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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심으로 돌아갑시다(3099)//// 우리시 평론 / 가족해체와 늘어나는 위기 가정
가족해체와 늘어나는 위기 가정
마경덕(시인)
나방의 긍정 / 오후랑 (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나의 낮은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 꺼지지 않는 낮은 좀 우울했어요 내 표정을 보고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므로 그건 예외이고요
그래요 꽃 말고도 내게 향해줄 것을 찾다가 지난밤을 밤이 아닌 것처럼 꼴딱 샌 거죠 불어터진 라면발 같이 풀어진 졸음과 갓 삶은 계란처럼 뜨거운 열정이 마구 섞여 골라낼 이유 없는 은밀한 밤의 계단을 지나면
요란한 풀밭이 나와요 나는 투명 수채화처럼 색칠됐고요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봤어요 거친 붓칠 같은 숨결들이 빙빙 돌며 나의 길을 더 어지러이 파닥이게 하는 그런 일탈
조명발 좀 받아 보자고요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요 가령 별이라든가 주머니라든가 물론 작명소에 들러야죠 아핫 아버지 아시면
날갯죽지 확 꺾어 버리고 호적 파버린다 하실 텐데
괜찮아요 이미 얼굴을 다 잊어버린 이름들과 꽃 같은 조명 밑에 납작 엎드려 본 것이나 나선으로 머리를 흔들어대며 다 드러난 나를 외워댔던 일이나 또 너무 멀어 다시 올 리 없는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 게 없어요
‘나비’가 아닌 ‘나방’이 되어 세상을 살아가기란 힘에 겹다. 좋은 스펙(spec)과 외모, 든든한 배경은 마치 “나비의 화려한 날개” 같은 것이어서 금방 눈에 띈다. 반면 몸집도 왜소하고 볼품없는 ‘나방’은 타인의 이목을 끌지도 못하고 쉽게 잊힌다. 「나방의 긍정」은 마치 신분이 다른 “금수저와 흙수저”를 연상하게 한다. 자신의 힘으로 살아가야 하는 화자는 선택에서 밀려나는 불리한 조건을 가진 ‘흙수저’인 ‘나방’이다. 그러나 화자의 어투는 긍정적이고 발랄하다. 힘든 일도 별 거 아니라는 듯, 이미 불행에 익숙해 있다는 듯.
가난한 화자는 “낮과 밤을 쉬지 않고” 일해야만 살 수 있다. ‘꽃’ 같은 나이인데도 거울 속의 자신을 바라보면 늘 우울한 표정이다. 아무도 웃어주지 않고 화자 역시 웃지 못한다. 누구에게나 활짝 웃어주는 건 ‘꽃’뿐이다. ‘나방’에게 우호적인 ‘꽃’ 말고도 자신에게 도움이 될 것을 찾다가 몇 푼의 수당이 붙는 야근을 택한다. 불어터진 라면으로 저녁을 때우고 갓 삶은 계란처럼 뜨거운 열정으로 밤을 꼬박 새며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이어가는 현시대의 젊은이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은밀하게, 주인의 눈을 피해 잠깐잠깐 잠을 달래는 밤의 계단을 지나면 날이 밝아오고 “요란한 풀밭”이 나온다.
“요란한 풀밭”은 가지고 싶은 것들이 널려있는 세상이다. 화자는 투명한 수채화여서 눈에 띄지 않는 미미한 존재이다.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보아도 원하는 것은 너무 멀리 있다. 그때마다 거친 붓칠 같은 숨결들이 어지럽게 빙빙 돌며 유혹을 한다.
세상을 살아가는 방식은 여러 가지가 있다. 쉽고 빠르게, 단숨에, 많은 것을 가지려고 불법과 손을 잡는다. 그럴싸한 유혹에 빠져 한판 뒤집기를 꿈꾸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나방’인 화자도 때로는 자신을 억압하는 굴레에서 벗어나고픈 유혹에 빠지기도 하고 일탈을 꿈꾸기도 한다.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조명발도 받아보고 싶다. 별처럼 반짝이거나 미래를 두둑이 담아둘 주머니도 가지고 싶어진다. 평등하지 않는 사회와 운명에 대한 적개심은 일탈로 다가온다. 작명소에 들러 이름을 바꾼다는 것은 변신을 뜻한다. 대출을 받아 외모를 뜯어고치고 개명까지 하면 신분이 달라질 수 있을 텐데 그의 뒤에는 날갯죽지 확 꺾어 버리고 호적 파버릴 호랑이 같은 아버지가 있다. 자신의 분수에 맞게 살아가라는 교훈이 그를 붙잡고 있었지만 이제 아버지의 불호령도 괜찮다고 한다. 이미 얼굴을 다 잊어버린 이름들이란, 가족이 해체되었음을 짐작하게 한다.
누가 이 ‘나방’을 돌봐줄 것인가. 화려한 조명 밑에 납작 엎드려야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나선으로 머리를 흔들어대며 다 드러난 자신을 외워댔던 일은 드러난 자신의 정체나 처지를 인정하고 싶지 않아 부인하는 행위이다. 그렇다고 처지는 바뀌지 않는다.
너무 멀어 다시 올 리 없는 “환각의 벽”은 꿈속의 세상이다. 그곳을 향해 달려들어도 현실은 냉정하다. 각박한 현실의 벽에 머리를 처박고 정신이 번쩍 들었을 것이다. 이제 절망의 끝까지 가보았으니 그보다 더한 일이 있다 해도 무서울 게 없다.
