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이 찾아든 눈이라 했던가요?
연일 계속되는 눈으로 인해 눈을 바라보며 마시는 따끈한 차 한 잔의 여유보다는 밀대로 교회 앞의 눈을 치우는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꼭 진주를 닮은 눈을 가진 초등학교 3학년짜리 여자아이가 내 곁에 가만히 서서 눈을 치우는 나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그 아이가 영어학원차를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고샅길 눈을 지쳐 놀러 나온 아이였으면 좋을 뻔 했습니다. 눈만 내리면 동네 아이들이 모두 몰려나와 눈밭을 뒹굴던 내 어릴 때의 추억을 저 아이는 갖지 못하겠구나 생각하니 눈이 소복이 쌓여도 학원으로 자식을 내모는 부모들이 미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눈을 치고 나니 배가 고파졌습니다. 하지만 오늘 점심은 혼자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우렁각시 때문입니다. 교회 문을 열고 들어서니 아주 맛있는 냄새가 풍겼습니다. ‘밥은 하늘입니다’라고 쓰여진 주방에는 냄비 가득 생태 탕이 끓고 있었습니다. 아침을 먹지 않고 교회로 나오는 내게 누군가가 우렁각시가 되어 생태 탕을 끓여놓은 것입니다.
눈길인데 어찌 오셨을까?
우렁각시이길래 발 디디지 않고 눈길 헤쳐 왔을 거야
어디서 배웠을까? 생태 탕 끓이는 법
눈 한 송이의 사랑만으로도 모든 양념 삼을 수 있을 거야
우렁각시의 생태 탕은 음식이 아닌 게야
그것은 사랑이라는 언어의 버무림 일거야
맛있어서 맛있는 것이지만 맛없어도 맛있는 거야
누굴까? 우렁각시
아는 것 보다 모르는 게 나을 거야
아는 게 아는 것 아니기에 모른다고 모르는 것 아니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