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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일이든지 시작을 하는 것은 어렵지 않으나, 일단 시작한 일을 깔끔하게 잘 마무리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연히 내 손에 들어온 이 책은 아주 짤막한 단상들로 채워진, 여백이 더 많은 형식을 지니고 있었다. ‘Blo’는 그룹 에픽하이의 타블로를 지칭하니, 아마도 책 제목은 ‘타블로의 생각’이라는 의미일 것이다. 서문을 대신한 글에는 ‘심야 라디오를 진행할 당시 끝인사를 대신했던 한 뼘짜리 조각들’이라고 밝히고 있다. 그러고 보니 라디오 방송을 처음부터 끝까지 진중하게 들어왔던 적이 언제인가 싶을 정도로 오래되었다. 간혹 차를 타고 이동할 때에 라디오를 듣기도 하지만, 최근에는 좋아하는 음악 파일이 잔뜩 든 저장장치를 꼽아두고 노래를 듣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그만큼 내 생활은 라디오에서 멀어진 것이라고 하겠다.
매일 방송을 하는 진행자의 입장에서는 프로그램의 처음과 끝을 어던 식으로 진행할 지에 대해서 고민이 많을 것 같다. 물론 대부분의 내용은 전문 방송작가들이 채워주고 있지만, 방송의 처음 혹은 끝을 시작하는 것은 진행자가 신경을 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마도 타블로는 방송을 끝내면서 청취자들에게 자신의 생각을 전하고 싶어, 마지막 멘트를 자신 혹은 게스트들의 입을 통해 전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한 번도 그의 방송을 들어본 적이 없는 나로서는 이 책을 통해 그렇게 유추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어떤 목소리로 청취자들에게 말을 전했을지 생각을 해보았다.
“어떤 생각이나 고민이 시작도 끝도 아닌 문장들이지만, 어떤 생각의 시작이 되고, 어떤 고민의 끝이 되길 바랍니다.” 서문에 해당하는 내용의 일부분이다. 그리고 중간중간에 지인들의 손글씨를 통해서 저자의 생각들을 전하고 있다. 아마도 글씨로 품앗이를 한 사람들은 자신이 쓴 글의 내용에 기꺼이 동의를 했을 것이라 여겨진다. 예컨대 배우 공효진은 ‘인생은 자전거 타는 것과 같은데, 왜 나만 외발 자전거를 타고 있는 것 같지?’라는 손글씨를 남기고 있다. 영화감독인 박찬욱은 ‘다들 영화처럼 살고 싶다고 하는데 그럼 두 시간만 살 건가’라는 촌철살인의 내용을 손글씨로 전하고 있다. 그밖에도 방송을 진행하면서 고민했을 저자의 생각들이 짤막한 글 속에 담겨 있다. 그의 팬이라면. 이 책을 통하여 그의 생각과 고민을 확인해 보는 것도 필요할 것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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