의지가지없는 한 사람의 무력한 존재가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은 만만하지 않다.「나방의 긍정」은 불우한 처지에 당면한 수많은 젊은이들의 모습이다. “긍정을 긍정하는” 것이 아닌, “부정을 긍정하는”「나방의 긍정」은 현시대의 문제점을 시종 발랄한 어투로 치밀하게 파고들고 있다.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이예진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금값이 올랐다
언니는 손금을 팔러갔다
엄마랑 아빠는 이제부터 따로 살 거란다
내가 어릴 때, 동화를 쓴 적이 있다 내가 언니의 숙제를 찢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언니도 화가 나서 엄마의 가계부를 찢었고 엄마는 아빠의 신문을 찢고 아빠는 달력을 찢다가, 온 세상에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펄펄 내리며 끝난다
손금이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집에 남고 싶은 것은 정말로 나 하나뿐일까? 언니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더는 찢을 것이 없었다 눈이 쌓이고 금값이 오르고 검은 외투를 꽁꽁 여민 사람들이 거리를 쏘아 다녔다
엄마는 결국 한 돈짜리 목걸이를 한 애인을 따라갔지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따로 따로 떨어지는 눈과
따로 노는 낡고 지친 눈빛을
집이 사라지고 방향이 생겼다
‘금값’이 올랐다고 한다. 은행예금 금리가 떨어지고 물가상승이 이어지면 낮은 실질금리로 세계 경제가 불안해 ‘금값’은 오른다. 치솟는 물가에 경제는 바닥을 치고 생활고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
언니가 가진 것은 ‘금’이 아닌 ‘손금’뿐이다. ‘손금’을 팔러 갔다는 것은 ‘돈’을 벌러 갔다는 것이다. 손을 움직여야 하는 노동, 즉 몸이 밑천이다.
부부가 헤어지고 가족이 해체되면서 그나마 노동력을 가진 언니는 집을 나갔다. 동생인 화자가 어릴 때, 동화를 쓴 적이 있는데 언니의 숙제를 찢으면 언니도 화가 나서 엄마의 가계부를 찢고 엄마는 아빠의 신문을 찢고 아빠는 달력을 찢었다고 한다. 어릴 적부터 불화가 시작되고 있었다. 그 여파는 점점 번져 온 세상에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펄펄 내리며 끝이 난다. ‘가난’이 화근이었다. 경제력이 없는 무능한 가장과 딸린 가족은 생활고를 겪으며 싸움은 크게 번져 끝내 돌이킬 수 없게 되었다.
‘손금’이 사라진 사람들은 소식조차 없고 더는 찢을 것이 없는 상황까지 치닫는다. 급격한 산업화와 새로운 가치관으로 개인주의가 만연한 현시대는 자식에게 자신의 일생을 바치는 희생을 원치 않는다. 암담한 현실을 탈출하기 위해 엄마는 금 한 돈짜리 남자를 따라가 버리고 아빠는 한 달에 한번만 들르겠다고 한다. 결국 혼자 남겨진 아이에게 집은 사라져버렸다. 이제 어디로 가야 하나. 서 있는 곳이 “눈 덮인 막막한 설원”이다. 따로따로 떨어지는 눈처럼 아이는 예측할 수 없는 또 다른 길을 가야 한다.
눈부신 ‘설원’은 언뜻 보면 아름답고 낭만적인 제목으로 읽히지만 들여다보면 한 가정이 뿔뿔이 흩어지는 “냉담하고 불안한 현실”을 담담하게 묘사하고 있다. 그 담담함 속에 한 가족의 뼈가 시린 아픔이 있다.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가장 기본적인 단위이다. 혈연 중심의 대가족 형태에서 핵가족의 등장으로 가족구성원의 유대감이나 소속감이 약화되면서 혈연으로 맺어진 가족관(家族觀)도 함께 무너지고 있다.
우리詩 평론 (2023년 4월호)
[출처] 우리시 평론 / 가족해체와 늘어나는 위기 가정|작성자 마경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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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방의 긍정 / 오후랑 (2023년 광주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나의 낮은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 꺼지지 않는 낮은 좀 우울했어요 내 표정을 보고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므로 그건 예외이고요
그래요 꽃 말고도 내게 향해줄 것을 찾다가 지난밤을 밤이 아닌 것처럼 꼴딱 샌 거죠 불어터진 라면발 같이 풀어진 졸음과 갓 삶은 계란처럼 뜨거운 열정이 마구 섞여 골라낼 이유 없는 은밀한 밤의 계단을 지나면
요란한 풀밭이 나와요 나는 투명 수채화처럼 색칠됐고요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봤어요 거친 붓칠 같은 숨결들이 빙빙 돌며 나의 길을 더 어지러이 파닥이게 하는 그런 일탈
조명발 좀 받아 보자고요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요 가령 별이라든가 주머니라든가 물론 작명소에 들러야죠 아핫 아버지 아시면
날갯죽지 확 꺾어 버리고 호적 파버린다 하실 텐데
괜찮아요 이미 얼굴을 다 잊어버린 이름들과 꽃 같은 조명 밑에 납작 엎드려 본 것이나 나선으로 머리를 흔들어대며 다 드러난 나를 외워댔던 일이나 또 너무 멀어 다시 올 리 없는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 게 없어요
이 시 「나방의 긍정」은 '나방'이라는 존재를 통해 소외된 자아의 욕망과 일탈, 그리고 자기 긍정의 과정을 독특한 상상력으로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제목의 의미: 왜 '나방'인가
보통 나방은 밤에 불빛을 맴돌다가 스스로를 소진하는 곤충으로 인식됩니다. 그래서 문학에서는 종종 방황, 욕망, 위험한 동경의 상징으로 쓰입니다.
