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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하듯이 <삼국유사>는 역사서이자, 귀중한 문학 유산을 담고 있는 설화집이기도 하다. 한자의 음과 훈을 빌어 표기한 고전시가인 ‘향가’가 그 책에 수록되어 전하기에, 국문학을 전공하는 이들에게는 아주 소중한 자료일 수밖에 없다. 고려시대의 승려인 일연에 의해서 편찬된 <삼국유사>는 수록된 내용들이 불교적 사유를 바탕으로 형성되어 있다고 평가되고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삼국유사>를 학위논문의 주제로 선택하여 학위를 받았고, 그 이후로도 지속적으로 연구하면서 그 가치를 알리고 있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삼국유사>라는 책이 <모든 책 위의 책>이라고 느껴질 수도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삼국유사>의 주요 내용들 소개하고 그에 담긴 주제들을 저자의 관점에서 오늘의 문제로 풀어내는 에세이집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삼국유사>의 원문들에 담긴 한자어를 토대로 ‘4자성어’로 만들어, 그에 맞추어 내용을 소개하는 것은 물론 오늘의 관점에서 생각할 거리에 대해서 제시하고 있다. 그래서 <삼국유사>의 내용에 익숙한 독자들이라면, 책에서 소개하고 있는 내용들이나 그와 연관시켜 논하고 있는 글의 내용 역시 어렵지 않게 느껴질 것이라 하겠다. 다만 다루고 있는 원문의 내용들이 소략하고 때로는 단편적으로 제시되어 있다는 점이 아쉬운 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이 책의 목차는 모두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책의 원문 내용들을 토대로 큰 제목을 설정하고 있다. ‘가슴에 품은 사랑’이라는 제목의 첫 번째 항목에서는, <삼국유사>에 수록된 10개의 사랑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그것을 오늘의 현실에서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가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풀어놓고 있다. 이미 소개했듯이 원문의 기록에서 ‘4자성어’의 한자들을 뽑아내어, 그것을 표제어로 삼아 원문을 간략하게 소개하면서 저자의 생각을 덧붙여 서술하고 있다. 예컨대 신라의 승려인 혜공과 원효의 예화를 통해 ‘너는 똥, 나는 물고기(汝屎吾魚)’라는 표제를 붙이고 있다. 함께 물에서 잡은 물고기를 먹고, 한 사람은 똥으로 만들었지만 다른 이는 물고기를 산채로 배설했다는 일화라 하겠다. 이밖에도 원전에 소개된 다양한 소재들을 통해서, 저자가 독자들에게 들려주고 싶은 주제들과 연결시켜 논하고 있다.
‘껍질을 깨고’라는 제목의 두 번째 항목에서도 모두 10개의 이야기들을 중심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께우치기 위한 노력에 대해서 역설하고 있다. 세 번째 항목의 제목은 ‘하나가 만 배를 얻는다’이며, 마지막 항목은 ‘정 깊은 세계’라는 제목으로 각각 10개의 예화를 다루고 있다. 그렇다면 이 책에는 모두 40개의 예화가 다루어지고 있으나, 하나의 예화가 여러 편에 나누어 소개되기도 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그보다 적은 ‘기사’들이 다루어지고 있다. 다만 각각의 글에서 다루고 있는 내용들이 단편적인 것들이 적지 않다는 점이 나로서는 아쉽게 느껴졌다. 때로는 소개되고 있는 <삼국유사>의 원전 내용은 물론, 오늘의 문제와 연결시킨 저자의 관점이 뚜렷하게 다가오지 않는 경우도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 책에 소개된 내용을 통해서 <삼국유사>가 지닌 가치만은 독자들이 확실히 인식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졌다.
처음 이 책을 접하고, 그 제목이 ‘왜 <모든 책 위의 책>일까?’라는 것이었다. ‘삼국유사로 오늘을 읽는다’라는 부제가 훨씬 더 책의 내용을 포괄한 제목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삼국유사>를 중심으로 연구를 진행해 왔던 저자에게 있어, 그 대상에 대한 애정이 반영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그래서 저자에게는 <삼국유사>가 ‘모든 책 위의 책’이란 뜻일 것이라고 짐작해 본다. 그렇다면 나에게는 ‘모든 책 위의 책’이라고 할 수 있는 대상이 있을까? 적지 않은 책의 목록들이 머릿속에 떠올랐으나, 딱히 한 권을 꼽기는 쉽지 않았다. 그래서 이 책의 제목이 던져주는 의미는 오히려 독자들 각자에게 '어떤 책이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가'를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주는 것이라고 생각해 보았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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