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너에게서 배운다! ◈
계단 창문으로 보이는 매화나무에 온통 도톰 도톰한 생명들이 자리를 잡았다.
줄기 어디쯤에 숨어 있었는지 순식간에 밀고 올라온 것들이 점령군이 되어 나무줄기 전체를 장악했다. 아~ 봄!
뉴스에서는 근 몇십 년만의 날씨라며 호들갑이고, 반 팔 입은 여인의 뒷모습을 비추기도 한다. 그럼 뭐해~ 봄비 뒤 날씨 추워지면 모자 뒤집어쓴 구렁이 모냥 움츠릴 텐데.
자연, 너에게서 배운다! 내 살아가야 할 인생을!
구이천의 수위가 낮아졌다. 바닥을 드러낸 곳에선 작은 새들이 연신 먹이 활동을 하고, 얕은 물가에선 오리들이 떼를 이루어 자맥질로 분주하다.
고개를 물에 처박으니 난짝 들린 엉덩이에서 빛이 난다. 엉덩이가 얼굴인지, 얼굴이 엉덩인지 모를 정도로 꿍짝 대며 이어지는 자맥질로, 구이천은 옴팡집에서 흘러나오는 젓가락 장단처럼 신명 난다.
가던 길 멈춰서서 나도 모르게 발장단으로 고개가 끄떡여지고, 어깨도 시소를 탈 때
컹~자기도 끼어들고 싶었는지, 곰곰이 외마디 입 장난에 오리들 일순간 물을 박차고
하늘을 난다.
아~ 그때 깨달음 하나!
함께 모여 평화를 이야기하던 이들에게서 배워 얻은 깨달음!
같은 물에 고개를 처박고 꿍짝 거리며 자맥질을 하던 이들이, 놀라 하늘을 날 때는
같은 방향, 한 방향으로 날지 않고, 종종(種種)마다 무리를 지어 날아가는 것을 본 순간
같이 먹으니 하나가 아니라, 놀라 달아날 때 비로소 하나로 살고 있음을 보여주는 순간
좋을 때, 평화로울 때, 뜻이 맞을 때의 꿍짝거림이 아니라
슬플 때, 외로울 때, 위험할 때, 의지하고 싶을 때 한 방향으로 날아가야
친구라는, 식구라는, 교우라는 사실을
오리에게서 배운다.
물 빠져 얕아진 구이천에서 배운다.
너희들에게서 배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