그런데 이 시에서 나방은 단순히 어리석게 빛을 좇는 존재가 아닙니다.
화자는 오히려 나방의 삶 속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합니다. 그래서 제목도 「나방의 비극」이 아니라 **「나방의 긍정」**입니다.
1. 우울한 일상과 소외된 자아
"나의 낮은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 꺼지지 않는 낮은 좀 우울했어요"
이 구절에는 반복되는 일상이 담겨 있습니다.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은 하루 24시간을 의미하며, '꺼지지 않는 낮'은 휴식도 변화도 없는 단조로운 현실을 암시합니다.
또
"내 표정을 보고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라는 고백에서는 인정받지 못하고 외면당하는 화자의 모습이 드러납니다.
다만
"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므로"
라는 구절은 중요합니다.
꽃은 차별하지 않습니다. 자신을 봐주는 존재가 없어도 꽃은 모든 존재에게 열려 있습니다.
2. 밤은 탈출구가 된다
이 시에서 밤은 단순한 밤이 아닙니다.
"지난밤을 밤이 아닌 것처럼 꼴딱 샌 거죠"
밤은 현실의 규칙이 무너지는 공간입니다.
화자는 잠도 자지 않은 채 환상과 열정이 뒤섞인 상태로
"은밀한 밤의 계단"
을 올라갑니다.
그 끝에서 만난 것은
"요란한 풀밭"
입니다.
이는 현실과 다른 자유로운 세계를 상징하는 공간으로 읽을 수 있습니다.
3. 나방의 비행과 자기 해방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봤어요"
입니다.
보통 날개라고 하지 않고 '겨드랑이'라고 표현한 점이 독특합니다.
나방도 인간도 불완전한 몸을 가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날아보려는 의지가 강조됩니다.
또
"조명발 좀 받아 보자고요"
라는 표현에서는 그동안 주목받지 못했던 존재가 한 번쯤은 빛의 중심에 서고 싶은 욕망을 드러냅니다.
4. 개명하고 싶은 욕망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요"
이름을 바꾸고 싶다는 것은 새로운 존재가 되고 싶다는 뜻입니다.
특히
"별이라든가 주머니라든가"
라는 엉뚱한 상상은 현실의 정체성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을 보여줍니다.
여기서 유머도 등장합니다.
"아버지 아시면 / 날갯죽지 확 꺾어 버리고"
가부장적 권위와 통제를 희화화하면서 화자는 억압된 현실을 가볍게 비튼다.
5. 결말의 긍정
마지막 부분에서 화자는 자신이 했던 수많은 실패와 방황을 돌아봅니다.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 게 없어요"
보통 벽에 부딪힌다는 것은 실패입니다
하지만 화자는 그것을 실패로 보지 않습니다.
수없이 부딪혀 본 사람은 더 이상 두렵지 않다는 것입니다.
여기에서 제목의 의미가 완성됩니다.
나방은 빛에 뛰어들어 상처 입지만, 그 상처 때문에 더 이상 두려워하지 않는 존재입니다.
주제
이 시의 주제는 다음과 같이 정리할 수 있습니다.
소외된 존재의 자유와 자기 긍정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과 일탈의 상상력
실패와 상처를 경험한 뒤 얻는 성장
빛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의 모습을 통한 자아 탐색
특히 이 작품의 매력은 우울한 현실을 다루면서도 비관으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나방처럼 불빛을 향해 무모하게 날아오르는 행위를 시인은 파멸이 아닌 용기와 긍정의 몸짓으로 새롭게 해석하고 있습니다.
오후랑의 「나방의 긍정」은 최근 신춘문예 당선작들에서 자주 보이는 'MZ세대적 감성'과 '환상적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입니다. 이 시는 단순히 나방을 소재로 한 작품이 아니라, 억압된 자아가 자신의 존재를 긍정해 가는 성장 서사로 읽을 수 있습니다.
작품의 핵심 이미지, '나방'
나방은 흔히 불빛에 이끌려 날아가는 존재로 알려져 있습니다. 시인은 이러한 나방의 습성을 '위험한 욕망'이 아니라 '자기 발견을 향한 도전'으로 전환시킵니다.
화자는 처음부터 우울한 현실에 갇혀 있습니다.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 꺼지지 않는 낮"
이 구절은 하루 종일 똑같이 반복되는 일상, 탈출구 없는 삶의 상태를 의미합니다. 화자는 아무도 자신의 표정을 보고 웃어주지 않는 외로운 존재입니다.
꽃과 불빛의 의미
"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므로"
꽃은 이 시에서 유일한 위로입니다.
사람들은 화자를 외면하지만 꽃은 차별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래서 화자는
"꽃 말고도 내게 향해줄 것을 찾다가"
누군가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갈망합니다.
이 갈망이 결국 나방이 불빛을 향해 날아가는 행동으로 이어집니다.
밤의 세계는 또 하나의 현실
이 작품에서 밤은 단순한 시간이 아닙니다.
밤은 현실의 규칙이 사라지는 공간입니다.
