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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十三. 內則] 5. 親戚故舊 老少異糧 (친척고구 노소이량)(백우)
【本文】
親戚故舊 老少異糧 친척고구 노소이량
친척이나 오랜 벗을 대접함에 있어서는
늙은이와 젊은이의 음식을 달리한다.
【訓音】
親 어버이 친 戚 겨레 척 故 연고 고 舊 예 구
老 늙은이 로 少 젊을 소 異 다를 이 糧 양식 량
【解說】
지난 장에서는 아무리 좋은 음식이라도 배부르면 싫증나고 아무리 형편없이 보잘 것 없는 음식이라도 배고프면 만족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나타낸 포어팽재(飽飫烹宰) 기염조강(飢厭糟糠)에 대하여 대해 공부했습니다. 이번 장에서는 친척고구(親戚故舊) 노소이량(老少異糧)이란 구절을 놓고 무슨 뜻이 담겨 있는지 공부해 보겠습니다.
친척고구(親戚故舊) 친척이나 오랜 벗을 대접함에 있어서는
노소이량(老少異糧) 늙은이와 젊은이의 음식을 달리한다.
우선 글자의 자원(字源)부터 알아보고 그 뜻을 알아보고자 합니다.
친(親)는 견(見) + 진(��)의 형성자(形聲字)로, '진(��)'은 '진(進)'과 통하여, 나아가 이르다의 뜻입니다. '나아가 돌보다, 가까이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척(戚)은 월(戉) + 숙(尗)의 형성자(形聲字)로, '월(戉)'은 '큰 도끼'의 뜻이고, '숙(尗)'은 '콩의 상형(象形)'입니다. 콩처럼 작은 도끼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숙(尗)'은 '조(弔)'와 통하여, '애통하고 근심하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동정심을 유발하는 존재로서의 '친척'의 뜻을 나타냅니다.
고(故)는 복(攴. 攵) + 고(古)의 형성자(形聲字)로, '고(古)'는 '오래되고 딱딱하다'의 뜻이고, '복(攴. 攵)'은 '강제하다'의 뜻입니다. 억지로 낡고 딱딱하게 만들어 버리다의 뜻에서, '일부러, 죽다, 재앙' 등의 뜻을 나타내며, '고(古)'와 통하여, '오래되다'의 뜻을 나타내고, '고(固)'와 통하여 '본래'의 뜻도 나타냅니다.
구(舊)는 추(萑) + 구(臼)의 형성자(形聲字)로, '추(萑)'는 머리에 털이 많은 새의 상형(象形)으로 본디, 올빼미나 부엉이 등의 뜻을 나타내었으나, '구(久)'와 음(音)이 가까워, 오래 지나서 '낡다'의 뜻을 나타내게 되었습니다. 또한 올빼미나 부엉이는 천연 나무 구멍이나 다른 동물들이 버린 오래된 둥지를 이용해 알을 낳아 번식한다고 합니다. 그래서 '낡다, 오래다'의 뜻을 나타낸다고도 합니다. 그리고 낡고 오래 된 것에서 '옛날'의 뜻도 있고, 오래 사귄 벗이란 뜻에서 '친구'를 나타내기도 합니다.
노(老)는 상형자(象形字)로, 갑골문(甲骨文)은 허리를 구부리고 지팡이를 짚은 노인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임을 잘 알 수 있는데, 전문(箋文)은 그것이 변형(變形)된 것으로 '늙은이'의 뜻입니다.
또는 모(毛) + 인(人) + 비(匕)의 회의자(會意字)로 보고 있습니다. '비(匕)'는 '인(人)'을 뒤집은 것으로, 늙어서 허리가 굽고, 머리가 세어 모양이 번함을 뜻합니다. 모두 합하여 늙어서 머리털이 변한 사람이란 뜻으로, 일흔 이상의 '늙은이'라는 뜻을 나타냅니다.
소(少)는 상형자(象形字)로, 작은 점(點)의 상형(象形)으로, '적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소(小) + 별(丿)의 형성자(形聲字)로 보아 '적다'의 뜻을 나타낸다고 하기도 합니다.
