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5인의 70대! ◈
승용차 두 대를 나눠타고 5인의 70대가 마당에 들어섰다. 마침 마당에서 풀을 뽑고 있던 내게 달덩이 얼굴로, 달빛보다 환한 웃음을 띠고 한 1인이 다가왔다.
“목사님, 지난번 연주회에 왔던 사람입니다.”
아 기억이 났다. 유난히 웃는 얼굴이기도 하셨지만, 피날레 곡에 벌떡 일어나 물개박수로 마음을 실어 보내주신 분이셨으니 기억이 난다.
“교회와 연주, 그리고 목사님이 인상이 깊어 친구들과 밥을 먹고 다시 찾았습니다.”
친구! 친구들은 모두 중학교에서부터 고등학교까지 이어진 동창으로 70대에 접어들었다고 했다.
학교 교장으로 정년한 친구, 익산과 전주에서 건설회사를 운영하는 회장 친구, 그리고 본인을 포함해 3인은 모두 화물선을 몰고 세계 바다를 누비던 선장들이라고 했다.
게다가 1인은 아직도 현역으로 배를 몬다고 하니, 5인의 70대는 황야의 무법자 냄새를 풍기는 멋진 사내들이었다.
창문을 타고 들어온 바람에서 바다 냄새가 전해지는 것 같았다. 문득 저렇게 늙고 싶다는 생각이 목젖을 간지럽혔다.
젊었을 땐 저들도 외로웠을 것이다. 망망대해를 누비며 가족과 떨어져 살아야만 했던 시간들 속에서 고민도 많았을 것이다. 보고픔과 그리움이 눈물의 샘이라 하지 않던가. 그렇게 견디고 억누르며 얻은 70대의 여유가 거저 만들어진 것은 아닐 것이다.
건설 회장이 담배를 피우려고 밖으로 나갔다. 슬그머니 동행하고 몇 마디 나누는데, 그도 역시 인생이란 바다에서 인고의 배를 몬 선장임을 단박에 알 수 있었다.
그래, 배가 바다에 있으면 어떻고 콘크리트 숲이면 어떤가! 교장으로 살아온 1인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처럼 우린 인생의 바다에서 각각 선장으로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내게 차 한 잔을 사고 싶다는 달덩어리 선장에게 몇 번을 고사하다 그들의 남은 인생이 달달 해지기를 염원하는 마음으로 달콤한 라떼 한 잔을 대접받았다.
5인의 70대가 카페를 나서며 “참 좋네요. 자주 찾아와서 좋은 말씀도 듣고 바다 이야기도 해드리겠습니다...”
5인의 70대는 그렇게 먼지를 날리며 들꽃 바다를 헤치며 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