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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고전소설을 하나의 키워드를 통해 읽어내고, 그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펼쳐내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고등학생들이 보는 학습 잡지에 1년 동안 연재되었던 글들을 수정하고, 각각의 작품들과 견주어 읽을 수 있는 작품들을 덧붙여 간략하게 소개하고 있다. 12개의 고전소설 작품이 다루어지고 있지만, ‘견주어 읽기’라는 항목에 소개된 작품을 포함하면 이 책에서 모두 24개의 작품을 만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제목에 ‘에세이’라는 표현을 사용할 정도로, 작품을 분석적으로 해석하기보다 감각적인 접근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각각의 작품들은 온전한 이해를 위한 분석이 아니라, 그 작품의 특징적인 면을 드러내는 키워드를 통해서 접근하고 있다. 예컨대 <허생전>은 ‘공부’, <이생규장전>은 ‘담을 넘다’ 등의 키워드로 접근하고 있는 것이다. 따라서 작품의 전반적인 성격을 파악할 수 있는 치밀한 분석에는 이르지 못했지만, 고전소설을 바라보는 하나의 시각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12개의 작품을 3작품씩 묶어 모두 4개의 장으로 설정하여 다루고 있다.
1장에서는 ‘주체적인 삶의 시작’이라는 제목으로 <허생전>과 <이생규장전> 그리고 <주몽설화/유리설화>를 함께 다루고 있다. 박지원의 <허생전>에서는 ‘공부’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조선시대 지식인들의 삶을 지배했던 공부의 의미에 대해서 살피고 있다. 끝내 아내의 비난에 세상으로 나가 장사로 큰 돈을 벌고, 허울뿐인 북벌론을 주창했던 당시의 위정자들에 대한 비판적인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김시습의 <이생규장전>은 그의 소설집인 <금오신화>에 수록된 작품 가운데 하나로, 이생과 최랑의 생사를 초월한 사랑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제목처럼 ‘담을 넘다’라는 주제에 착목하여, 이생과 최랑이 처음 만나는 장면과 그 의미 등에 대해서 천착하고 있다.
아울러 <주몽설화>와 <유리설화>는 고구려 건국 당시 주몽의 신화적 세계가 그의 아들인 유리에서 설화적인 면모로 변화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어 ‘부모를 떠나다’라는 키워드로 풀어내고 있다. 이들 작품에는 <양반전>과 <심생전> 그리고 <심청전> 등이 ‘견주어 읽기’의 대상 작품으로 선정되어, 각각의 키워드에 맞추어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있다. 비록 그 내용은 간략하게 제시되지만, 유사한 문제 의식을 지닌 작품들을 비교하여 살필 수 있다는 것이 특징으로 지적될 수 있을 것이다.
2장은 ‘인간 본성의 모습들’이란 제목으로 <운영전>과 <창선감의록> 그리고 <흥부전> 등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꿈이라는 모티프를 지닌 <운영전>은 ‘사랑과 이별’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으며, 선을 권장하고 의로움에 감화한다는 의미의 <창선감의록>은 ‘착하다’라는 키워드로 그 의미를 짚어내고 있다. 아울러 박을 통해 선과 악에 대한 보답을 받는 것으로 잘 알려진 <흥부전>은 ‘욕망’이라는 단어를 통해서 작품의 의미를 설명하고, 사람들의 욕망이라는 문제에 대해서 되돌아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 작품들에는 각각 <춘향전>과 <광문자전> 그리고 <예덕선생전>이 ‘견주어 일기’의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다.
3장에서는 ‘침묵하는 진실, 숨어있는 지혜’라는 제목으로 <토끼전>과 <정화홍련전> 그리고 <화왕계>에 대해 분석하고 있다. 이 중에서 <토끼전>은 ‘거짓말’이라는 주제로 분석되고 있으며, <정화홍련전>은 ‘복수와 처벌’이라는 문제를 부각시켜 그 의미를 따지고 있다. 설총의 <화왕계>를 통해서는 ‘노인의 지혜’가 지니는 의미를 짚어내고 있지만, 과거와 현재의 ‘노인의 지혜’라는 의미는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되었다. 이들 작품에도 각각 <옹고집전>과 <콩쥐팥쥐전> 그리고 <사씨남정기>가 ‘견주어 읽기’의 대상으로 선정되고 있다.
마지막 4장은 ‘국민으로 산다는 것’이라는 표제로 <황새결송>과 <적벽가> 그리고 <홍길동전> 등을, 각각 ‘법과 정의’와 ‘나라의 백성에 대한 보살핌’ 그리고 ‘백성을 위한 나라’라는 관점에서 조명되고 있다. 여기에도 어김없이 <서동지전>과 <최척전> 그리고 <박씨전>이 ‘견주어 읽기’의 비교 작품으로 키워드에 맞추어 간략한 내용이 다루어지고 있다. 아마도 고등학생들을 위한 잡지에 연재된 것이라는 특성으로 인해 작품에 대한 종합적인 분석이 아닌 점이 다소 아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그래도 작품의 핵심을 이해할 수 있는 제재에 대한 설명만큼은 충실하게 이뤄진다고 평가할 수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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