이(異)는 상형자(象形字), 사람이 악귀(惡鬼)를 쫓을 때 쓰는 탈을 쓰고, 두 손을 들고 있는 모양을 본뜬 자입니다. 그 탈을 쓰면 무시무시한 딴사람이 되므로, '다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또, 비(畀) + 공(廾. 艹)의 회의자(會意字)로 보아, '비(畀)'는 '주다'의 뜻이고, '공(廾. 艹)'은 '두 손'의 상형(象形)입니다. 물건을 주려고 두 손에 나눔을 뜻합니다. 본뜻 '가르다, 나누다'의 뜻에서 파생하여 '다르다'의 뜻을 나타냅니다.
량(糧)은 미(米) + 량(量)의 형성자(形聲字)로, '량(量)'은 '헤아리다, 되다, 재다'의 뜻입니다. 저울에 달거나 되로 되어서 수납(收納)해 두는 쌀, 식량의 뜻입니다.
친척고구(親戚故舊)에서 친(親)은 '친할 친, 어버이 친, 몸소 친'이고, 척(戚)은 '겨레 척, 슬퍼할 척, 근심할 척, 괴롭힐 척, 도끼 척'이고, 고(故)는 '예 고, 옛벗 고, 죽을 고, 짐짓 고, 연고 고, 일 고'이고, 구(舊)는 '예 구, 옛날 구, 친구 구, 오랠 구, 낡을 구'입니다.
친척(親戚)에서 친(親)은 '아버지의 집안'을 말하고, 척(戚)은 '어머니의 집안'을 말합니다. '친지족내(親指族內) 척언족외(戚言族外)'라는 말이 있습니다. '친(親)은 족내(族內)를 가리키고 척(戚)은 족외(族外)를 말한다'는 말입니다. 즉 친(親)은 족내(族內)를 가리킨다 했으니 '아버지의 집안'을 말하고, 척(戚)은 족외(族外)를 말한다 했으니 '어머니 집안'을 말합니다. 이는 친가(親家), 친정(親庭)이라는 말과 외가(外家), 외척(外戚)라는 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친척(親戚)이란 본종(本宗)과 외척(外戚)을 말합니다. 즉 부모형제는 물론이고 모든 일가(一家)를 말합니다.
고구(故舊)는 '사귄 지 오래된 친구, 오랜 친구'를 말합니다. 이런 친구를 고우(故友)라고도 하고 구지(舊知)라고도 합니다.
친척고구(親戚故舊)는 친척과 친구를 이르는 말인데 다음에 이어지는 노소이량(老少異糧)이란 구절과 연결지어 보면 친척과 친구를 대접하는 예절을 말합니다. 즉 친척과 친구를 대접함에 있어서는 ~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예기(禮記)》에는 사람이 행해야 할 예의범절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해 놓았습니다. 『곡례(曲禮) 上』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곡례(曲禮)란 예의범절에 대하여 자세하고 소상하게 밝혔다는 뜻입니다.
「道德仁義 非禮不成 敎訓正俗 非禮不備 分爭辨訟 非禮不決
도덕인의 비례불성 교훈정속 비례불비 분쟁변송 비례불결
君臣上下 父子兄弟 非禮不定 宦學事師 非禮不親
군신상하 부자형제 비례부정 환학사사 비례불친
班朝治軍 涖官行法 非禮威嚴不行 禱祠祭祀 供給鬼神 非禮不誠不莊
반조치군 이관행법 비례위엄불행 도사제사 공급귀신 비례불성부장
是以君子 恭敬撙節退讓 以明禮
시이군자 공경준절퇴양 이명례
도덕(道德)과 인의(仁義)도 예(禮)가 아니면 이루어지지 않는다. 교화(敎化)를 통해 백성을 가르쳐서 풍속(風俗)을 바로잡는 일도 예가 아니면 잘 되지 않는다.
분쟁을 해결하고 소송(訴訟)을 판결하는 일도 예가 아니면 결정될 수가 없다.
임금과 신하, 윗사람과 아랫사람, 부자(父子)와 형제(兄弟)도 예가 아니면 정해질 수가 없다. 벼슬하고 배우는 데 있어서 스승을 섬기는 일도 예가 아니면 친애할 수 없다. 조정에 반열(班列)하며 군대를 다스리며 벼슬에 임하고 법을 시행하는 일도 예가 아니면 위엄이 서지 않는다. 기도하고 제사하여 귀신에게 공급하는 일도 예가 아니면 정성스럽지 않고 단정스럽지 못하다.