"은밀한 밤의 계단을 지나면 요란한 풀밭이 나와요"
여기서 계단은 현실에서 환상으로 이동하는 통로입니다.
화자는 이 세계에서
"투명 수채화처럼 색칠됐고요"
라고 말합니다.
색이 없는 존재였던 자신이 색을 입게 된 것입니다.
즉, 존재감을 획득하는 과정입니다.
개명하고 싶은 욕망
시의 가장 독특한 부분은 다음 대목입니다.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요"
이름은 정체성입니다.
현재의 자신으로는 만족할 수 없기에 다른 이름이 되고 싶어 합니다.
흥미로운 것은
"별이라든가 주머니라든가"
와 같이 다소 엉뚱한 이름을 원하는 점입니다.
별은 빛나는 존재이고, 주머니는 무엇인가를 품는 존재입니다.
이는 결국 현재 부족하다고 느끼는 자신의 모습을 보완하려는 욕망으로 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의 의미
"아버지 아시면 날갯죽지 확 꺾어 버리고"
여기서 아버지는 단순한 부모라기보다 사회적 규범과 통제를 상징하는 존재로 읽힙니다.
밤의 일탈을 허락하지 않는 현실의 권위입니다.
그러나 화자는 이미 많이 부딪혀 본 사람입니다.
제목이 말하는 '긍정'
시의 마지막 부분은 작품의 핵심입니다.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 게 없어요"
나방은 결국 불빛에 몸을 던집니다.
상처도 입고 실패도 합니다.
하지만 화자는 그것을 부정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상처 입어 본 경험이 오히려 두려움을 없애 주었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이 시의 제목은 「나방의 긍정」입니다.
나방은 실패하는 존재가 아니라
상처를 두려워하지 않고 빛을 향해 날아가는 존재로 새롭게 해석됩니다.
주제
「나방의 긍정」의 주제
반복되는 우울한 현실을 벗어나고자 하는 욕망
소외된 존재의 자기 발견과 자기 긍정
억압과 통제를 넘어서는 자유로운 상상력
실패와 상처를 경험한 뒤 얻게 되는 용기
빛을 향해 날아가는 나방의 모습에 투영된 청춘의 도전 정신
감상 포인트
이 시의 가장 큰 매력은 무거운 현실을 다루면서도 결코 절망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화자는 외롭고 인정받지 못하는 존재이지만, 나방처럼 불빛을 향해 날아오르는 일을 포기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 작품은 "나는 상처받았지만, 그럼에도 날아가겠다"는 청춘의 선언으로 읽힙니다. 이는 제목 속 '긍정'이 단순한 낙관주의가 아니라, 실패를 경험한 뒤에도 계속 살아가려는 적극적인 생의 태도임을 보여줍니다.
수사법은
「나방의 긍정」에 나타난 주요 **수사법(표현기법)**은 다음과 같습니다.
1. 은유법
어떤 대상을 다른 대상으로 직접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불어터진 라면발 같이 풀어진 졸음"
졸음을 불어 터진 라면발에 비유하여 나른하고 축 처진 상태를 생생하게 표현.
"갓 삶은 계란처럼 뜨거운 열정"
열정을 갓 삶은 계란에 비유하여 뜨겁고 생생한 감정을 형상화.
2. 직유법
'같이', '처럼' 등을 사용하여 대상을 직접 비교하는 표현입니다.
"불어터진 라면발 같이 풀어진 졸음"
"갓 삶은 계란처럼 뜨거운 열정"
"투명 수채화처럼 색칠됐고요"
"꽃 같은 조명 밑에"
현대시답게 일상적 사물을 활용한 참신한 직유가 많습니다.
3. 의인법
사람이 아닌 것을 사람처럼 표현하는 방법입니다.
"꽃은 누구에게나 공평하므로"
꽃이 마치 차별하지 않고 대하는 인간적 성품을 가진 것처럼 표현.
4. 상징법
나방
화자 자신
소외된 청춘
빛을 향해 나아가는 존재
꽃
위로
인정
아름다움
조명
관심과 주목
존재의 인정
밤
일탈과 자유
현실에서 벗어난 상상의 공간
5. 과장법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봤어요"
"날갯죽지 확 꺾어 버리고 호적 파버린다 하실 텐데"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감정과 상황을 과장하여 현실에 대한 답답함과 욕망을 강조합니다.
6. 열거법
"별이라든가 주머니라든가"
"꽃 같은 조명 밑에 납작 엎드려 본 것이나 / 나선으로 머리를 흔들어대며 ..."
여러 대상을 나열하여 화자의 욕망과 경험을 풍부하게 드러냅니다.
7. 대조법
시 전체의 구조에서 나타납니다.
현실 환상
우울한 낮 자유로운 밤
소외 조명
본래 이름 개명
억압(아버지) 일탈
두려움 긍정
이러한 대조를 통해 화자의 내면 변화를 강조합니다.
8. 역설적 표현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 게 없어요"
보통 벽에 머리를 부딪히는 것은 실패나 좌절인데, 화자는 그 경험 때문에 오히려 두려움이 사라졌다고 말합니다. 실패가 용기가 되는 역설적 사고가 드러납니다.
