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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http://cafe.daum.net/jejudosajin 자전거 21 님
앗, 노루다.
시댁에 다녀 오는 길 산모룽이를 막 벗어날 때 였을까.
차창 밖으로 어떤 재빠른 몸짓이 도로를 범접하다 쏜살같이 내뺀다.
고개 돌려보니 어린 노루 한 마리가 숲 근처에 다다른다.
어쩐일인지 완전히 숨어들지 않고 미련있다는 듯 뒤를 힐끔 힐끔
분명 내 눈에는 그리 보였였다.
저러다 차의 범퍼에 부딪혀 여린 발가락 하나라도 다쳤으면 어찌 할 뻔 했나.
안도의 쉼을 낼 즈음
머뭇머뭇 피어난 구월의 들꽃도 안스러워 바라보고
나만 본 것이 아니었나보다.
몇 명이 차를 정차하고 그 누가 던졌을까.
날아가는 돌멩이를 주시하며 눈을 퍼뜩이는 또 다른 도시의 야성들
갈증난 사냥꾼의 핏기어린 함성이 덜자란 야생의 뿔을가진 생명의 몸값을 가늠한다.
노루의 길목이 불안하다.
" 어여, 도망가 어여 "
아, 생명을 가진자가 또 다른 생명의 뿔값을 매겨보다니
그대여 ! '생명' 하고 발음해보라.
낭자한 선혈보다 더 뜨거운 피가 흐르지 않는가.
" 넌 분명 사람이 그리워 길을 잃었던 것이야 "
가만 가만히 다가오면 너의 콧잔등의 솜털
내 가을 쉐이터에 감싸안아 조심스레 숨겨줄까.
그리고 이 세상의 아우성은 숨겨두고
거칠지 않는 시월의 구절초 닮은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줄까.
적어도 생명의 뿔을 벗기지 않는
돌아가는 길 왜 조용필의 이 노래가 흥얼거려지는 것이었을까.
"사랑이 외로운 건 운명을 걸기 때문이지 모든것을 거니까 외로운거야.
사랑도 이상도 모두를 요구하는 것 모두를 건다는 건 외로운거야."
노루! 다시는 내려오지 마라.
첫댓글 노루의 길목은 노루목인데...지리산 반야봉을 올라가는 그 지점..노루는 한참을 뛰다 잠깐 멈춰서 뒤를 돌아보는 습성이 있는데..그 잠깐..무엇이 아쉬운 걸까..
잠깐 뒤 돌아보는 그 지점이 삶의 원시적 발자국을 찍는 곳 아닐까요. 난 그런 생각을 가끔 하는데...삶은 원시적이다. 원시적이지 않은 것은 삶의 껍질이다. 그래서 나는 지금도 가슴이 허허한 것 아닐까...앞만 보고 달리는 나는...
숲과 인간의 관계, 통제속의 사회, 그리고 경계 ..아마도 그 노루는 세상이 정한 질서를 깨트리고 자유의 공존을 누리고 싶었나봅니다.아니면 단순한 영혼으로 살기위한 원시의 본능을 깨우쳐주기 싶어 머뭇거리며 뒤돌아보았다. 고 말하면 심한 억지일까요. 노루의 안부가 궁금해집니다.지리산 반야봉 근처가 아닌 여수 돌산쪽 조붓한 산마루였습니다.그곳에 노루가 살고있었다니 지금도 화들짝 놀란 움직임이 선합니다.부디 사냥꾼에게 걸리지 않기를....
제가 본 것은 노루가 아니고 고라니였던 것 같은데 돌맹이는 던지지는 않았지만 포수의 시늉을 내다가 아차 했지요. 돌맹이는 던지는 사람과 품안에 안아주고 싶은 사람과 함께 공존하는 사회지요. 내 안에도 두 개의 세계가 있기도 하고요. 그런 생각을 잠깐 했네요.^^
숨김과 드러냄의 차이가 있을 뿐 '내 안의 두 세계'는 각자의 어떤 모양으로든 다 갖고 있겠지요. 포수의 시늉 ㅎ 포수의 과녁에 들어온 건 고라니도 아닌 산빛에 잘 익은 똘감이었을겁니다. 난 다 알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