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한반도 평화의 길
이재학 / 6.25참전유공자회 수석부회장
[LA중앙일보] 발행 2021/09/13 미주판 27면 입력 2021/09/12 19:00
지난 20년간 미국은 막대한 돈을 들여 아프가니스탄 정부군에게 무기를 지원하고 훈련을 시켰다. 하지만 기강이 무너진 군대에 최신 장비는 무용지물이었다.
모든 나라는 국력이 다르고 안보상황에 차이가 난다. 하지만 군의 생명은 군기와 전투 의지다. 즉 안으로는 군 기강이 확고해야 일사불란한 지휘체계에 의해 전투를 실행할 수 있다. 밖으로는 투철한 정신력의 강한 전투 의지가 있어야만 전쟁을 치를 수 있다는 게 상식이다.
차제에 우리 군도 지금 당장 싸울 준비가 돼 있는지 자문해봐야 한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높다. 군사 훈련은 국가 안보를 위한 필수적인 노력이다. ‘평화를 원하거든 전쟁을 준비하라’는 전문가들의 충고를 명심해야 한다.
요즘 한국에선 6.25 전쟁을 다룬 중국 영화 ‘1953 금성대전투’가 정부의 상영 허가를 받아 논란이다. 중국의 눈으로 바라본 ‘항미원조’라 부르는 6.25전쟁의 전투를 소재로 했다. 영화는 중공군의 인해전술과 우리 군의 악전고투를 그린 영화다. 중국 공산당이 중공군을 미화하고 영웅시한 대표적인 ‘프로파간다’ 영화라는 평이다.
이 전투에서 중국은 “한국군을 피로 물들였다”고 자랑했다. 실제 그랬다. 국토를 한 뼘이라도 지키려 우리 청년들이 숱한 목숨을 바쳤다. 나라를 위해 목숨을 버린 호국영령들을 모욕하는 일에 관계자는 국민 앞에 사과하고 정부는 영화의 상영 허가를 즉각 취소해야 한다.
북한은 장비와 전투 보급이 매우 부족해 훈련을 못하고 있다. 비행기 기름이 없어 조종사들이 모형 비행기를 손에 들고 활공하는 훈련을 한다. 대형 화포에 탄약을 절약하느라 공중에 대고 격발하는 동작만 연습한다.
군량미는 아예 자급자족하라며 각 부대에 ‘농사훈련’에 충실하라고 지시했다.
북한군은 물자보급이 부족해서 훈련을 제대로 못하는가 하면 우리군은 충분한 장비와 보급에도 북한 눈치 보느라 훈련을 못하고 있다. 훈련의 땀방울은 전시의 피를 줄인다는 걸 알아야 한다.
9월은 한국 전사에서 ‘승리의 달’이다. 6.25전쟁 초기 치열한 낙동강 전투에서 ‘전우의 시체를 넘고 넘어’ 적을 섬멸했고 퇴각하는 인민군을 추격했다.
15일은 천지를 진동하는 공습과 함포 사격에 힘입어 인천상륙작전이 성공한 날이고 28일은 수도 서울을 3개월 만에 수복해 중앙청에 태극기를 게양한 날이다.
이어서 38선을 돌파, 계속 북진한 우리 국군은 압록강 접경에서 중공군에 의해 천추의 한을 품은 채 돌아서고 말았다. 국토 통일의 꿈은 그때 중공군 때문에 이루지 못했다.
우리나라 역사에는 군신이라 일컫는 자랑스러운 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있다. ‘죽고자 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라는 강한 전투의지와 ‘신에게는 아직 12척의 배가 남아있습니다’라는 말로 투절한 군인 정신의 모범을 보여주었다. 아군의 열세에도 다수의 적을 소수의 병력으로 무찔러 명량해전에서 일본에 승리한 기적 같은 전승 실화는 후세의 귀감이 되고 있다.
그렇게 우리 군의 선조는 싸웠다. 군의 목적은 전투요 전투의 목적은 승리에 있다. 그것만이 평화를 지키는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