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채효원_1개.hwp
춘천시동물보호센터 담당자가 새로 들어온 유기견의 건강상태와 체내 내장칩 유무를 확인하고 있다.
[기획시리즈 – 유기동물의 현실, 삐삐 이야기2] 유기동물 보호센터로 간 삐삐
춘천시동물보호센터 자원봉사 중단…인력 부족 심각
검은 옷을 입은 남자가 나를 상자에 넣는다. 차에 태운다. 나는 어디로 갈까. 철창문에 막혀 밖을 내다볼 수도 없고, 어디로 가는지 알 수도 없다. 무섭다. 주인님이 보고 싶다. 차가 서고, 개 짖는 소리가 들린다. 나도 모르게 몸이 바르르 떨리기 시작한다. 건장한 젊은 남자의 큰 손이 내 몸을 덮친다.
동그란 기계를 내 목에 갖다 댄다. “칩도 없는 거 같은데?”라는 남자의 소리가 들린다. “품종이 있는 고양이니 등록하고 들여보냅시다”라는 말을 끝으로 문을 열어 나를 데리고 들어간다.
현재 춘천시동물보호센터에는 개와 고양이 등 유기동물 53여 마리가 있다. 유기동물은 주인에게 버려지거나, 주인이 반려 동물을 잃어버려 발생한다. 보호센터는 유기동물들을 포획, 관리, TNR(고양이 중성화수술), 분양하는 일을 한다.
포획은 유기동물의 신고가 춘천시 축산과를 통해 들어왔을 때 이뤄진다. 유기동물이 사람을 위협할 때 포획하거나 유기동물을 시민이 데려오는 경우 등이 있다. 관리는 배설물 치우기, 사료배급 등을 말한다.
TNR은 길고양이 개체수가 늘어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시행한다. 보호센터에 들어온 길고양이들은 TNR 수술 후 회복 기간을 거쳐 방생된다. 품종이 있는 고양이는 보호센터에서 관리한다. 일정기간 동안 유기동물의 주인이 나타나지 않을 경우 평일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분양한다.
보호센터에 들어온 유기동물은 주인 정보가 담긴 체내 내장칩 여부와 몸 상태를 체크한 뒤 성격·크기 별로 나눠져 실내 철장으로 옮긴다. 동물이 유기된 후 사람을 싫어하거나 공격적이면 격리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보호센터에는 실내 견사(개들이 생활하는 철장) 말고 야외 견사도 있다. 야외 견사에는 피부병을 앓고 있는 개 2마리가 있다. 이 개들의 피부병은 전염성이 높아 사람에게 옮기기도 쉽다. 하지만 개들이 워낙 공격적이어서 치료를 못하고 있다.
작년에는 야외 견사에서 자원봉사를 하던 여중생이 손을 크게 물렸다. 상해 입은 학생은 충격이 커 지금도 심리치료를 받고 있다. 그 후 보호소는 자원봉사자 활동을 전면 중단했다.
문이 열리자마자 사료와 배설물이 뒤섞인 퀴퀴한 냄새가 났다. 내 눈 앞에는 초록색 철창이 양쪽으로 쭉 펼쳐져 있다. 그 안에서 나를 향해 마구 짖어대는 강아지들 모습에 겁이 나 몸이 저절로 웅크러진다. 그 중에는 나를 본체만체하는 개도 있고, 신나서 방방 뛰는 친구, 추위를 타듯 벌벌 떠는 개도 있다. 나는 제일 끝에 있는 철창 안으로 들어갔다. 강아지들은 철창 높이가 사람 키만 한데, 내 철창은 천장에 거의 닿을 정도로 높다. 맞은편에는 몸집이 큰 대형견들이 있다. 철창 안으로 들어가니 나 같은 고양이들과 높은 캣타워가 있다. 흰털을 가진 고양이가 나한테 말을 건다. “너도 버려졌구나!” 아니다. 주인님이 나를 버릴 리 없다. 분명 나를 찾으러 오실 거다. 너무 낯설다. 집으로 돌아가고 싶다. 주인님이 주시는 따뜻한 우유가 먹고 싶다. 이곳에 얼마나 더 있어야 할까.
밥그릇을 7번 갈아치울 만큼 시간이 지났다. 이곳의 하루 일과는 얼굴에 주름 많은 사람들이 바닥청소와 밥그릇을 갈아주면 끝난다. 아무리 그루밍을 해도 악취는 사라지지 않는다. 씻은 지 오래 돼 냄새나는 강아지들이 보인다. 강아지들은 아무도 오지 않을 때 맥없이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한다. 주인님은 언제쯤 나를 데리러 오실까. 이곳 생활에 점점 지쳐간다. 주인님은 나를 정말 버린 걸까.
자원봉사를 중단한 후 보호센터의 유기동물 관리는 더 힘들어졌다. 예전에는 애견 미용 봉사자들이 동물들을 씻기거나 털을 깎아줬는데, 현재는 동물들을 씻기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부터 시니어클럽에서 보호소의 일을 도와주기 시작했지만, 견사가 위험해 많은 일은 하지 못한다. 또 고정 관리인이 한 명뿐이라 50마리가 넘는 동물들을 관리하기는 어려움이 많다.
보호센터에 근무하는 춘천시 유기동물 포획 담당자는 혼자서 춘천 전체의 유기동물을 포획한다. 시 축산과 관계자는 “신고가 들어오는 유기동물과 공격적인 개들을 모두 포획하기에는 일손이 부족하다”며 “위험한 개 한 마리를 잡자고 다른 유기동물을 놓칠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말했다.
보호센터 동물들의 건강관리도 미흡한 수준이다. 보호센터 관리인은 “각 동물들의 건강상태를 면밀히 관리할 수 없다”며 “육안으로 건강에 이상이 있어 보이는 동물들만 치료한다”고 밝혔다. 춘천시에서 1년에 지원하는 보호센터 예산은 약 1억원 정도다.
시 축산과 관계자는 “이 예산이 사료비, 가스비, 인건비 등으로 쓰인다”며 “강원도 차원에서도 동물 5개년 계획을 세워 유기동물을 관리하려고 하지만, 예산으로 책정된 18억원을 도 내 18개 시·군이 나눠 쓰기 때문에 춘천에 지원하는 액수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전국적으로 유기동물 발생 건수가 늘고, 춘천동물보호센터는 분양되지 않는 동물들을 계속 보호하기 때문에 보호 동물의 수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인력이 부족하고 체계적인 동물 건강관리 시스템도 부족한 춘천동물보호센터는 상황이 더 열악해질 것으로 보인다.
시 축산과 관계자는 “내년 여름이나 하반기에 보호센터를 확장 이전할 예정이지만 현재 자세한 사항은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기획취재팀 김인규·채효원·최정은 시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