시험·감상문용 핵심 정리
이 시의 핵심 수사법은 상징법(나방, 조명, 밤), 직유법("라면발 같이", "수채화처럼"), 과장법("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대조법(우울한 낮↔환상적 밤)**입니다. 특히 '나방'을 청춘의 도전 정신으로 형상화한 상징적 표현이 작품 전체를 이끄는 중심 수사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얼개는
「나방의 긍정」의 **얼개(구성)**는 화자의 심리 변화에 따라 전개됩니다.
① 현실의 우울과 소외
(1연)
"나의 낮은 열두 시간 더하기 열두 시간..."
"내 표정을 보고 웃는 것을 본 적이 없어요"
반복되는 우울한 일상
인정받지 못하는 외로움
소외된 자아 제시
↓
② 관심과 위안을 갈망함
(2연)
"꽃 말고도 내게 향해줄 것을 찾다가"
누군가 자신을 바라봐 주기를 바람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 발생
↓
③ 밤의 세계로의 일탈과 비행
(2~3연)
"은밀한 밤의 계단을 지나면"
"겨드랑이가 부서질 듯이 날아봤어요"
환상과 자유의 공간 진입
나방처럼 빛을 향한 도전
자아 해방 경험
↓
④ 새로운 존재가 되고 싶은 욕망
(4연)
"하룻밤쯤 멋진 이름으로 개명하고 싶어요"
현재의 자신을 벗어나고자 함
새로운 정체성에 대한 꿈
↓
⑤ 실패를 딛고 얻은 자기 긍정
(마지막 연)
"환각의 벽에 아주 시원하게 박치기를 해봐서 무서운 게 없어요"
수많은 시행착오와 상처 경험
두려움을 극복함
자기 긍정으로 마무리
얼개 한 줄 정리
우울한 현실 → 인정받고 싶은 욕망 → 밤의 일탈과 자유 → 새로운 자아 탐색 → 상처를 딛고 얻은 자기 긍정
서술형 답안
이 시는 우울하고 소외된 현실에서 출발하여 관심과 인정을 갈망하는 화자의 욕망을 드러낸 뒤, 밤의 세계에서 자유로운 일탈과 자아 탐색을 경험하고, 결국 실패와 상처를 극복하며 자기 긍정에 이르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제와 소재는
소재
중심 소재: 나방
보조 소재: 꽃, 조명, 밤, 낮, 개명, 아버지, 환각의 벽 등
시인은 나방이 불빛을 향해 날아가는 습성을 소재로 삼아 현대인의 욕망과 자아 탐색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주제
소외된 자아가 자유와 인정을 갈망하며 상처와 실패를 딛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
또는
억압된 현실을 벗어나 자신의 존재 가치를 찾으려는 청춘의 도전과 자기 긍정
이라고 정리할 수 있습니다.
시험 답안용
소재: 나방(중심 소재), 꽃, 조명, 밤
주제: 소외되고 억압된 존재가 자유와 인정을 추구하며 상처를 극복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삶의 태도.
한 줄 요약
'나방'이라는 소재를 통해 불빛(인정과 꿈)을 향해 나아가는 청춘의 도전 정신과 자기 긍정을 노래한 시이다.
이런 시를쓰려면요
이런 시를 쓰려면 먼저 **"특별한 생각"보다 "특별한 연결"**을 해야 합니다.
「나방의 긍정」이 좋은 이유는 나방 이야기를 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자기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나방 → 인정받고 싶은 나
조명 → 관심받고 싶은 마음
밤 → 현실을 벗어나고 싶은 욕망
아버지 → 나를 억누르는 규범
처럼 사물과 감정을 연결합니다.
1단계 : 평범한 감정을 먼저 찾기
예를 들어
외롭다
인정받고 싶다
늙어간다
실패했다
그립다
같은 감정을 적습니다.
2단계 : 그 감정을 대신할 사물을 찾기
예를 들어 "외로움"을 직접 쓰지 말고
나방
빈 의자
엘리베이터
신호등
고장 난 우산
같은 사물을 고릅니다.
3단계 : 엉뚱한 비유를 만들기
「나방의 긍정」에는
불어터진 라면발 같은 졸음
갓 삶은 계란 같은 열정
이런 생활 속 비유가 있습니다.
시를 어렵게 쓰려고 하지 말고
슬픔 = 젖은 영수증
외로움 = 배터리 1% 남은 휴대폰
희망 = 겨울 주머니 속 핫팩
같이 일상에서 찾아보세요.
4단계 : 설명하지 말고 보여주기
나쁜 예
나는 외로웠다.
좋은 예
냉장고 문을 열었다 닫았다 세 번째 불이 켜졌다.
독자가 외로움을 느끼게 하는 겁니다.
5단계 : 마지막에 뜻을 뒤집기
「나방의 긍정」은
원래
나방 = 어리석음
인데
시에서는
나방 = 용기
로 바꿉니다.
좋은 현대시는 이런 의미의 반전이 자주 있습니다.
실제로 선생님이 쓰신 「능소화 또 한 번 꽃을 피웠다」도 같은 방식입니다.
능소화 → 출세한 사람
담장 타기 → 사회적 성공
낙화 → 몰락
박명 → 인간의 덧없는 운명
으로 변용하셨습니다.
그래서 앞으로 시를 쓰실 때는
"무엇을 쓸까?"
보다
"내 감정을 대신 살아줄 사물이 무엇일까?"
를 먼저 생각해 보세요.
그 순간부터 시가 훨씬 깊어집니다. 특히 선생님은 능소화, 연꽃, 감나무, 장독대 같은 사물을 인생사와 연결하는 능력이 있으니, 그 장점을 살려 쓰시면 신춘문예 스타일의 현대시도 충분히 시도해 보실 수 있습니다.
