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커피숍여자 2011-07-30
우리 커피숍 파트타임 직원을 뽑을 때 내가 꼭 물어보는 질문이'자신의 work ethic을 설명해보라'는 것이다.
자리에 비해서 너무 심각한 질문일 수도 있겠지만, 아무리 작은 일이라도 열심히 하고 싶다는
말을 스스로 하는 것을 듣고 싶어 그 질문을 하곤 한다.
이곳 캐나다에서 10여년이 넘는 동안 일한 경험, 듣고 보고 직간접으로 느낀 것을 가지고
캐나다 사람들이 일에 대해 어떤 태도를 갖고 있는지,
내가 기억하는 한국의 경우와 비교해서 정리해봐도 흥미로울 것 같다.
물론 아주 개인적인 소견피력이 되겠지만.
물론, 개인차는 당연히 있다. 특히 높은 연봉의 직장이나 전문직을 목표로 하는 사람들은
어느 나라를 불문하고 self-motivated, driven 하다는 점이 공통이겠다.
여기서는 소위'보통'직장인들의 경우에 대한 관찰이라고 해두자.
또 같은 캐나다라도 동부와 서부가 약간 다를 수 있다.
토론토등 대도시와 약간 relax한 밴쿠버에서의 일하는 분위기는 다소 차이가 있을 것이다.
Work Ethic
우선'work ethic'의 사전적인 정의를 보면'a set of values based on hard work and diligence'라고 되어있다.
즉 일을 열심히 부지런히 하는 것에 대해 갖고 있는 가치관이란 얘기다.
예컨대 함부로 늦거나 결근하지 않고, 남이 시키기 전에 찾아서 한다든지, 신뢰를 주는 직원이 된다든지,
좋은 팀원이 된다든지 하는 것 말이다. 다 좋은 말인데, 그것의 정도에 따라서 문화별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시간 개념
캐나다에서 첫 직장생활을 하면서 가장 먼저 눈치챈 것은 바로 다들 '칼출근'에'칼퇴근'한다는 것이었다.
정부 사무실이여서 더욱 그런 면도 있었겠지만, 수년동안 반시간 먼저 출근하는 사람은 나 밖에 없었다.
반시간은 커녕, 5분 먼저 도착하는 사람들도 아주 드물었다.
다들 용하게도 정시'땡'치면 사무실에 들어서고,'땡'치면 자리에서 발딱 일어나서 뒤도 안돌아보고 나가버린다.
대신 지각 출근하는 것은 나쁜 평가를 받게 된다. 한국처럼 어제 저녁 회식자리에서 과음한 것을
모두 아는 상황이니 10분정도 늦어도 모두 이해해주겠지 하는 분위기가 아니라는 것이다.
출퇴근이 너무 정확한 것이 과연 공무원들이라 그런가 하고 보니, 사기업도 마찬가지다.
union이 있냐 없냐에 따라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조금만 늦게 일을 하게 되면
over-time 지불을 해야 하기 때문에 사전 허락이 필요하다. 게다가 공휴일에 나와서 일하게 된다면
임금의 두 배를 지불해야 하므로 웬만한 고용주는 별로 달갑지 않아한다.웬만한 사무실도
업무시간이 땡 치면 전화받는 일이 없다.
그래도 회사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보수와 상관없이 나서서 일하겠다고 한다면 별 문제될 것은 없을 터인데,
굳이 그러려고 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이다.
몇년전 밴쿠버에 있는 사기업에서 처음 일을 시작했을 때 혼자 일요일에 나와 업무를 정리했다고 하니
나의 상사가 아주 곤란한 표정을 지었던 것이 기억이 난다.
혹시 내가 overtime pay를 원하기라도 하면 어쩌나 하는...
그걸,'일을 빨리 배우려고 하는 새로운 직원의 기특한 노력'이라고 생각되어지지가 않는 모양이었다.
그만큼, 정규 근무시간은 9시간, 그외의 시간은 자신의 시간이라는 생각이 뚜렷하다.
보통 4-5시쯤 퇴근해서 그 후에 다른 여가생활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다.
한국처럼 근무후 집에 돌아와 식구들과 저녁먹고 TV 두어시간 보고나면
다음날 출근을 위해 바로 잠자리로 들어야하는 경우는 아주 바쁜 고액연봉자 밖에는 없다고 생각된다.
