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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율성은 일제 강점기 조국인 조선을 떠나 중국에서 항일 투쟁을 하면서, 중국 혁명사에 빛나는 혁명가인 <연안송>을 지은 인물이다. 그는 해방 후 중국과 북한을 오가면서 혁명음악가로 높이 평가되어 왔지만, 정작 남쪽에서는 이념적인 이유로 한동안 잊혀진 인물로 치부되었다. 그의 원래 이름은 정부은이었으나, 항일투쟁을 하면서 음악적 재능을 발휘하기 시작하면서, 정율성이라고 불리게 되었다. 그가 새로 얻은 ‘율성(律成)’이라는 이름은 ‘선율(음악)으로 성공하겠다’라는 자신의 의지가 담겨 있다고 한다.
당시 중국의 연안은 일제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일종의 ‘해방구’로서 중국과 조선의 많은 항일 투사들이 집결해 있었던 곳이었다. 정율성은 자신의 음악적 재능을 활용하여, ‘루쉰예술학원’ 등에서 음악가이자 항일투사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했다고 한다. 그곳에서 평생의 반려자인 정설송 여사를 만나 결혼을 하고, 외동딸 정소제를 낳았다. 딸의 이름인 ‘소제(小提)’는 바이올린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딸이 병에 걸려 죽을 위험에 처하자 부인이 정율성이 아끼는 바이올린을 팔아 약을 사서 목숨을 구했다. 그 이후로 딸이 자신의 바이올린과 같이 소중한 존재라는 의미에서 소제라는 이름을 지어주었다고 한다.
이 책은 정율성의 일대기를 만화로 그린 것으로써, ‘정율성 이야기’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조카와 함께 고향을 떠나 부산과 일본을 거쳐 중국의 상해에 도착하는 것으로부터 내용이 시작되고 있다. 이후 갖은 고생을 하면서 항일투쟁에 매진하고, 당시 일본의 영향력이 미치지 않는 연안에서 음악가로 왕성한 활동을 하던 삶의 역정이 잘 그려져 있다. 특히 강렬한 터치가 인상적인 작가의 붓을 통해, 정율성의 선 굵은 일대기가 잘 매치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지금은 그의 존재가 남쪽에서도 잘 알려지고, 그의 딸인 정소제도 아버지의 고향인 광주를 방문하기도 했다. 지금은 광주에서 그의 음악적 성과를 기려 ‘정율성 음악제’가 개최되고 있다. 이 만화를 통해서 그의 생애를 상세히 알 수 있었다는 점에서 유익한 독서였다고 생각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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