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딸과 함께 읽는 소설 여행 6
12. 학(황순원) 줄거리
성삼이는 6.25 동란 중 치안대원이 되어 고향에 나타난다. 고향의 모습은 옛날과는 많이 달라지고 사람들도 불신감에 젖어 서로를 경계한다.
성삼이는 치안대 사무소에서 어릴 적 단짝 동무였던 덕재를 만나게 된다. 덕재는 농민동맹 부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에 체포되어 온 것이다. 성삼이는 덕재의 호송을 자청한다.
성삼이는 덕재를 호송하던 도중, 유년 시절 덕재와 함께 호박잎 담배를 나눠 피우던 기어과 함께 밤을 훔치러 갔던 일을 떠올리면서 치안대원으로서의 임무와 우정 사이에서 갈등한다.
상삼이는 고갯길에서 덕재의 순박성을 확인하게 된다. 덕재는 빈농이라는 이유로, 또 아버지가 병석에 누워 있었기 때문에 피난을 가지 못해, 어쩔 수 없이 농민동맹부위원장이 되었던 것이다.
성삼이는 고갯마루를 넘어 오면서 학 떼를 발견하고 어린 시절 덕재와 함께 학 사냥을 했던 기억을 떠올린다. 성삼이와 덕재는 학을 올가미에 묶었다가 사냥꾼이 학을 잡으려 왔다는 소식을 듣고 학을 풀어 주었던 것이다.
결국 성삼이는 덕재의 포승줄을 풀어 준다. 덕재는 처음에는 성삼이의 의도를 알아차리지 못했으나 나중에는 자기더러 빨리 도망치라는 뜻임을 알게 된다. 때마침 하늘에는 우정과 인간성의 회복을 상징하듯 단정학 두 세 마리가 날고 있었다.
핵심 정리
배경 :시간(1950년 6·25 전쟁 당시의 가을). 공간(삼팔 접경의 북쪽 마을)
경향 : 휴머니즘
시점 : 작가 관찰자 시점(부분적으로 전지적 작가 시점이 나타남)
표현 : 암시와 상징을 통한 주제 유도
주제 : 사상과 이념을 초월한 인간애의 실현
등장 인물
성삼 : 이데올로기에 영향을 받지 않은 농민. 덕재와 한 마을 친구로 전쟁과 함께 치안 대원이 됨
덕재 : 전쟁 후 단지 빈농(貧農)이라는 이유로 농민 동맹 부위원장이 됨. 순박, 선량한 농민.
이해와 감상
황순원의 서정적 감각이 잘 드러나 있는 작품. 6.25라는 전쟁 속에서 각기 다른 이데올로기 편에 서게 된 성삼과 덕재가 이념이라는 형식적인 굴레를 벗어나 우정을 확인하게 되는 과정을 그리면서, 무엇으로도 파괴될 수 없는 인간 본연의 심성이 작가 휴머니즘정신 속에 진하게 표현됨
황순원의 초기 작품들이 시간이나 공간을 의식하지 않은 것에 비해서 이 작품에는 6.25라는 전쟁 상황과 삼팔선 접경 마을이라는 뚜렷한 배경이 제시되어 있다. 이는 역사적 의미를 부여하기 위한 것으로, 국토 분단과 동족 상잔의 참화를 겪은 비극의 현장으로서 이 나라 강토를 대표하는 마을이라는 뜻이다. 여기에 6.25라는 비극의 시대가 무한한 자유를 동경하던 유년 시절과 대립되어 극적 효과를 높이고 있다. 즉, 이러한 특정의 시공간은 소설 속에 사건의 전개와 논리적으로 일치하고 있으며 작가의 주제 의식을 표출하기 위해서 밀접한 관련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주제는 이미지로써 암시된다. 이 작품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주요 소재는 고향의 밤나무, 담배, 고갯길, 아버지, 꼬맹이, 학 등으로 향토성이 짙은 것들이다. 이 소재들의 의미는 정치적 이데올로기를 초월하는 향토, 농사, 혈육 등에 대한 깊은 애정이다. 더구나 그러한 소재와 연결되는 사건들이 시간적 순서를 뛰어넘어 간결하게 표현되어 있다. 그러므로 이 '학'의 이미지는 순수한 인간 속성의 원형을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학'은 주제적 사물로서 절정부분에 나타난다. 소년들이 학을 풀어 주었던 과거의 에피소드는 이데올로기에 왜곡된 인간을 구원하는 힘은 인간의 순수한 마음밖에 없다는 작가 의식을 은연중에 드러내고 있다. 성삼은 학 사냥을 하자는 제의로 덕재를 놓아 주겠다는 암시를 표출하고 있는데, 여기서 '학'은 '흰 옷을 입은 사람들'로 비유되는 우리 민족을 나타내는 것이고, 학을 놓아 주는 것은 결국 우리 민족 고유의 심성을 표출한 것으로 이 역시 이념을 초월하여 인간 본연의 심성인 우정의 회복을 상징하고 있다. 즉, '학'은 우정 회복의 매체가 되어 손상된 우정을 치유하는 것이다.
구성은 시간의 순서에 따라 전개해 나가면서 중간중간에 과거의 사건들을 삽입하는 방식을 통해 우정을 회복하여 가는 계기를 마련하고 있다. 여기에 삽입되는 에피소드는 담배와 밤서리, 학에 관한 것으로 이것은 모두 과거에 덕재와 나누었던 추억을 회상시키는 것으로 우정을 회복하게 하는 매개물로서의 역할을 해내고 있다. 덕재를 호송해 가는 도중 성삼이 연거푸 피워 대는 담배는 자신의 착잡하고 초조한 심리를 묘사하고 있다. 특히,어릴 때 덕재와 함께 태웠던 호박잎 담배에 대한 추억에, 새로 피워 문 담배를 내던지는 것은 덕재에 대한 우정을 형상화시키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이다.
결말부에 가서 고개를 중심으로 성삼과 덕재의 우정이 회복되는 모습을 보여 주고 있는데, 고개라는 것의 상징적 이미지를 이용해 고개를 넘어섬으로써 이념이라는 갈등을 넘어서고 우정이 회복되는 구조를 보이고 있는 것도 이 작품의 특징이라고 할 숭 있다.
간결한 문체와 세부 묘사를 생략한 암시적인 문장의 효과를 충분히 살리고 있다는 것과 치밀한 심리 묘사가 더욱 돋보이는 이 작품은, 전쟁이라는 비극적 상황 속에서 이념의 공허성과 비인간성을 지적하면서 인간의 내부에 근본적으로 잠재해 있는 본연의 품성을 회복하는 두 인물을 제시함으로써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이데올로기의 대립으로 인한 전쟁의 비극을 제시, 비판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