그러니까 직장생활에 목을 매는 사람들이 없다는 것. 대신 자신의 시간을 잘 관리해서 일이외의 것에
시간을 배정하고 그렇게 생활의 균형을 가지려고 한다.
그 이유중의 하나는 아마도 대다수의 캐나다인들이 어린 나이부터 직장생활을 시작하기 때문일 것 같다.
집이 아무리 여유가 있어도, 부모들은 자식들이 고학년 (grade 10, 즉 16세정도)이 되면
사회에 나가서 파트타임으로라도 일을 하기를 원한다. 일정시간 일을 하여 보수를 받는 과정을 통해서
노동의 가치, 시간의 가치 그리고 금전관리를 배우게 되기 때문이다.
내가 아는 사람들중에서 나의 경우처럼 대학을 졸업한 후 첫 직장을 가진 경우를 단 한번도본 적이 없다.
몇번 경험삼아 한 아르바이트 이외에 첫 직장을 얻을 때까지 부모님께 용돈을 받아썼던
내가 몹씨 부끄러워지는 게 사실이다.
Take a Break
캐나다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또 하나 특이하게 다가온 것중 하나가'휴식'시간을 철저히 지킨다는 것이다.
1999년 6월 밴쿠버 첫 직장 첫 날 오전 11시즈음이 되자
나의 상사가"Why don't you take a coffee break now?"라고 말했을 때 나는 그녀가 나를 테스트하는 줄 알았다.
감히 신입사원인 주제에 한 일도 별로 없는 첫날 무슨 휴식? 그래서 손을 내저으며 괜찮다고 했는데,
그녀는 아주 심각한 표정으로 꼭 휴식을 취해야 한다며 반강제로 나를 사무실에서 내보내다시피 한 기억이 난다.
일을 하면서'휴식'을 취하는 것은 고용된 사람의 권리라는 것. 보통 3시간일하고 나면 15분 쉬게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커피숍 직원들에게 나쁜 고용주가 되기 싫어서 예전에 나의 상사가 내게 했듯이 괜찮다는 데도
휴식을 취하라고 먼저 얘기할때가 많다.
직장에 대한 애착심
우리는 한번 직장에 들어가면 일단은'다닐수 있을 만큼 오래 다녀야지'하고 결심을 하는 것이 보통이겠다.
직장을 자주 바꾸는 것은 왠지 옳지 않아보인다.
그런데 캐나다사람들은 새 직장을 시작한 지 일주일도 되지 않아서
다른 job을 찾는 웹싸이트를 보고 있다. 그게 새로운 직장이 싫어서가 아니라 정보에 뒤떨어져서
더 좋은 기회를 놓치기 싫다는 마음때문이란다.
언제 어디서 기가 막힌 자리가 나올지도 모르기 때문에 언제나 안테나를 세우고 있다.
그러니 자신의 직장을 평생직장으로 여기고 회사일을 자기자신의 일인 것처럼
생각하는 마음자체가 생길 수가 없다.
따분한 일이면 따분한 대로, 성과에 예민한 일이면 또 그런대로 스트레스를 받기는 마찬가지이고
그에 대한 보수만 적절하면 언제든지 옮길 수 있다는 태도를 자주 볼 수 있다.
게다가 자기 개발까지 할 수 있다면 보너스라고 생각한다.
일의 진행과 처리속도
한국에서 일할 때는 콩을 볶아먹듯이 일을 진행하던 일이 예사였었다.
특히 몸담고 있던 광고홍보쪽 일은 오늘 서울서 주문한 플랑카드가
내일 오후에 대구 매장에 내려가 있어야 하는 바쁜 상황들이 자주 일어났고, 불쌍한 업자들은
나의 잔소리에 시달려가면서 그 일을 해냈으니, 지금 생각하면 말도 안되는 일들이다.
이곳에서 그런 일은...? 상상도 못하는 일이다. 한국서 하던 대로 무대포로 밀어붙어봤자
'뭐 저런 사람이 다 있나'는 표정만이 돌아올 뿐이다.
결국은 혼자 발만 동동 구르다가, 포기하고 다음부턴 시간계획을 잘 짜서 할 수 밖에.
그것도 아주~ 여유있는 계획을.
