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 중랑천을 걸으며 제일시장 보리밥 뷔페에 갔다가 훈둔(완탕 만두)를 산 얘기를 했지요?
완탕이란 이름은 1970년대 후반 <삼양완탕>이라는 이름으로 잠시 출시된 것을 접한 게 처음이었습니다.
전날 숙취로 의무대에 출근하면 깔깔한 속을 보드라운 완탕면 사리가 풀어주곤 했지요.
즉석식품인 만큼 만두가 아니라 얇은 만두피 같은 튀김면이었으나 전역 후 보질 못해 아쉬웠던 제품입니다.
내 기억이 어렴풋해 확인해보니 제품 사진은 없지만 특허출원 기록이 1977년 12월로 나와있네요.
과연 그 맛이 나올까? 반신반의하면서 만두피가 맑게 변할 때까지 끓여본 결과 부들부들한 만두피는
옛 생각나게 만들기 충분했습니다. 만두속은 중국만두 맛이라 호불호가 있겠으나
워낙 얇은 만두피에 중점을 둔 만두라 속은 도토리만 하니 걱정은 안 해도 되겠습니다.
문득 며칠 전 만들었던 육포가 생각납니다. 육포할 거라며 두께 4mm로 썰어 달랬더니 염려 말라며
불고기 거리를 만들어 놓았습니다. 어이가 없어서 정말~~ㅜㅜ.. 저거 비치는 거 보십시오.
안주로 먹자니 얇아서 단 맛도 안 나고...
이걸 눅눅하게 졸여 고명으로 쓰면 어떨까?
육포로는 속이 상했지만 고명으로는 짭짤하니 그럴 듯 합니다.
완탕만두(훈둔)을 산 뒤 며칠 동안 냉장실에 방치해 두었더니 만두피가 서로 눌어 붙었습니다.
아쉬운대로 먹긴 했지만 뭔가 모자란 듯 하지요?
훈둔과 완탕이란 말은 서로 혼용해서 쓰인답니다.
그래서 마트에 가 다시 사려는데 <미수아>란 필리핀 소면이 있습니다.
중국산 계란면사리도 있었지만 이게 더 가늘어 완탕이랑 잘 어울릴 것 같습니다.
데쳐서 냉동실에 넣어 두었던 블로컬리, 새우, 전복을 차출합니다.
계란탕에 반쯤 익혀둔 만두를 넣어 푹 끓여지면 새우 전복과 소면을 넣어 한소끔 끓입니다.
해장은 뜨끈할 때 훌훌 불어 먹어야 제 격이지요.
전복, 새우 블로컬리, 계란탕의 해말간 꼴라보
끓일 때 신경쓰이긴 하지만 <미수아>란 소면과 완탕만두의 궁합도 보들하니 굳, 굳, 굳입니다.
다인푸드에서는 새우완탕, 정의식품에서는 고기속 훈둔이 나옵니다.
여름엔 드라이아이스 듬뿍 넣은 스티로폴 박스가 필수입니다.
닥다리로 가는 길
http://blog.daum.net/fotomani
첫댓글 옛날 먹어본 음식 중 머리 속에 남는 것이 완탕입니다.
아마 그 분위기에서 다시 먹어야만 제 맛이 나겠지만
그 비슷한 맛이라도 나면 오래된 친구를 만나는 기분일 겁니다.
우연히 중국식자재마트에서 만난 훈둔이 바로 그거였습니다.
소위 완탕이라는 거지요.
완탕의 진수는 비단이 닿는 듯한 부드러움에 있습니다.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음식이 아니라 그런지 언제 먹어 보았는지 기억에도 없습니다
아주 가는 Angel Hair Pasta 가 있는데 이게 혹시 '미수아' 가 아닐까 ?
그럴 지도 모릅니다.
고급은 아니고 이름은 그럴 듯한 Tiffany라는 회사의 싼 누들입니다.
음식은 물론이고 각종 식자재까지 보관하려면
원장님 댁의 냉장고가 얼마나 켜야 할지...
별게 다 궁금하고 걱정되는 밤이네요^^
아주 쬐끔씩만 보관하고 있으니 너무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가끔 마누라가 쓸 재료를 동내서 야단 맞긴 하지만서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