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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부터 길고 거창한 이 책의 내용은 1884년 조선에 부임한 미국의 외교무관 조지 클레이튼 포크가 본국에 보고하기 위해 곳곳을 답사한 기록을 번역한 것이다. 조선에서는 1876년 강화도 조약을 체결한 이후, 서양 각국과의 외교가 속속 체결되었다. 당시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시선은 뚜렷하게 둘로 나뉘는데, 먼저 그들의 앞선 기술로 인해 조선이 침략을 당할 수 있다는 것이 첫 번째였다. 그리고 그러한 입장이 적극적으로 반영된 것이 바로 대원군의 쇄국정책으로 표출되었다. 다른 하나의 입장은 그들의 문물을 받아들여 '개화'를 이뤄야 한다는 주장으로, 이른바 개화파들의 조직과 활동으로 가시화되었다.
당시 조선의 권력은 왕비였던 민씨의 척족들이 좌지우지하는 상황이었고, 이들의 공고한 권력에 틈을 내려던 개화파들은 '갑신정변'을 시도하지만 결국 3일만에 실패로 끝나게 되었다. 조선 조정에서는 청나라와 일본은 경계하고 있었지만, 멀리 떨어진 미국에 대해서는 상당히 우호적이었던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미국 무관이었던 포크가 한 달이 넘는 기간 동안 조선 전역을 돌아다니면서 현장 조사를 할 수 있도록 했다는 것부터, 미국을 우호적으로 여겼던 면모를 잘 보여준다고 하겠다. 포크는 이 기록을 본국에 보고하기 위한 목적으로 남긴 것이라 그 내용이 상당히 치밀하게 구성되어 있으며, 유리원판 사진기를 지니고 필요에 따라 사진도 찍어서 남겼다고 한다. 그 과정에서 초반에 찍었던 일부 사진 원판들이 물에 빠져 사라졌다는 점이 아쉬움을 더해주고 있다.
이러한 기록은 한계도 있지만, 조선 후기의 상황을 외국인의 시각에서 객관적으로 담아내고 있다는 점에서 사료로서의 가치가 있다고 하겠다. 기록을 남긴 포크는 자신이 직접 책으로 엮어낼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갑자기 한국을 떠나면서 실행되지 못했다고 한다. 그가 세상을 떠나면서 포크의 기록들은 미국 대학에 소장되어 있다가, 편자인 사무엘 홀리에 의해 편집되어 2007년 책으로 출간되었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 역자들이 읽고 번역한 것이다. 당시 서양의 증기선을 일컬어 화륜선이라고 칭했는데, 미국에서 온 포크를 사람들이 '화륜선 타고 온 사람'이라고 불렀던 모양이다. 아울러 조선 조정에서 제공한 대동여지도를 들고, 조선의 곳곳을 돌아다니며 탐사했기에, 그러한 상황을 반영하여 제목으로 담아냈다고 이해된다.
조선 후기에 외국인들이 조선의 모습을 기록한 것은 이미 여러 종이 번역되어 있으나, 인상적인 평가를 넘어 구체적인 답사를 통해 담아낸 것이라는 점에서 이 책이 지닌 가치가 적지 않다고 여겨진다. 미국 외교관 신분으로 조선의 각지를 조사할 목적으로, 포크는 1884년 11월 1일부터 12월 14일까지 44일 간의 여행을 시작한다. 서울을 출발해서 경기도와 충청도를 거치고, 호남으로 향해 나주까지 갔다가 다시 동쪽으로 경상도로 이동한다. 그곳에서 다시 서울로 향하는 길고 긴 여정이 이 책에 고스란히 담겨있다. 나침반과 온도계 그리고 카메라 등 각종 신식 측정 기구를 구비하고, 자신이 이동한 거리와 당일 날씨 및 해당 지역의 지형을 매우 상세하게 기록하고 있다는 점에서 지리사나 향토사 연구에 있어 중요한 사료가 될 수 있을 것이라 하겠다.
