영화배우 김정숙 등 3인의 삶을 소개하고 있다. 이들은 장애를 가졌음에도 다양한 분야에서 자신의 역량을 발휘했던 인물들로 평가되고 있다.
21세기가 도래한 지금 이전보다는 분명히 장애인들을 위한 장애 정책이 나아졌다고 할 수 있지만, 만족할만한 수준이라고는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리고 장애인들에 대한 각종 정책은 시혜의 차원이 아닌, 당연히 누려야 할 권리라는 시각에서 접근해야만 할 것이다. 보편적인 인권의 차원에서 접근할 때, 비장애인들 또한 장애인들이 겪는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근대 이후 장애인들의 현실을 짚어보고, 당대의 불합리한 현실과 정책들을 검토하는 것은 반드시 선행되어야 할 문제이기도 한다. 그러한 반성적 검토를 통해, 보다 포괄적인 시각으로 장애인들의 현실과 장애 정책들을 개발해야만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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