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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백철 원로교무(좌)와 유도은 예비교무. | ||
"14살 짜리가 부처가 뭔지도 모르면서 출가를 했다. 매일 새벽 선방에서 2시간씩 선을 했다고 생각해 볼 때 어떠했겠는가?" 출가 당시를 회상하며 잠시 눈을 감는 법산 이백철 원로교무(중앙남자원로수도원). 그는 지금도 초발심 그대로를 지키며 2시간 선을 꼭 지키고 있다. 총부 곳곳에 깃든 대종사의 법설을 기억하는 그를 유도은 예비교무(원불교대학원대학교 2년)가 만나 그동안 궁금했던 공부방향에 대해 물어 보았다.
- 예비교무들의 고민 중의 하나는 학과 수업을 따라가다 보면 과제를 해결하기에 바빠 교리에 대한 의심이나 성리 공부가 어렵습니다. 어떻게 공부를 해야 할까요.
대종사께서는 자연현상에 대한 의문을 가지고 도를 깨치셨다. 자연현상의 모든 것이 의두·성리이다.
나는 지금 교단에 온지 70년이 됐다. 13살에 대종사를 뵙고 공부했다. 그런데 초기에는 성리, 의두, 성불, 부처 그런 것은 생각도 못한 시절이었다. 내 초발심을 생각해 보면 이것은 전생 인연이지 이생 인연으로는 안 되는 일이라 본다. 기적이다. 그런데 그 주세불님을 4년 가까이 모시면서 나는 그 어르신 방에 불을 넣었다. 조석으로 뵈었다. 알게 모르게 작은 것부터 큰 것까지 전부 다 가르침을 받든 것이다.
의두 성리의 모든 해답이 교전에 있다. 그리고 일상 아침에 눈뜨고 밤에 잠자리 들기 전까지 성리 아님이 없다. 눈이 어찌 스스로 깜박 거리고 호흡이 어찌 스스로 들숨 날숨 하는가. 일원상 법어에 눈을 사용할 때 원만 구족하고 지공무사하게 하라고 했다.
수도인이 꼭 해야 할 일이 성리 공부이다. 억지로 해서는 안된다. 관조로써 알아가라 하셨다. 이론과 학문적으로 따져서 하는 것이 아니라 두미가 없는 자리이다. 어렵기는 어려우나 끈질기게 놓지 않고 연마하는 것이 중요하다. 성리를 깨쳐야 대각을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집중하면 된다. 그것을 무시할 수가 없다. 심증으로 계속 쉬지 않고 하다보면 스스로 끄덕 일 때가 있다. 그렇게 끄덕끄덕 하면 크게 깨는 것이다. 별다른 왕도가 없다. 교전에 근거해 공부 해가는 길이 가장 빠른 길이다.
- '일과로 득력하라'는 스승님 말씀 따라 꼭 지키려 노력하는데 힘들 때가 많습니다. 법산 종사께서는 일과 준수가 힘겨울 때 어떻게 극복을 하셨는지요.
요즘 사람들이 가장 어려워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일과에 충실해서 힘을 얻으려면 신·분·의·성 공부의 체를 잡아야 한다. 내가 신분의성만 가지고 공부를 한 적이 있다. 화해교당 근무할 때이다. 일과에 참 묘미가 있다.
일과 속에는 신앙 수행이 다 들어 있다. 신앙, 수행, 자비심, 공심 이런 것이 다 포괄적으로 들어 있다. 일과득력을 위해서는 첫째 조석심고를 쉬지 않아야 한다. 심고가 간단한 공부인데 정성이 안 들여 진다. 하다말다 하면 안된다. 학생 때는 방학하고 부터가 문제이다. 정말로 심고가 간단하지만 부처 되는 첫 번째 길이라면 뺄 수가 없다. 어디를 가든지 그 길을 안다면 죽기 전에는 안 빼놓고 하겠다는 정신을 가져야 한다. 1년을 조석심고 올리면 나도 모르게 힘이 생긴다. 심고는 진리와 대화하는 시간이다. 심고가 간단해도 최초의 대각공부의 길이다. 수양이다. 일심 만드는 공부이다.
둘째는 좌선이다. 적극적으로 하는 것이 선이다. 심고는 소극적이면서 정성이다. 선을 해야 부처가 된다는 사실을 알면 안 빼고 해야 하는데 어렵다. 다행스럽게 나는 전생습관인지 힘든 적이 없었다. 복을 받은 것이다. 요즘 나는 저녁 9시에 잔다. 방에서 심고를 미리 드리고 30분 전에 잔다. 4시에 일어나서 대각전에 4시50분까지 간다. 지금도 대종사 당시처럼 선을 2시간하는 셈이다.
