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저) 삶을 바꾸는 책 읽기 / 책 속의 책(정태유)
당신은 살아오면서 목숨이 위태로울 정도의 경험을 한 적이 있는가?
책의 제목만 봐도 얼마나 의미심장한지 알 수 있게 된다. 《이것이 인간인가?》작가는 2차세계대전 중 독일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수감되어 죽음에 이를 정도의 경험을 하게 된다. 매 순간 죽음이 눈앞에 놓여 있음을 온몸으로 느꼈다. 삶과 죽음의 선택이 그 어떤 논리나 정해진 이유가 있는 것이 아니고, 한낱 찰나의 막연한 선택에 의해서 계속되었다. 죽음의 순간으로부터 벗어나 자유인이 되고 난 뒤, 그 경험 속에서 '인간'에 대한 진짜 고민을 하게 된다.
얼마나 궁지에 몰려야 인간으로서의 모든 것을 버리고 오로지 '삶'을 갈망하게 되는 것인가?
반대로, 독일군인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과 같은 입장의 사람들이 결코 사람으로 보이지 않았다고 한다면, 그들의 인간성의 끝은 어디까지인가?
운 좋게도 나는 1944년, 그러니까 노동력이 부족해짐에 따라 독일 정부가 사형시키려던 포로들의 평균수명을 연장하기로 결정한 뒤에 아우슈비츠로 이송되었다. 이러한 결정은 수용소 안의 일상을 눈에 띄게 개선하는 동시에 임의적인 사형집행을 중단시켰다.
그러므로 내 책은 죽음의 수용소라는 당혹스러운 주제로 전 세계의 독자들에게 이미 널리 알려진 잔학상에 관해 덧붙일 것이 아무것도 없다. 이 책은 새로운 죄목을 찾아내려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인간 정신의 몇몇 측면에 댛나 조용한 연구에 자료를 제공하기 위한 것이다. 개별적으로든 집단적으로든, 많은 사람들이 다소 의식적으로 '이방인은 모두 적이다'라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러한 확신은 대개 잠복성 전염병처럼 영혼의 밑바닥에 자리 잡고 있다. 그것은 우연적이고 단편적인 행동으로만 나타날 뿐이며 사고체계의 밑바탕에 깔려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발생하면, 그 암묵적인 도그마가 삼단논법의 대전제가 되면, 그 논리적 결말로 수용소가 도출된다. 수용소는 엄밀한 사유를 거쳐 논리적 결론에 도달하게 된, 이 세상에 대한 인식의 산물이다. 이 인식이 존재하는 한 그 결과들은 우리를 위협한다. 죽음의 수용소에 관한 이야기는 모든 이들에게 불길한 경종으로 이해되어야만 할 것이다. (작가의 말 中에서)
우리는 살면서 하루중 조금이라도 힘들거나 기분 나쁜 일이 있다고 하면, 잠드는 그 순간까지 그 기억을 잊지 못한다. 어떻게 보면 아무렇지 않은 것으로 생각하고 그저 수많은 날 중의 하루라고 여길 수도 있을텐데, '더 분해 하고, 더 화를 내고, 더 못견디겠다는 느낌으로 자신의 감정을 한없이 끌어 올리곤 한다. 어찌보면 막상 다음 날이 되면 전혀 기억하지 못하고 잊어버릴 수도 있을텐데 말이다. 그런 경험속에서 이 책에서 작가가 겪는 수용소에서의 순간순간을 보면, 내 자신이 부끄럽기 짝이없다고 느끼게 된다.
'나는 이 사람에 비해서 얼마나 축복받은 것인가.'
'나는 얼마나 행복한 사람인가.'
'내게 주어진 환경은 얼마나 훌륭한 것인가.'
사람들은 누구나 각자에게 주어진 다른 환경 속에서 살아간다. 같은 하늘 같은 곳에서 산다는 것만 같을 뿐, 전혀 다른 삶을 사는 것이다. 그 삶 속에서 자신도 모르게 항상 남을 의식하며, 비교하는 태도를 가지곤 한다. 그리고 본능적으로 자신이 부족한 것만 느끼게 되고 자꾸 의식하게 된다.
'나는 왜 이것밖에 가진 게 없지?'
'우리집은 왜이렇게 가난하지?'
'우리 부모님은 왜 능력이 저것밖에 안 되는 거지?'
그러면서 남들을 끊임없이 부러워한다.
세상에 양이 있으면 음이 있고, 가진 자가 있으면 못 가진 자가 있다. 그렇지만, 그것은 온전히 내 조상과 부모의 탓만은 아니다. 태어나는 순간에 그런 환경이었다고 하더라도, 죽는 순간까지 그렇다고 한다면 그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내 삶의 주인공은 바로 나 자신이며, 모든 것은 나의 책임이다. 살아있는 동안, 매 순간순간이 곧 나의 선택에 의해서 결정된다. 인간에게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바로 그 '선택의 자유', 즉 '자유의지'에 있는 것이다.
나에게 주어진 환경 속에서, 내가 나 자신이 가장 자랑스럽게 느껴질 수 있을 만큼 노력해야 한다. 생의 마지막 순간에 한껏 웃을 수 있도록 말이다.
만약 지금 갑자기 내가 '아우슈비츠 수용소'에 놓여지게 되었다면...
나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선택할 것인가?
그 순간 나는 인간으로서 할 수 있는 가장 마지막 선택은 무엇일까?
[출처] 이것이 인간인가 (프리모 레비 저)|작성자 독서천재 정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