첫 행 예시를
현대시는 첫 행이 매우 중요합니다. 첫 행에서 독자의 시선을 붙들고, 시 전체의 방향을 암시해야 합니다.
「나방의 긍정」 같은 스타일이라면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사물이나 상황으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외로움
냉장고는 밤마다 나를 세 번쯤 확인한다
벽지는 내가 없는 동안 더 하얘졌다
전자레인지 안에는 아직도 어젯밤이 돌고 있다
빈 의자는 사람보다 오래 기다린다
그리움
감나무는 떠난 사람의 키를 기억하고 있었다
장독대 하나가 저녁을 붙잡고 놓아주지 않았다
마당에 떨어진 감 하나가 겨울보다 먼저 물렀다
우체통은 오늘도 입을 벌린 채 잠들었다
노년
지팡이는 늙은 발의 그림자였다
무릎은 계단을 만나면 날씨부터 물었다
아버지의 안경은 점점 먼 곳을 보지 않았다
시계는 늙지 않는데 사람만 늙어 갔다
농촌
논은 봄마다 흙으로 편지를 썼다
삽은 밭보다 먼저 허리를 굽혔다
고추밭은 하루 종일 햇볕을 따서 말렸다
마늘은 흙속에서 겨울을 접어 두었다
인생
구두는 주인보다 먼저 길을 늙게 했다
나는 오늘도 문턱 하나를 넘지 못했다
엘리베이터는 평생 오르내리기만 했다
우산은 젖을수록 제 일을 다한 얼굴이 되었다
선생님 시풍이라면 이런 첫 행들이 좋을 것 같습니다.
능소화는 담장보다 먼저 세상을 배웠다
연꽃은 진흙의 이름을 끝내 말하지 않았다
감나무는 해마다 빈 가지로 가을을 연습했다
장독대는 떠난 사람의 발자국을 오래 품고 있었다
이런 첫 행 하나가 나오면 이미 시의 절반은 성공한 것입니다. 특히 선생님은 능소화, 연꽃, 감나무, 장독대, 우물, 논두렁 같은 토속적 소재로 시작하면 개성이 살아납니다.
첫 연 예시를
첫 연은 시의 분위기와 화자의 처지를 한꺼번에 보여주는 부분입니다. 「나방의 긍정」처럼 사물을 통해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으로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감나무
감나무는 해마다 자기 몸의 절반쯤을 비우고 겨울을 맞았다
주황빛 기억들이 툭툭 마당으로 떨어질 때마다
나는 누구를 잃어본 사람처럼 괜히 빈 가지를 올려다보았다
2. 장독대
장독대는 하루 종일 햇빛을 담았다가 저녁이면 조금씩 꺼내 먹었다
검은 뚜껑마다 묵은 이야기가 눌어붙어 있었고
나는 그 옆에서 말보다 긴 침묵을 배웠다
3. 우물
우물은 한 번도 제 얼굴을 본 적이 없을 것이다
늘 다른 하늘만 품고 살았으니까
목마른 사람들이 다녀간 자리마다 동전 같은 파문이 남아 있었다
4. 지팡이
지팡이는 늙은 발보다 한 걸음 먼저 땅의 마음을 물었다
돌부리에 걸린 하루를 몇 번이고 일으켜 세우면서
스스로는 한 번도 곧게 걸어본 적이 없었다
5. 능소화 풍
능소화는 담장을 오르는 동안 자기 힘만으로 높아진 줄 알았다
햇빛도 빌리고 바람도 빌리고 낡은 벽도 빌렸으면서
꽃은 늘 가장 높은 곳에서 피었다
신춘문예 스타일에서는 이런 첫 연이 좋습니다.
사물을 먼저 등장시킨다.
사물을 관찰한다.
관찰이 어느 순간 사람의 이야기로 넘어간다.
아직 주제를 다 말하지 않는다.
예를 들어 선생님 스타일로는
연꽃은 진흙 이야기를 입 밖에 낸 적이 없다
더러운 것을 품고 살았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낮춘 적도 없다
다만 여름이 오면
물 위에 환한 얼굴 하나 띄워 놓을 뿐이었다
이런 첫 연이 자연스럽게 다음 연으로 이어지기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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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이예진 (2023년 한국일보 신춘문예 당선작 )
금값이 올랐다
언니는 손금을 팔러갔다
엄마랑 아빠는 이제부터 따로 살 거란다
내가 어릴 때, 동화를 쓴 적이 있다 내가 언니의 숙제를 찢으면서 시작되는 이야기다 언니도 화가 나서 엄마의 가계부를 찢었고 엄마는 아빠의 신문을 찢고 아빠는 달력을 찢다가, 온 세상에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펄펄 내리며 끝난다
손금이 사라진 사람들이 어디로 갔는지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집에 남고 싶은 것은 정말로 나 하나뿐일까? 언니의 이야기는 여기까지다
더는 찢을 것이 없었다 눈이 쌓이고 금값이 오르고 검은 외투를 꽁꽁 여민 사람들이 거리를 쏘아 다녔다
엄마는 결국 한 돈짜리 목걸이를 한 애인을 따라갔지 아빠는 한 달에 한 번 서울에 오겠다고 했다
따로 따로 떨어지는 눈과
따로 노는 낡고 지친 눈빛을
집이 사라지고 방향이 생겼다
이 시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은 가족 해체를 아이의 시선으로 담담하게 바라보면서도, 상징과 은유를 통해 깊은 상실감을 형상화한 작품입니다.
