勺詩富林 44강
5장 시의 構造 3.
內在 요소; 背景, 1) 시간
2019년 2월 27일
개구리
한하운
가갸 거겨
고교 구규
그기 가.
라랴 러려
로료 루류
르리 라.
千計萬思量 천계만사량 천 가지 계교와 만 가지 생각들 모두
紅爐一點雪 홍로일점설 뜨거운 화로에 떨어지는 한 점 눈송이
泥牛水上行 니우수상행 진흙으로 만든 소 물 위를 걸어가니
大地虛空裂 대지허공렬 대지와 허공이 찢어지고 있네.
- 서산대사 임종게
불교에서 보면, 자타가 없는 진리의 세계에는 세계와 떨어져 별도로 존재하는 개체적인 자기가 없다는 의미에서 진흙소라는 말을 많이 사용합니다.
自從泥牛鬪入海 자종니우투입해 진흙소가 싸우며 바다로 들어간 후로
直至如今不見踪 직지여금불견종 이제까지 자취도 보이지 않네.
진흙으로 만든 소가 물에 들어가면 진흙이 물에 다 풀어져 개체적인 소의 흔적이 모두 사라지고 물에 녹아 물과 하나가 되듯이 수행을 통해 참-자기를 깨닫게 되면 개체적인 자아(自我)라는 것도 전체 속으로 녹아 들어가 하나가 된다는 것입니다.
수행을 하면 개체적인 자아(自我)가 점차 없어진다는 것을 표현하는 말이며, 우리 중생들은 막연한 고정관념으로 자기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잘 살펴보면 개체적인 자아(自我)라는 것은 없다고 하는 것이 부처님의 일관적인 가르침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무아(無我)의 가르침이 그것입니다.
진흙소와 비슷한 말로는 소금으로 만든 소가 있습니다. 역시 물에 들어가서 녹아 없어지는. 또한 진흙소가 물을 지나가지 못하고 쇠로 만든 소는 용광로는 지나가지 못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개체적인 자아가 있다는 잘못된 견해를 벗어나야 비로소 참-자기를 성취할 수 있다는 의미라고 해야겠지요.
‘존재하는 모든 것에는 자아(自我)라고 할 만한 것이 없다’는 제법무아(諸法無我)의 가르침을 다시 한 번 되새겨 보게 됩니다.
경칩驚蟄
조병화
후끈한 목욕탕에 들어앉아
손등의 때를 민다
온몸에서 겨울을 밀어 낸다
어디선지
꾸, 꾸꾸, 꾸꾸꾸
대지가 열리는 소리.
※ 뱀이 개구리를 무는 소리
無端漏洩天機 무단누설천기 까닭 없이 천기를 누설하면서
滴滴聲聲可愛 적적성성가애 떨어지는 저 빗소리 다정하기만
坐臥聞似不聞 좌와문사불문 앉고 누워 무심히 듣는 소리
不與根塵作對 불여근진작대 귀를 써서 듣는 것과는 아예 다르네.
蕭蕭百草頭 소소백초두 온갖 풀잎에 소소히 내려
滴滴一般濕 적적일반습 방울마다 모두 같이 적시네
枯根甘自休 고근감자휴 그러나 마른 뿌리는 그대로 있어
非干雨不及 비간우부급 비의 恩澤이 미치지 못한다네.
- 진각국사 혜심(眞覺國師 慧諶. 1178~1234)
만술 아비의 축문(祝文)
박목월
아베요 아베요
내 눈이 티눈인 걸
아베도 알지러요.
등잔불도 없는 제사상에
축문이 당한기요.
눌러 눌러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가이소.
윤사월 보리 고개
아베도 알지러요.
간고등어 한 손이믄
아베 소원 풀어드리련만
저승길 배고플라요
소금에 밥이나마 많이 묵고 묵고 가이소.
여보게 만술(萬術) 아비
니 정성이 엄첩다.
이승 저승 다 다녀도
인정보다 귀한 것 있을락꼬.
망령(亡靈)도 응감(應感)하여, 되돌아가는 저승길에
니 정성 느껴느껴 세상에는 굵은 밤이슬이 온다.