당시 조선 조정에서는 포크에게 매우 상세한 지도를 제공했는데, 그것이 바로 김정호에 의해 편찬된 대동여지도였다고 한다. 번역자는 포크의 행적을 그대로 좇아서 때로는 당시에 활용했던 습식 유리원판 사진기를 가지고, 기록에 나타난 대로 사진을 찍어 책에 수록하기도 하였다. 이와 함께 그가 방문했던 지역의 고지도를 수록하여, 독자들이 책에 나오는 지리적 상황을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있다. 역자는 전주에 위치한 전라감영을 찍은 유리원판 사진을 접한 이후, 그 사진을 찍은 사람이 포크라는것을 알게 되었다고 밝히고 있다. 그가 외교관으로 조선 전역을 답사했고, 포크가 남긴 기록이 미국에서 책으로 출간되었다는 정보를 듣고 책을 구해 번역에 착수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를 거치면서 우리의 지명이나 지형 등이 크게 바뀌었기 때문에, 번역자는 고지도와 각 지역의 역사를 기록한 향토지 등을 통해 포크의 기록을 정밀하게 추적하는 노고를 아끼지 않았다. 이 책 곳곳에 포크가 언급했던 구체적인 지명이나 특정 장소에 대한 사진을 싣고 있는 점도 특징적이라고 여겨진다. 이 기록을 남긴 포크는 드라마로 방영되었던 <미스터 션샤인>에 등장한 유진 초이의 실제 모델이었다고 한다. 번역자는 60여 면에 걸쳐 포크의 기록이 남긴 의미와 당시 조선의 상황 등에 대해서 소개하는 글을 수록하고 있는데, 이 책을 이해하는데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
아마도 당시 사람들에게 외국인이 낯설고 신기했던 듯, 포크가 가는 곳마다 사람들이 모여들어 구경하는 모습을 기록한 내용들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포크는 자신이 미국 정부의 비밀임무를 띠고 조선을 탐사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당시 외국인을 만나기 힘들었던 사람들은 가는 곳마다 포크를 보려고 몰려들었다. 처음에는 자신을 보려고 몰려든 사람들을 몽둥이로 쫓아내는 가마꾼들을 잔인하다는 이유에서 만류하는 장면이 나오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그렇게 해서라도 몰려드는 사람들을 쫓아내기를 바라는 포크의 심정이 기록되어 있다. 낯선 외국인을 구경하려고 화장실까지 쫓아오는 사람들의 무례함을 지적하면서, 그에 대한 불평이 지속적으로 토로되고 있었다.
당시 조선 정부의 권력자였던 민영익의 소개장을 들고 여행을 하면서, 도착 전에 하인을 통해서 지방의 관리들에게 소개장과 함께 편지를 보내서 편의를 제공받는 모습이 계속 등장한다. 지방관들은 대체로 포크에게 만찬과 선물 그리고 여행 경비를 제공하는 등 호의를 베풀고 있는데, 이는 아마도 민영익이라는 존재에 대한 당시의 권력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여겨진다. 포크는 지방 관아의 객사에서 묵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술과 밥을 팔고 오늘날의 여관 역할을 하는 주막을 이용했다. 밥과 술을 먹으면 숙소는 무료로 제공되기에, 대체로 이 당시의 주막 시설은 그리 좋지 못했다고 알려져 있다. 포크도 주막에서 묵으면서 끊임없이 나타나는 벌레들을 언급하고, 불결한 화장실을 제대로 이용할 수 없는 불편함을 언급하고 있다.
아울러 그가 지나친 고장마나 어떤 특색이 있는가를 언급하는데, 때로는 전설이나 그가 들었던 이야기들을 기록으로 남기기도 하였다. 예컨대 남원에서는 판소리 <춘향가>의 줄거리를 따로 기록하였고, 밀양에서는 유명한 '아랑전설'의 내용을 소개하였다. 답사 후반인 12월 6일에는 서울에서 벌어진 '갑신정변'의 소식을 듣고 자신도 해를 당할 수 있다는 두려움을 토로하면서, 만약에 자신에게 불상사가 일어난다면 자신을 돕기 위해 함께 동행했던 이들에게 약속했던 돈을 미국정부가 대신 지급하도록 기록을 남기기도 했다. ‘갑신정변’ 소식을 들은 이후부터는 자신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모든 신경이 그 사건의 경과를 제대로 이해하는데 맞춰져 있다. 마침내 왕명에 의해 남한산성으로 피신했다가, 미국 공사관으로 귀환하면서 44일 동안의 기록을 끝맺고 있다. 이 자료는 조선의 지방을 탐사하면서 자신의 목적에 맞는 정확한 내용과 견해를 기록으로 남겼다는 점에서, 이 당시의 지방사 서술에 중요한 의미를 지닐 것이라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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