그런 고로 군자는 공경하고 절도를 알맞게 하며 사양하고 겸손하여, 예를 밝히는 것이다.」
이 글은 예(禮)란 사람이 살아가는데 있어 기본 윤리로 모든 사물과 모든 생활에 필요함을 설한 것입니다. 공경하는 마음, 절도(節度)를 지키는 중용(中庸), 사양과 겸손이 군자의 마음가짐이라 할 것입니다.
이런 마음 가짐으로 부모ㆍ형제는 물론 친구에 이르기까지 예를 다한다면 효성스런 자식이 될 것이고 형제ㆍ자매간에는 우애가 돈독할 것이고 친구간에는 신의가 두터울 것입니다.
《논어(論語)》『태백(太白)』의 글을 하나 더 소개할까 합니다.
「子曰 恭而無禮則勞 愼而無禮則葸 勇而無禮則亂 直而無禮則絞.
자왈 공이무례즉로 신이무례즉시 용이무례즉란 직이무례즉교
君子篤於親則民興於仁 故舊 不遺則民不偸
군자매어친즉민흥어인 고구 불유즉민불투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공손함[恭]도 예(禮)가 없으면 헛수고가 되고[勞], 신중함[愼]도 예가 없으면 두려워하는 것[葸]이 되며, 용맹함[勇]도 예가 없으면 난폭한 것[亂]이 되고, 정직함[直]도 예가 없으면 박절한 것[絞]이 된다.
군자(君子. 爲政者)가 친척(親戚)들에게 후하게 대하면 백성들이 인애(仁愛)의 기풍을 일으키게 되고, 옛 친구[故舊]를 저버리지 않으면 백성들의 마음도 야박(野薄. 偸)해지지 않는다."」
사람들이 윤리도덕적으로 바람직하다고 하는 공손함ㆍ신중함ㆍ용맹함ㆍ정직함도 예(禮)로서 절제하지 못하면 헛수고ㆍ두려움ㆍ난폭함ㆍ박절함 등으로 부정적인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음이니, 예(禮)란 사람의 행위에 대해 균형을 이루게 하고 조화롭게 하는 벼리라 할 것입니다. 또한 군자(君子) 즉 사회를 이끄는 위정자(爲政者)들이 인애(仁愛. 慈愛)로써 친척을 대하고 신의로써 친구를 대한다면 민심도 후해질 것입니다.
부처님께서도 《무량수경(無量壽經)》에서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세간의 사람들은 부모ㆍ형제ㆍ부부나 집안의 친가ㆍ외가의 친척 간에 마땅히 서로 존경하고 사랑하여, 서로 질투하거나 미워하지 말고 있고 없는 것을 서로 나누어 욕심부리지 말며, 말씨를 항상 부드럽게 하여 서로 반목하지 말아야 할 것이니라."
이와 같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부모형제는 물론이고 일가친척 친구에 이르기까지 예를 다한다면 세상은 맑고 향기로울 것입니다.
노소이량(老少異糧)에서 노(老)는 '늙을 로, 어른 로, 익숙할 로'이고, 소(少)는 '젊을 소, 적을 소, 잠시 소'이고, 이(異)는 '다를 이, 달리할 이, 괴이할 이'이며, 량(糧)은 '양식 량, 구실 량'입니다.
노소(老少)는 늙은이와 젊은이를 말합니다. 즉 노인(老人)과 소년(少年)이지요.
《진서(晉書)》『식화지(食貨志)』에 늙은이와 젊은이에 대한 기준을 이렇게 밝혀 놓았습니다.
「노(老)는 60세 이상이고 소(少)는 12세 이하이다.(十二以下 六十以上 爲老少)」 이량(異糧)은 음식을 달리한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노소이량(老少異糧)은 늙은이와 젊은이는 음식을 달리한다는 뜻입니다. 즉노인과 젊은이의 접대하는 음식은 달라야 한다는 것입니다. 노인이 되면 신체적으로 젊은이에 비해 차이가 나게 마련이고 모든 기능이 젊은이와는 현저히 다를 수 있습니다. 음식에 있어서 젊은이는 거친 것이든 딱딱한 것이든 구애를 받을 것이 없겠지만 연세가 지긋한 노인에게 음식을 접대함에 있어서는 연하고 부드러운 음식이 좋을 것입니다.
《예기(禮記)》『왕제(王制)』편에 양로(養老)하는 법이 나오는데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습니다.