어떤 일을 맡아도 좀 더 빨리 해내기 위해서 밤샘 근무하는 일은 거의 없다.
나중에 목표가 안 이루어졌으면,'상사가 계획을 잘못 짜서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았다'는 식으로
자신의 상사에게 화살을 돌리는 것을 불사한다. 그런 설명이 reasonable하다면 받아들여지는 것도 현실이다.
아무리 그래도 회사에 중요한 일이라면 팔을 걷어붙이고 뛰어들어야 할 텐데,
그런 마음가짐이나 희생정신은거의 기대할 수가 없다.'
내가 하루라도 안 나가면 일이 처리가 되지 않는다'고 믿으면서 사명감을 갖고 일하는 한국 직장인들과는
차이가 많이 나는 태도이다.
그러니 뭐든 급하게 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deadline'은
그래서'희망적인'deadline으로 그치고 마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대신 시간을 갖고 하는 만큼 빈틈이나 시행착오가 적어지는 장점은 있는 것 같다.
Team Work
직장에는 자신이 속한 팀이 있게 마련이다. 거기서 좀 튀어보려는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 팀원들간에 책임을 분산시켜서 일을 처리하는 데 다들 익숙한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이곳 교육시스템의 많은 부분이 팀 프로젝트를 하는 환경이라서 그런 거란 짐작이다.
아무리 똑똑한 상사가 큰 뜻을 갖고 진두지휘하더라도 그 정도가 조금만 강력하면
그것은'훌륭한 리더십'이 아니라 자칫'리더십 제로'로 불리기 쉽다.
하나하나의 의견을 묻고 수렴하려는 자세가 없이는 팀원들의 협조를 얻을 수 없고,
따라서 팀의 리더역할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따라서 강한 카리스마로 밀어붙이는
한국식 팀장은 별로 인기가 없을 것 같다.
팀워크는 이곳의 직장생활에서 가장 중요한 키워드가 아닐까 생각한다.
건조한 인간관계가 대부분일 것 같은 이곳도 일단 같은 팀원이 되면
의외로 쉽게 강한 유대감을 형성하는 듯 하다.
맺는 말
마무리하자면, 캐나다사람들은 주어진 시간내에서 팀원으로서 직장생활하는 데에 익숙해있다.
게으르진 않지만, 나의 일을 위해서는 뭔가 extra를 내던져도 괜찮다는 mentality는 별로 없어 보인다.
따라서 한 직장에 애착을 갖고 오래 다니는 일은 드물고, 그게 특별히 바람직한 일로 여겨지지도 않는다.
캐나다인들에게 남녀를 불문하고 10대부터 시작하여 60세-65세 은퇴할 때까지 직장생활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다.
따라서'job을 갖는다'는 것은 income source로서, 인간관계의 network source로서 필요한 것으로 인식되고,
그렇기 때문에, 필요한 것이상은 하지 않는 것에 익숙한, 그런 직업관을 가졌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따라서 직업에 대한 귀천의식도 한국과 비교하면 아주 희박하다고 할 수 있다.
삶에서 항상 일보다 중요한 것이 있는 캐나다 사람들. 일이 인생의 전부가 아니라고 생각하는 캐나다 사람들.
그래서 이들이 더 행복하다고는 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직장으로부터 배신(?)당하거나
일로 인해 허탈해지는일이 생겨도 스트레스가 덜 할 거란 생각이 든다.
첫댓글 저도 주어진 시간속에서 일을 열심히
성실히 하는 것이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CEO도 아닌데 CEO처럼 시간구애 안받고 일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남의 귀중한 시간을 뺏는 것이지요.한국에서는 충성심을 그렇게
일찍 출근하고 늦게 퇴근하는 것으로 판단을 한다면
사원들의 개인적인 일도 있는데,사생활을 침범하는것이 아닌가요?
그들에게 가족도 있다면 더욱 가족간에 서로 같이하는 시간을 뺏는 셈이 아닌가요?
제가 이글을 읽고 바른 판단의 생각을 잘했는지...
글쓴이께서 관찰을 잘 하셨네요. 캐나다나 미국이나 비슷해서 공감이 되고,
이분께서 직장에서 많이 성실한 분이셨던것 같습니다.
커피숍 주인장이신것 같은데 커피숍도 잘 경영하실것 같으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