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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그 자체를 즐기는 편은 아니지만, 여행을 하면서 방문 지역의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일은 언제나 즐거움을 선사한다. 블로그나 인터넷에 소개된 유명 음식점을 찾아다니기보다는, 그 지역 사람들이 즐겨 찾는 식당을 미리 알아보는 것도 여행 전에 꼭 챙기는 준비 과정 중의 하나이다. 몇 번 인터넷에 소개된 식당을 찾았다가 실망한 경험이 있던 터라, 블로그에 소개된 음식점의 경우 반드시 다른 경로를 통해서 확인해 보고 방문하는 것으로 결정했다. 그래서 여행의 코스를 정하는 것은 주로 아내의 몫이지만, 여행 중 식당이나 음식의 종류를 정하는 것은 언제나 나에게 맡겨진 책임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여행과 미식을 콘텐츠로 한 잡지의 편집인으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자신이 겪은 여행과 음식에 관한 내용을 주로 서술하고 있다. 음식문화와 미식에 대한 저자의 식견을 소개하고, 그와 함께 미식 여행을 다니면서 느꼈던 여행과 음식에 대한 경험들이 주로 소개되어 있다. 이 책을 통해 음식문화에 대해서 새롭게 알게 된 내용들도 있었다. 예컨대 프랑스의 ‘레스토랑 문화’는 프랑스 혁명 당시 왕실과 귀족들의 집에서 일하던 요리사들이 일자리를 잃고, 자신들의 생계를 위해 식당을 차리면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저자가 이름난 요리사들을 만나서 확인한 것 가운데 하나는, ‘요리사들에게 가장 어려운 일은 새롭고 창의적인 음식 만들기보다 일정하게 똑같은 맛을 내는 일’이라는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나 역시 즐겨 찾는 식당의 음식 맛이 달라졌다면, 다시 찾고 싶지 않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역시 음식에 대한 모험을 즐기기보다 입맛에 맞는 음식을 선호하는 개인적 취향의 문제이기도 할 것이다.
이 책에는 여행 잡지와 음식 잡지를 발행하는 저자가 일행들과 더불어 열 차례의 미식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경험과 감상의 기록들이 곳곳에 첨가되어 있다. 아마도 저자와 함께 한 일행들은 해외여행을 하면서 각종 음식을 찾아다니며 먹는 것을 즐기던 사람이었을 것이다. 그래서 책의 단락 사이에 저자의 여행 경험들이 사진으로 소개되어 있었다. 무엇보다 저자와 일행들은 그 사진을 보면서, 자신의 여행 경험들을 쉽게 떠올렸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책에 실린 사진의 설명이 전혀 없다보니, 독자들은 오히려 독서의 흐름을 방해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고 여겨진다. 만약 이 책을 다시 찍게 된다면, 사진에 대한 설명이 덧붙여질 수 있기를 기대한다.
1년에 몇 차례에 걸쳐 해외여행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바쁘고 힘든 일상에서 잠시라도 벗어나, 어느 곳에라도 여행을 하고 싶은 욕구는 모든 사람들이 지니고 있을 것이다. 비록 여행을 떠나지는 못하더라도, 가끔 뜻이 맞는 사람들과 더불어 좋은 음식을 먹는 모임이라도 갖는다면 더없이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2010년 프랑스의 ‘미식 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록되었다. 그 내용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고 한다.
“사람들은 일생에서 중요한 순간들을 축하하기 위한 사회적 관습으로 함께 모여 먹고 마시는 데 식사에서 맛의 즐거움, 인간과 자연 산물의 조화를 강조한다. 미식의 중요한 요소로 훌륭한 요리의 선택, 질 좋은 현지 식재료, 음식과 조화되는 와인, 식탁을 아름답게 꾸미기, 음식 먹는 예절을 포함한다. 프랑스의 미식은 정해진 코스를 존중해야 하는데 ‘아페리티브(낮은 도수의 식전주)’로 시작해서 ‘디제스티브(높은 도수 코냑이나 매우 단 리큐르 종류의 식후주)’로 식사를 마치는데, 그 사이에 최소한 네 가지 코스(전체 요리, 야채를 곁들인 생선 및 육류, 치즈, 디저트)가 이어진다. 이러한 전통을 지키고 다음 세대에게 기록으로 남겨야 하며, 식사할 때는 가족과 친구들이 둥글게 앉아 함께 대화를 나누며 사회적 유대를 강화한다.”
이러한 설명을 읽다 보니, 프랑스에서 살롱문화가 발전한 이유와 그곳에서 다양한 예술가들이 활동하며 역동적인 문화가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떠올리게 되었다. 저자의 미식여행을 독자들이 쉽게 따라할 수는 없겠지만, 음식을 즐기는 사람이라면 자기만의 미식에 대한 경험과 기록을 남기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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