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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벌이 부부와 1남 2녀로 구성된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에피소드를 통하여, 우리 사회에서 쉽게 발생할 수 있는 상황을 예로 들어 서술되어 있는 이 책은 청소년들을 위한 페미니즘 안내서라고 할 수 있다. 이미 우리 사회에 깊이 뿌리내린 성역할이 고정적인 것이 아니라 사회적 관습에서 비롯된 것이며, 얼마든지 새로운 환경에 맞추어 변화될 수 있다는 것을 쉽게 설명하고 있다. 모두 7개로 구성된 에피소드들은 페미니즘이란 공허한 이론이 아닌, 구체적인 현실에서 접할 수 있는 삶의 문제라는 것을 잘 보여주고 있다. 더욱이 각각의 에피소드가 소개시되고 거기에 덧붙여 페미니즘에 대한 다양한 정보들을 제시하고 있어, 독자들이 페미니즘에 대해서 매우 효과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첫 번째 에피소드인 ‘바쁘다, 바빠! 엄마의 아침’에서는 맞벌이를 하는 엄마가 출근을 하기 전에 나머지 가족들의 아침상과 출근 준비까지 책임지는 상황이 제시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너무도 당연시하는 '비합리적'인 현실이 제시되고 있지만, 저자는 그것이 결코 당연하지도 바람직하지도 않다는 것을 아들 하준이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도록 하고 있다. 그러면서 에피소드의 뒤에 ‘집안일은 누구의 일일까요?’라는 질문을 던지고, 남녀의 성역할이라는 것이 바로 오랫동안 지속된 관습으로 ‘만들어진 역할’이라는 설명을 덧붙이고 있다. 아울러 결혼을 하면서 겪을 수밖에 없는 ‘경력 단절과 육아 휴직’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여성으로서 겪는 차별의 문제를 분명히 인지할 수 있도록 한다.
자녀를 출산하면서 직장을 그만두어야 했던 엄마가 다시 직장에 출근하면서 발생하는 문제를 중심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결국 이러한 현실을 타개하기 위하여 외할머니와 함께 살게 되면서, 할머니를 중심으로 그러한 문제들이 하나씩 해결되는 구조를 취하고 있다. 할머니의 삶의 경험을 통하여 그동안 익숙하다고 여겨졌던 것들이 불합리하다는 것을 하나씩 깨우쳐나가게 되는 것이다. 그 방안은 제도화된 관습으로 자리를 잡고 있는 성역할에 대한 고정관념을 깨뜨리고, 남녀가 아닌 개인의 사회적 역할을 정당하게 자리매김하는 방향으로 설명되고 있다. 또한 ‘남자라서 괴로워!’라는 제목의 에피소드에서는, 집과 학교에서 남자이기 때문에 겪어야 하는 현실을 자각한 하준이의 시선을 통하여 ‘역차별’과 이른바 혐오문화(남혐, 여혐)가 지닌 문제점들에 대해서 지적하고 있다. 결국 우리 사회 속에 자리를 잡고 있는 차별을 걷어내는 것이 중요하며, ‘모두를 행복하게 하는 페미니즘’의 중요성을 자각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가족들 사이에 발생할 수 있는 일들로부터 나아가 하준이네 아파트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다양하게 제시하고, 할머니의 역할을 통해서 그에 대한 불합리한 점을 스스로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를 하고 있다. 특히 오빠가 많은 집의 막내딸로 태어나서 하고싶은 공부조차 할 수 없었던 할머니의 어린 시절 이야기를 듣게 되면서, 할머니가 남성중심적 관습의 피해자였음을 하준이도 깨닫게 된다. 그러면서 할머니의 문제 제기가 독자들로 하여금 우리 사회의 제도화된 성역할에 고정 관념이 올바른 것인가에 대한 생각을 하도록 이끌어 주는 것이라 하겠다. 나아가 가족 내의 문제에 그치지 않고, 주변 사람들에게까지 그 영향이 전달되고 있다. 할머니의 인식을 통해서 아파트의 주민 회의에서 남녀의 성역할로 구별하지 않고, 각자의 장점이 있는 점을 특화시켜 함께 꾸며나가는 과정에 이르게 되었던 것이다.
페미니즘 안내서로서 이 책의 특징은 단지 당위적인 이론을 제시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구체적인 상황을 그려내고, 독자들로 하여금 그것이 지닌 문제점을 논리적으로 설명하면서 하나씩 깨우치도록 하고 있다는 점이라 하겠다. 성범죄를 범죄자의 그릇된 행동이 아닌 여성의 옷차림 탓으로 돌리는 일각의 시선이나, 여성의 외적인 미모만을 중시하는 ‘성 상품화’의 문제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여전히 우리 사회에서는 ‘유리천장’이라는 표현으로 여성의 사회적 진출을 제한하는 관습이 존재하고 있다. 사회생활을 하는 여성들이 늘어나고 있지만, 높은 직급에는 대부분 남성들이 위치하고 있어 눈에 보이지 않는 여성 차별의 현실을 비유한 표현이 바로 ‘유리천장’이라 하겠다.
물론 현실은 이 책의 결말과는 달리, 여전히 남성중심적 관습과 제도들이 여전히 우리의 현실에 견고하게 자리를 잡고 있다. 그리고 여성의 사회 진출이 활발해질수록 피해의식을 느끼는 남성들의 수도 늘어날 것이라고 예측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을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성대결’이라는 관점이 아니라, 개인의 역할을 존중하면서 ‘함께 만드는 사회’가 되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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