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남을 생각할 수 있는 한줄기의 따뜻함- < ‘이것이 인간인가’를 읽고>(더불어 차상희)
올겨울은 그다지 춥지 않다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2월에 갑자기 날씨가 추워졌다. 손이 시린 느낌을 참 오랜만에 느껴본 것 같다. 추워지니까 더 간절하게 그리워지는 것이 있다. 시린 손을 서로 잡아주며 서로의 온기로 따스해지는 그 느낌말이다.
며칠간의 추위에도 이렇게 나는 누군가와 함께 따스함을 나누고 싶은 마음이 간절해지는데 이 책속에서 수용소에 갇힌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얼마나 힘들었을지 나로서는 내 경험만큼만 이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미안해진다.
이 책을 쓴 작가이면서 실제 주인공은 감정에 호소하지 않고 사실을 담담하게 서술한다. 그래서 이 책이 더 사실적으로 다가왔는지도 모르겠다.
육체적인 고통이 가해지는 상황도 견디기 힘들지만 정신적으로 인간을 괴롭히는 상황에서 정신을 놓지 않고 살아간다는 것은 더 힘들 것이다. 그런데도 인간으로서 감당하기 힘든 현실 속에서도 함께 수용된 사람들을 주의 깊게 보고 그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는지 그리고 힘든 상황 속에서도 다른 사람을 향한 다정함을 잃지 않는 사람으로부터 위로받고 살아갈 의지를 갖게 되기도 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신영복 선생님의 ‘감옥으로부터의 사색’이라는 책이 떠올랐다. 죽음의 수용소는 아니지만 감옥이라는 갇힌 공간 속에서도 자신을 잃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던 인간의 모습을 보면서 감탄을 했었다.
내 인생을 돌아봤을 때 좋은 사람들이 곁에 있었고 그 사람들 속에서 함께하는 평범한 일상들이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혜택 받고 사는 삶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일주일에 한번 정도 취미생활을 하고 좋아하는 사람들과 맛있는 것을 먹고 새로 생긴 카페가 있으면 찾아가서 커피한잔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삶이 평범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런 일상이 어쩌면 참 감사한 시간이었음을 깨닫게 되는 시간이 주어졌다. 힘든 상황을 접하게 되면 누가 나에게 뭐라고 하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움츠러들고 마음이 꽁꽁 얼어붙게 된다. 같은 상황을 대하는 나의 태도도 달라진다. 마음의 여유가 없어지고 이해의 폭이 좁아지면서 매사 비관적으로 세상을 대하게 되는 것 같다.
그런 내 앞에 ‘이것이 인간인가?’ 라는 책이 너무나 적절한 시기에 나타난 것만 같다.
내가 너무 나만의 세계에 갇혀서 제대로 된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있었는데 이 책은 나에게 정신을 차리라고 하는 것 같았다.
인간의 본성에 따라서 덕과 지를 따르며 나보다 남을 생각할 수 있는 한줄기의 따뜻함을 잃지 않고 살아가는 것이 인간성의 마지막 조각이 될 수 있다는 말에 깊은 공감이 들었다.
나 역시 인간으로 살아가는 동안에는 이러한 인간성의 마지막 조각을 잃지 않고 살아가야겠다는 다짐을 해보게 된다.
올해 들어 처음으로 글을 써보았다.
여러 가지 일들이 많았다고 핑계를 대며 글쓰기를 하지 않고 지낸 날들이 오히려 마음이 더 무거웠다. 언제나처럼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책상 앞에 앉게 되면 한 줄을 써놓고 또 한참을 생각하고 또 한 줄을 겨우 써놓고 생각하고를 반복한다. 그래도 이 힘겨움은 나에게 기분 좋은 힘겨움으로 다가와 내 마음의 힘겨움을 도리어 조금은 덜어내 주는 것을 느낀다.
좋은 사람들 곁으로 다가가 그이들의 다정함을 함께 느끼고 나또한 그런 사람으로 존재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