五十異粻 六十宿肉 七十貳膳 八十常珍 九十飮食不離寢 膳飮從於遊可也
오십이장 육십숙육 칠십이선 팔십상진 구십음식불리침 선음종어유가야
50세의 노인은 양식(粻. 糧食)을 젊은 사람과는 달리하며,
60세의 노인은 미리 고기를 준비해서 고기반찬을 빼놓지 않는다.
70세의 노인은 항상 맛좋은 반찬 두 가지는 올려야 하고,
80세의 노인은 항상 진미(珍味)가 있어야 한다.
90세의 노인은 음식이 침소(寢所)에 항상 음식이 준비되어야 하며,
맛좋은 음식과 마실 것을 준비해서 그가 가는 곳에 따라다녀야 한다.
五十始衰 六十非肉不飽 七十非帛不煖 八十非人不煖 九十雖得人不煖矣.
오십시쇠 육십비육불포 칠십비백불난 팔십비인불난 구십수득인불난의
50세가 되면 노쇠(老衰)하기 시작하며,
60세가 되면 고기가 아니면 배부르지 않고,
70세가 되면 비단이 아니면 따뜻하지 않으며,
80세가 되면 사람의 체온이 아니면 따뜻하지 않으며,
90세가 되면 사람의 체온을 얻었다 하더라도 따뜻해지지 않는다.」
이처럼 노인에게는 젊은이와는 달리 음식을 달리하여 연하고 부드러운 고기반찬을 해 드리고 옷은 가볍고 부드러운 따뜻한 옷으로 해 드려야 한다는 말씀입니다.
나이가 들어 늙기 시작하면 생리적으로 피부가 메마르게 되고 혈색도 점차 변하게 되고 미각이나 후각도 감퇴하게 마련입니다. 그래서 부드럽고 연한 고기를 찾게 되고 달달한 것을 좋아하게 됩니다. 또한 몸에 닿는 의복도 명주옷과 같은 가볍고 부드럽고 따뜻한 옷을 찾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비육불포(非肉不飽) 비백불난(非帛不煖)을 노래하게 되는 것입니다. 노인을 잘 봉양하는 것은 그 생리에 맞게 음식과 옷을 해드려 굶주리지 않고 헐벗지 않게 해드리는 것이 최고일 것입니다.
다시 정리해 보면 친척고구 노소이량(親戚故舊 老少異糧)은 친척이나 친구를 대접함에 있어서는 늙은이와 젊은이의 음식을 달리해야 함을 밝히고 있습니다.
앞서 배운 구선손반 적구충장(具膳飱飯 適口充腸)으로부터 포어팽재 기염조강(飽飫烹宰 飢厭糟糠), 친척고구 노소이량(親戚故舊 老少異糧)에 이르기까지의 구절은 음식에 대한 글이었습니다. 천자문은 기본적으로 유교적인 가치관이 깔려있습니다. 유교에서 가장 모범적인 인간상은 군자(君子)입니다. 군자는 인의예지신(仁義禮智信) 오상(五常)을 기본 바탕으로, 음식에 있어 탐욕을 버려 담백(淡白)해야 하고, 절제(節制)할 줄 알며, 인의자애(仁義慈愛)하며 효성스런 마음으로 노소(老少)의 차이를 깊이 살펴서 세심한 배려를 해야 합니다. 이런 군자의 마음은 곧 부처님법[佛法]을 따르는 불자(佛子)의 마음도 이와 다르지 않습니다.
끝으로 우리 불자들은 음식에 대하면 "이 음식이 어디서 왔는가? 내 덕행으로 받기가 부끄럽네. 마음의 온갖 욕심 버리고 육신을 지탱하는 약으로 알아 도업을 이루고자 공양을 받습니다." 하는 오관(五觀)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또한 "한 방울의 물에도 천지의 은혜가 스며 있고 한 톨의 곡식에도 만인의 노고가 담겨 있습니다. 이 음식으로 이 몸을 길러 몸과 마음을 바로하고 청정하게 살겠습니다. 또한 수고한 모든 이들이 선정삼매(禪定三昧)로 밥을 삼아 법의 즐거움이 가득하여지이다." 하는 <공양발원문>을 생각하면서 음식이 나에게 오기까지의 천지의 은혜와 만인의 노고에 대한 감사와 타인에 대한 배려를 하는 넉넉한 마음으로 살아갑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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