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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정생 선생의 글에 그림을 그려 만든 그림 동화책이다. 장터 나들이를 간 할머니 소와 처음 따라간 꼬마 황소가 리어카를 끌고 고갯길을 오르는 단순한 내용이다. 과거 시골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목가적인 풍경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작가는 이것을 소들의 관점에서 풀어내고 있다. 사람들의 관점에서 수레를 끄는 소들의 행위는 그저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소들의 관점에서 그것은 힘겨운 노동일 수밖에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이 책에는 두 마리의 소가 등장한다. 정터에 나선 주인과 함께 같은 길을 수많이 반복했을 할머니소와 처음 나선 길에 들뜬 꼬마 황소가 그들이다. 책의 내용은 대부분 두 마리 소의 대화로 진행되고 있다. 처음 장터에 따라 나선 꼬마 황소와 할머니 소와의 간단한 대화에서, 저자가 생각하는 삶에 대한 철학이 잘 드러나고 있다. 자신의 능력을 싸움터에 나가서 마음껏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꼬마 황소의 생각은 아마도 열정이 넘치는 젊은 세대들의 의욕을 드러낸 것이라 이해된다. 반면 할머니 소의 대답은 전쟁이라는 상황이 존재하지 않고, 평화로운 일상 속에서 사는 것이 더욱 소중하다고 말하는 것이라 하겠다.
그래서인지 고갯길을 올라갈 때 힘겨워하는 소의 모습과 채찍으로 엉덩이를 때리며 기운을 돋우는 주인들의 모습이 대비되어, 그 행위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하게 한다. 아마도 가을이 배경인 듯, 두 마리의 소는 수레에 짐을 가득 싣고 들국화가 활짝 핀 고갯길을 오르며 서로를 격려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마친내 힘겹게 고갯마루에 올라, 자신이 살고 있는 마을을 내려바보는 장면으로 작품은 종결된다. 아마도 두 마리의 소는 힘겹게 오르막길을 올랐기에, 이제는 내리막길로 편하게 집으로 돌아갈 것이다. 이처럼 지극히 사소하고 평범한 소재를 통해서 작가는 우리 삶의 모습과 의미을 되새기도록 하고 있다고 생각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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