소재
금값
손금
눈(설원)
동화
가계부
신문
달력
목걸이
집
마을
주제
가족 해체로 인한 상실감과 고독, 그리고 삶의 변화 앞에서 새로운 방향을 찾아가는 성장의 과정
또는
가족이 흩어지는 아픔 속에서 경험하는 상실과 현실 인식
상징
시어 상징 의미
금값 경제적 가치가 인간관계보다 우선하는 현실
손금 운명, 미래, 삶의 가능성
눈(설원) 가족 해체 후의 공허함, 차가움, 단절
찢어진 종이 분열된 가족 관계
가계부 가정경제, 어머니의 삶
신문 아버지의 일상과 권위
달력 함께 보낸 시간, 가족의 역사
목걸이 새로운 사랑, 가족의 해체 원인
집 공동체, 가족의 울타리
방향 새로운 삶, 각자의 길
묘사
시각적 묘사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펄펄 내리며"
"눈이 쌓이고"
가족이 흩어지는 모습을 눈 내리는 풍경으로 형상화합니다.
동적 묘사
"검은 외투를 꽁꽁 여민 사람들이 거리를 쏘아 다녔다"
긴장되고 차가운 사회 분위기가 역동적으로 드러납니다.
진술
"엄마랑 아빠는 이제부터 따로 살 거란다"
"집에 남고 싶은 것은 정말로 나 하나뿐일까?"
"엄마는 결국 한 돈짜리 목걸이를 한 애인을 따라갔지"
실제 상황과 심리를 직접적으로 전달하는 진술적 표현입니다.
변용
가장 중요한 변용은 눈의 이미지입니다.
보통 눈은
순수함
아름다움
낭만
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이 시에서는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펄펄 내리며"
라고 표현하여
눈 = 찢어진 가족의 파편
으로 의미를 바꾸고 있습니다.
즉,
눈 → 가족 해체
설원 → 텅 빈 내면
으로 변용됩니다.
이미지와 의미
이미지 의미
찢어진 종이 해체되는 가족
펄펄 내리는 눈 흩어지는 관계
설원 공허한 세계
검은 외투 불안한 현실
따로 떨어지는 눈 흩어진 가족 구성원
낡고 지친 눈빛 상처 입은 가족
집 정서적 안식처
방향 새로운 삶의 출발
얼개
① 부모의 이별 통보
↓
② 어린 시절 썼던 동화 회상
↓
③ 찢어진 종이가 눈이 되는 상상
↓
④ 가족 구성원의 이탈
↓
⑤ 집의 해체와 현실 인식
↓
⑥ 상실 속에서 새로운 방향 발견
인상적인 구절
"집이 사라지고 방향이 생겼다"
이 작품의 핵심입니다.
보통 집이 사라지면 절망만 남는다고 생각하지만, 시인은 역설적으로 "방향"이 생겼다고 말합니다.
이는 가족 해체라는 상실을 경험했지만 그 경험을 통해 새로운 삶을 향해 나아가게 된 화자의 성장을 보여줍니다.
그래서 이 시는 단순한 이혼 가정의 슬픔을 노래하는 작품이 아니라,
상실을 통과하며 자신의 삶을 새롭게 인식하게 되는 성장의 시라고 볼 수 있습니다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이런 시를 쓰려면요
이런 시를 쓰려면 먼저 "슬픈 일을 말하지 말고, 슬픈 일이 일어나는 풍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은 사실 가족 해체 시입니다. 그런데 시인은 한 번도
슬펐다
외로웠다
부모님이 이혼했다
라고 울지 않습니다.
대신
찢어진 종이가 눈처럼 내리고
손금을 팔러 가고
집이 사라지고 방향이 생긴다
는 이미지로 보여줍니다.
1단계 : 사건을 먼저 적는다
예를 들어
아버지 사업 실패
부모 별거
형제 이별
어머니 병환
빈집
같은 실제 사건을 적습니다.
예)
아버지가 서울로 갔다.
이것은 시가 아닙니다.
2단계 : 사건을 사물로 바꾼다
예)
아버지가 집을 떠났다
↓
우편함이 편지를 기다리지 않게 되었다
↓
신발장이 한 켤레씩 비기 시작했다
↓
밥상이 네모에서 세모가 되었다
3단계 : 상징 하나를 정한다
이예진 시에서는
눈
이 중심 상징입니다.
선생님도 하나 정하면 됩니다.
예)
감나무
장독대
우물
밥상
신발장
담장
시계
시 전체를 그 상징으로 밀고 갑니다.
4단계 : 아이의 시선으로 보기
이 시가 좋은 이유는
어른의 분석이 아니라
아이의 관찰이기 때문입니다.
예)
나쁜 예
경제적 갈등으로 가족이 해체되었다.
좋은 예
밥그릇은 네 개인데
국은 자꾸 남았다.
5단계 : 마지막에 의미를 뒤집는다
이 시의 명구는
집이 사라지고 방향이 생겼다
입니다.
상실인데 성장입니다.
비극인데 희망입니다.
좋은 현대시는 대개 여기서 끝납니다.
