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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란 무엇인가>라는 책을 썼던 E. H. 카아는 ‘역사는 역사가와 역사적 사실과의 대화다’라고 서술했다. 즉 역사를 기술하는 사람이 선택한 내용에 의해 역사적 평가가 이뤄진다는 의미이다. 따라서 이 말은 어떤 역사적 기록도 역사가의 ‘주관적 관점’을 피할 수 없으며, 우리는 그것을 일컬어 ‘사관(史觀)’이라고 칭하는 것이다. 우리 역사속 인물들을 삶의 행적과 의미를 따지면서, 그들을 통해 오늘날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를 설명하는 내용이다. '삶의 무기가 되는 역사 속 인물 이야기'라는 책의 부제에서도 저자의 그러한 의도를 명확히 드러내고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역사적 인물은 백제의 성왕에서부터 해방 후 초대 대법원장이었던 김병로에 이르기까지 시대와 성격이 다양하게 펼쳐져 있다. 저자는 각각의 인물을 다루면서, 모두 5개의 항목에 걸쳐 그들의 삶과 현재적 의미를 조망하고 있다. 먼저 1장의 '불확실한 시대에 역사 속 인물을 배우는 이유'라는 항목에서는, 모두 5개의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세조가 조카인 단종을 몰아내고 왕위를 찬탈한 것에 대해 상반된 행동을 했던 ‘성삼문과 신숙주’를 논하면서, 저자는 그것을 ‘선택’의 문제로 두 사람의 행적을 평가하고 있다. 분명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선택에 마주치고, 그로 인해 서로 다른 결과를 맞게 될 것이다. 저자는 이 둘의 ‘선택’이 각자의 입장에서 불가피한 것이라고 논하지만, 이미 역사는 한 사람을 충신으로 그리고 다른 이에 대해서는 ‘변절자’라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여기에서는 ‘흥선대원군’과 ‘어우동과 환향녀’라는 문제, 그리고 ‘전태일과 YH사태’와 조선 건국 과정에 참여했던 노비 출신의 ‘박자청’이라는 인물의 행적과 그 의미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내가 구원해야 할 것은 나 자신이다’라는 제목의 2장에서는, 자신의 재산을 기울여 제주도의 민중들에게 식량을 조달했던 ‘김만덕’을 비롯한 5명의 역사적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여기에서 자신의 ‘주체적 의지’를 지키며 산다는 것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3장은 '소란한 시대에 관계에 대한 고찰’이라는 제목으로, 살아가면서 우리가 맺는 인간 관계의 중요성을 논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청나라의 침략으로 시작된 병자호란에서 항복문서를 작성했던 ‘이경석’에 대해 다루고 있는데, 저자는 당시의 상황에서 누군가 그 글을 반드시 작성해야만 했고 마침 글솜씨로 유명했던 그가 선택되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우리가 역사적 인물을 평가할 때, 때로는 개인에 초점을 맞추기도 하지만 당시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는 내용이라고 여겨진다.
4장에서는 '불안한 시대에 나를 지키는 힘’이라는 제목으로, 조선 전기 음악 이론을 정립했던 ‘박연’을 비롯한 5명의 인물들을 통해, ‘나’를 지키며 살아가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가를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 마지막 6장의 '무례한 시대에 품위를 유지하는 법'에서는 조선시대 간신의 대명사로 평가되는 ‘유자광’을 비롯한 5명의 인물들이 처한 상황과 그들의 행위로 인한 역사적 결과를 논하고 있다. 유자광의 반대편에 세조의 왕위찬탈에 맞서 과거를 포기하고 방랑했던 ‘김시습’이 위치하고 있다고 하겠다. 성삼문 등 죽음으로 맞서면서 단종 복위를 꾀했던 ‘사육신’으로 지칭되는 이들과 함께, 김시습은 ‘생육신’의 한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즉 혼란한 시대에 자신의 삶에 ‘품위’를 지키고 산다는 것은 쉽지 않지만, 그들 행위가 그대로 역사의 평가 대상으로 기록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상 살펴본 개별 항목의 제목을 통해서 보더라도, 저자는 '역사 속 인물'을 통해서 '나 자신'을 성찰하고, 다른 사람들과의 '관계'를 고민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여기에 시대의 분위기에 휩쓸리면서 불안해하기보다 '나'의 정체성을 찾으면서, '품위'를 지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하고 있다. 부분적으로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 저자와는 다른 의견을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전체적인 틀에서는 설득력이 있는 논조로 공감을 얻어내고 있다고 여겨진다. 우리가 역사를 공부하고 이해하는 것은 지금의 나 자신의 삶의 방향을 정립하기 위함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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