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에게 해고 당했다
"내가 하고 싶은 말은 하나야. 우리 이혼하자."
어제였었다.
매일 아침마다 다니는 헬스장의 GX에서 단체 회식이 있었다.
제법 친해진 사람들과 스승의날을 맞이해 모인 자리였다.
낮이었지만 회식에서 술이 빠질 수 없었고, 너무 즐겁고 신나서 주량을 넘겨서 마셨다.
아이들의 하원시간에 맞춰서 자리를 털고 일어나는 순간에도 취해서 신이난 기억이 있다.
그리고 집에와서도 술이 잘 깨지 못했고, 아파트단지 벤츠에서도 잠깐 잠이 들었다.
술을 마시고 정신을 차리지 못하다니 이렇게까지 많이 마신줄 몰랐다.
그리고 새벽처럼 내이름을 불러 깨워서 할말이 있으면 해봐. 미안해 내가 너무 많이 마셨나봐 잘못했어. 하지만 남편은 한마디로 해결했다.
"이혼하자."
응?.
평소에 술을 많이 마시나요?.
아니요.
술을 좋아하나요?.
아니요.
자주 술을 마시는 자리가 있나요?.
전혀요.
맥주한잔 입에 대지 않던 내가 낮술을 하게 된건 운동을 하게 되면서 인데 집안일을 하는 여자가 술에 취해서 몸을 가누지 못하는거 자체를 이해 못하는 남편이었는데 두눈으로 보게 되니 화가 많이 났나보다.
그럴 수 있지. 나같아도 화날거 같아. 그런데 이혼 말이야. 이렇게 쉬운거였나?.
그말을 듣자마자 이혼 되게 쉽다.
나한테는 천금 만금 큰 단어인데 화가나면 뱉어놓고 보는 단어인가?.
내가 술을 마셔서 남한테 피해를 준것도 없고, 법의 테두리를 벗어난다든가, 바람을 피웠다든가, 도박을 했다던가, 감옥을 가야 하는 그런 이유가 아니라 이렇게도 이혼하자는 말을 할 수가 있구나.
나에게는 아이가 둘 있다. 아이가 둘이 되니 힘이들어 직장을 다닐 수 없어서 엄마품에서 맘껏 예뻐하면서 고이고이 키운 아이들이다.
어릴적에 맞벌이하던 부모님밑에서 엄마 손길 한번이 너무 애닳았던 기억때문에 내손으로 키우고 싶었다.
학교에서 돌아오면 집에서 엄마가 맞아주며 인사하고 간식주는건 교과서에만 있는줄 알았다.
나는 육아에 온 힘을 다했고 후회한적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에 아이들이 크면서 외벌이로 남편은 부쩍 잔소리가 많아졌고 생활비도 빠듯해지거나 마이너스가 나기 시작했다.
이제 나도 나가서 돈을 벌자니, 경력단절이라는 단어가 왜이렇게 크게 느껴지는지 자존심도 상하고, 다시 잘할 수 있을까 걱정도 앞섰다.
그런상황에서 이혼이라는 단어는 크게 다가왔다.
보이지 않는 육아와 살림만 하는 나는 필요없다라는 의미처럼 다가왔다.
안다. 나만의 생각인걸,...
그래도 몇일 전까지 돈을 벌어와라는 말을 듣고선, 나 집에서도 필요없다는 뜻이구나, 가정에서 해고 당한 느낌이었다.
그래서 내가 정말 잘못한 상황이었지. 할말이 없을정도야.
엄마가 그래본적이 없는데, 평일인데 조금만 마셨어야 되는데 나도 내 주량을 몰랐어.
근데 이혼이라는 말 하나에 나 너무 억울하더라. 화도 났어.
이렇게 쉽게 애기할 수 있는 일인가?.
그래?. 그럼 결혼준비처럼 이혼준비도 천천히 가져볼까?. 이혼도 검색도 해 보고 그럴까?.
나 진짜 해?.
그런데 낮술해서 잠깐 벤츠에서 잠든게 이혼 당할만 일인가?.
생각이 뻗어갈 수록 억울했어.
내가 돈 안벌어와서 그래?. 집에있는 나는 하등 쓸모가 없어?. 보기싫어 죽겠어?.
나만의 골짜기로 온 생각의 가지가 뻗어가는 거야.
분노로 떨리는 남편의 얼굴과 표정 목소리가 너무 억울했어.
하지만 알길 없는 남편은 나한테 상황파악을 못하는 거냐고 물었지.
당연히 네가 잘못을 했는데 왜 기분나쁜 티를 내냐고,...
나는 또 늪처럼 깊은 내 생각의 골짜기를 애기할 수 없었어.
애기 해 봤자 또 혼자만 이상한 생각해서 논점을 흐리냐고 하겠지.
내가 잘못한건 맞으니까 또 할말이 없었다.
나를 최대한 상처주려고 하는 말인데, 진짜 많이 상처 받았어.
그리고 홧김에 한말이 아니라는것도 알겠어.
진지하게는 아니겠지만 생각은 하고 있었으니까 그런말이 나왔겠지.
그래서 이혼을 한번 생각해 본다.
이혼을 하게되면 과연 어떤 일이 벌어지는걸까?. 문득 궁금해졌다. = 옮겨은글 편집 =
漢陽 J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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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한주를 마감하는 금요일날을 잘 보내셨는지요 음악소리와.
좋은글을 읽으면서 쉬었다 갑니다 오늘의 날씨는 무더운 초여름 날씨 었네요.
조석으로 기온 차이에 몸 관리를 잘 하시고 행복한 웃음이 가득한 즐거운 저녁시간을 보내세요.
알고 있는 멋진 당신이
내 친구라면 행복합니다.
감사합니다. 사랑합니다.
이혼하지 말고 백세까지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