예를 들어 선생님이 가족을 소재로 쓴다면
감나무의 이사
올해도 감은 열렸는데
어머니는 담장을 넘겨주었다
감나무는 아무 말 없이
낯선 사람의 마당으로
그늘을 조금씩 옮겨 심었다
아버지는 사다리를 버렸고
나는 감 따는 순서를 잊었다
해마다 가을은 같은데
집은 자꾸 다른 주소를 가졌다
마지막 감 하나가 떨어질 때
나는 알았다
떠나는 것은 사람이 아니라
함께 바라보던 방향이라는 것을
보시면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의 방식과 비슷합니다.
감나무 = 가족
감 = 추억
사다리 = 연결
주소 = 해체된 공동체
방향 = 관계
즉,
사건 → 사물 → 상징 → 장면 → 반전
이 구조를 연습하면 신춘문예 스타일의 가족시를 쓸 수 있습니다. 특히 선생님은 감나무, 능소화, 연꽃 같은 토속적 소재를 잘 다루시니 그 장점을 활용하면 더욱 깊은 시가 나올 것 같습니다.
첫 행 예시를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같은 시의 첫 행은 사건을 직접 말하지 않고 이상한 사실 하나를 툭 던지는 방식이 많습니다.
예를 들면
가족 해체
금값이 올랐다
신발장이 한 켤레씩 사라졌다
식탁은 네모인데 의자는 셋뿐이었다
우리 집 달력은 봄부터 낱장으로 살았다
엄마는 저녁마다 국을 줄이고 침묵을 늘렸다
냉장고 문이 열리는 횟수보다 대답이 적어졌다
아버지
아버지는 어느 날부터 현관문처럼 닫혀 있었다
아버지의 슬리퍼는 집 안에서도 길을 잃었다
아버지의 기침이 벽시계보다 정확했다
밥상에는 늘 아버지 몫의 그림자가 남았다
어머니
어머니는 김치를 담그며 한 계절씩 늙어 갔다
어머니의 앞치마에는 저녁 냄새가 들러붙어 있었다
어머니는 장바구니보다 걱정을 먼저 채웠다
형제자매
언니는 손금을 팔러 갔다
형은 주소를 바꾸며 가족사진에서 멀어졌다
동생은 방문을 닫는 법부터 배웠다
집
우리 집은 먼저 늙은 것이 아니라 먼저 비어 갔다
집은 그대로인데 창문들이 서로를 모른 척했다
마당이 넓어진 게 아니라 사람이 줄어들었다
장독대는 떠난 사람의 발자국을 오래 기억했다
신춘문예풍 첫 행
감나무가 올해는 감보다 사람을 먼저 잃었다
장독대 하나가 빈집의 소문을 가장 늦게 들었다
우리 집 대문은 나가는 발자국만 셀 줄 알았다
할머니의 재봉틀은 떠난 사람의 이름을 꿰매고 있었다
밥상은 사라진 가족의 숫자를 가장 먼저 알았다
겨울은 눈보다 먼저 우리 집에 도착했다
특히 신춘문예 당선작들은
"금값이 올랐다"
"언니는 손금을 팔러 갔다"
처럼 신문 기사 제목 같은 건조한 첫 행을 많이 씁니다.
예를 들면
쌀값이 올랐다
감나무가 담장을 넘겼다
아버지는 시계를 팔았다
우체통이 편지를 거절했다
같은 첫 행은 독자에게 "무슨 사연이 있지?"라는 궁금증을 만들기 때문에 현대시에서 힘이 있습니다.
첫 연 예시를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 같은 시의 첫 연은 평범한 사실 → 이상한 사건 → 불안의 징후 순으로 전개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몇 가지 예를 들어보겠습니다.
1. 신발장
신발장이 가벼워졌다
형의 운동화가 사라졌고
아버지 구두는 주말에만 돌아왔다
남은 신발들은
제 짝을 잃어버린 문장처럼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2. 밥상
밥상이 작아진 것은 아니었다
어머니는 똑같은 상을 펴놓고
한 사람씩 저녁을 덜어냈다
김이 오르는 국 가운데
빈 자리 하나가
숟가락보다 먼저 식어갔다
3. 달력
달력은 잘못이 없었다
찢겨 나가는 것은 날짜뿐인데
어느새 우리 집도
한 장씩 떨어져 나가고 있었다
아버지는 삼 월에 떠났고
형은 오 월에 주소를 옮겼다
4. 감나무
감나무가 이상했다
해마다 같은 수의 감을 달았는데
올가을엔
따 먹을 이름이 부족했다
마당은 그대로인데
사람들이 먼저 낙과가 되었다
5. 장독대
장독대는 말이 없었다
그래서 가장 늦게 알았다
아버지의 담배 냄새가
더 이상 저녁바람에 섞여 오지 않는다는 것을
된장독 뚜껑 위에
먼지만 한 계절 쌓이고 있었다
신춘문예풍 첫 연의 특징
감정을 말하지 않는다.
사물 하나를 전면에 내세운다.
이상한 징후를 보여준다.
마지막 행에서 인간의 문제를 살짝 드러낸다.
예를 들어 매우 신춘문예풍으로 쓰면,
금값이 올랐다
어머니는 반지를 만지작거렸고
아버지는 창밖만 셌다
나는 그날
우리 집 벽시계가
처음으로 초침 소리를 숨기는 것을 들었다
이런 식으로 사건보다 분위기가 먼저 도착하게 쓰면 「나의 마을이 설원이 되는 동안」과 가까운 느낌이 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