윤사월
송화(松花) 가루 날리는
외딴 봉우리
윤사월 해 길다
꾀꼬리 울면
산지기 외딴 집
눈먼 처녀사
문설주에 귀 대고
엿듣고 있다
심야식당
박소란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궁금합니다
이 싱거운 궁금증이 오래 가슴 가장자리를 맴돌았어요
충무로 진양상가 뒤편
국수를 잘하는 집이 한 군데 있었는데
우리는 약속도 없이 자주 왁자한 문 앞에 줄을 서곤 했는데
그곳 작다란 입간판을 떠올리자니 더운 침이 도네요 아직
거기 그 자리 있는지 모르겠어요
맛은 그대로인지
모르겠어요
실은 우리가 국수를 좋아하기는 했는지
나는 고작 그런 게 궁금합니다
귀퉁이가 해진 테이블처럼 잠자코 마주한 우리
그만 어쩌다 엎질러버린 김치의 국물 같은 것
좀처럼 닦이지 않는 얼룩 같은 것 새금하니 혀끝이 아린 순간
순간의 맛
이제 더는
배고프다 말하지 않기로 해요 허기란 얼마나 촌스러운 일인지
혼자 밥 먹는 사람, 그 구부정한 등을 등지고
혼자 밥 먹는 일
형광등 거무추레한 불빛 아래
불어 선득해진 면발을 묵묵히 건져 올리며
혼자 밥 먹는 일
그래서
요즘 당신은 무얼 먹고 지내는지
옷보다 못이 많았다
박준
그해 윤달에도 새 옷 한 벌 해 입지 않았다 주말에는 파주까지 가서 이삿짐을 날랐다 한 동네 안에서 집을 옮기는 사람들의 방에는 옷보다 못이 많았다 처음 집에서는 선풍기를 고쳐주었고 두 번째 집에서는 양장으로 된 책을 한 권 훔쳤다 농을 옮기다 발을 다쳐 약국에 다녀왔다 음력 윤삼월이나 윤사월이면 셋방의 셈법이 양력인 것이 새삼 다행스러웠지만 비가 쏟고 오방(五方)이 다 캄캄해지고 신들이 떠난 봄밤이 흔들렸다 저녁에 밥을 한 주걱 더 먹은 것이 잘못이었다는 생각이 새벽이 지나도록 지지 않았다 가슴에 얹혀 있는 일들도 한둘이 아니었다
※ 누군가가 윤달이라는 말은 참 쓸쓸하고 예쁘다고 했던 말이 떠오른다. 여분의 남은 달인 윤달은 신이 인간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전하기 위한 달이기에, 이 달에는 결혼이나 이사 혹은 이장(移葬)을 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윤달은 ‘손’이 없는 달이라 무슨 일을 해도 잘된다고 믿기 때문이다. ‘손’은 ‘민간 속설에서 날수를 따라 네 방위로 돌아다니면서 사람의 활동을 방해한다고 믿는 귀신’을 말한다.
윤삼월은 춥지 않아 다행이라지만, 가슴에 얹혀있는 많은 일들과 생각으로 오래도록 잠들지 못하는 봄밤이기도 하다. 그것이 무엇이든 오래 가난하고 오래 견딘다는 건 가장 힘든 싸움일지 모른다.
봄
조오현
밤마다 비가 오는 윤사월도 지쳤는데
깨물면 피가 나는 손마디에 물쑥이 들던
울엄마 무덤가에는 진달래만 타는가.
저 산천 멍들도록 꽃은 피고 꽃은 져도
삼삼히 떠오르는 가슴속 상처(傷處)처럼
성황당 고개 너머엔 울어예는 뻐꾸기.
※ “천방지축(天方地軸) 기고만장(氣高萬丈)/ 허장성세(虛張聲勢)로 살다보니/온 몸에 털이 나고 이마에 뿔이 돋는구나/ 억!” 열반하신 조오현 스님의 열반송입니다.
바람의 내력
한분옥
윤사월 무논에 물 찬 듯 출렁대고
바람 부는 쪽으로 뒤집힐 듯 넘실대던
몸밖에 터져 나오는 소리
돌로는 다 못 누를 것
목울대 걸리기나 한 허리 베어 물거나
횃대에 옷 건 일도 모른다면 모를 일을
감기는 회오리 끝에
그믐달만 여윈다
李太白의 行路難 인생길 험난하여라 第1首
金樽淸酒斗十千,玉盤珍羞直萬錢 금준청주두십천,옥반진수직만전
금잔에 맑은 술은 한 말에 천 냥 , 옥쟁반에 진수성찬 안주는 만 냥 어치.
停杯投箸不能食,拔劒四顧心茫然 정배투저불능식,발검사고심망연
잔 멈추고 젓가락 놓아 먹지 못하고, 칼 뽑아 사방 둘러보니 망연한 마음.
欲渡黃河冰塞川,將登太行雪暗天 욕도황하빙새천,장등태행설암천
황하 건너려니 언 내가 가로막고, 태행산에 오르려니 눈이 하늘을 덮는구나.
閑來垂釣碧溪上,忽復乘舟夢日邊 한래수조벽계상,홀부승주몽일변
푸른 시냇가에서 한가로이 낚시 드리우니, 문득 다시 배 탄 꿈 장안일세.
行路難! 行路難! 多岐路 今安在? 행로난! 행로난! 다기로 금안재?
인생길 어렵다, 어려워! 갈림길이 여럿이었지, 지금 나는 어디에 와 있는가?
長風破浪會有時, 直挂雲帆濟滄海 장풍파랑회유시, 직괘운범제창해
큰 바람 타고 힘껏 파도 헤쳐 나갈 그 때 오면, 구름 돛 솟구쳐 올리고 푸른 바다 건너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