좋은 습관들이기가 어렵다. 습관 지속시키기도 어렵다. 나를 법에 대조하면서 좋은 습관을 철저하게 길들여 간다. 일과는 습관으로 꾸준하게 길들여야 한다.
- 곧 교화 현장으로 나가는 저희들이 교당에 가서 교도님들을 교화단으로 지도함에 있어 부족함이 있습니다. 교단품에서는 '실천으로 교화 하라'는 말씀도 있지만 실질적으로 걱정이 많이 됩니다.
내가 공부하던 시절에는 교화단이 운영 된 적이 없다. 초기에는 교화단을 친목위주로 운영했다. 요즘은 공부 위주로 되어가니 좋은 모습이다. 교화단이 중심이 되어서 교화를 하는 것으로 점차 뿌리가 내려가는 것이다.
예비교무들이 초임지에 나가서 단을 지도하는 것에 대해서는 표준을 잘 잡아야 한다. 나이 40세 전까지는 모든 것을 배우는데 주력해라. 40대 이후에는 교화해라. 배움에 바탕해서 실천에 주력하는 시기이다. 말로는 누구나 부처 다 된다. 하지만 그 사람이 일 처리한 뒤를 보면 부처인지 아닌지를 안다. 어둔 해도 진실하면 교도가 다 인증한다. 말 잘 못해도 진실하면 교도들 따라온다. 학교에서 교화단 활동을 하는 것은 아는 것을 실천하는 학습장인 것이다.
교도 한명 한명을 잘 챙기는 것이 참 교화자이다. 나한테 잘해준다고 그 사람만 챙기면 안된다. 외로울 때 도와주는 것이 교화자이다. 교도들 중에는 '우리 교무는 말은 잘한다'하면서 실천하지 않는 것을 꼬투리 잡기도 한다. 진실하게 작은 것 하나라도 교법에 맞게 실천하는 것이 교화이다. 또 교화는 아픈 곳을 긁어 주는 것이다.
교도 중 신심있는 사람이 교당 안 나오거나 물러나면 교화 빵점이다. 안 나오던 사람이 나오면 교화 잘 한 것이다. 없는 사람 잘 챙기고, 외로운 사람 챙겨야 한다. 이것이 교화자의 첫 걸음이다.
- 교무도 직업이라 생각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과거 교당 교화위주에서 요즘 각종 기관들의 증가로 교무의 업무가 다양화 되어진 현상이라 봅니다. 교당에 근무하거나 기관에 근무하거나 성직자, 즉 교무의 기본 가치관을 어디에 두어야 할까요.
근무처 여하에 구애 받지 않는 것이 서원이다. 서원이 철저하면 그 일에 더 충실할 수 있다. 서원이 철저하지 않으면 원래 목적을 놓고 일로 빠진다. 다양한 직장을 가지고 살되 내가 왜 여기 있는지 살펴라.
우리는 이곳에 부처되려고 왔다. '의무'와 '희생'이란 표준을 잡고 해라. 우리 공부가 신심, 공부심, 자비심으로 하라고 했다. 내가 처음 수계농원 원장으로 갔는데 원훈이 없었다. 그래서 신심, 공심, 공부심으로 삼았다. 이 세 가지는 특별히 어느 직장과 관계가 있는가. 아니다. 복지, 산업, 교화, 문화, 교육 등 누구에게나 망라한 것이다. 모든 해답이 교전에 있는 것이다. 서원이 약해져 갈팡질팡 하면 안 된다. 그 일을 하되 어느 장소에 있든지 교리에 입각해서 활동하면 된다. 그 정신으로 살아야 한다. 그러면 근무하는 곳에 구애 받을 것이 없다. 절대로 근무하는 곳에 구애 받지 말라.
나는 용신교당에 근무할 때 모내기철에는 모를 심고, 벼를 벨 때는 벼 베고, 타작도 다 해 봤다. 원로원 들어 와서는 3가지 목표가 생겼다. 생사자유, 천업자유, 마음자유이다. 이 3가지를 향해 철저히 믿고 산다. 그러니 감사밖에 할 일이 없다.
- 문명의 발달로 세상이 변했습니다. 수많은 경계 속에서 자신을 어떻게 다스려 가야할지요.
현대 문명이 좋기도 하고 문제를 낳기도 한다. 앞으로는 놓고 잡을 줄 알아야 한다. 할 때 하고 안할 때 안하고. 좋아도 끊을 줄 아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나는 운동을 좋아한다. 월드컵을 할 당시 사람들은 밤을 새면서 보기도 했다. 또 염불시간도 잊고 경기를 관람했다.
하지만 우리는 염불시간이나 좌선 시간이 되면 딱 끊고 일어날 줄도 알아야 한다. 이것이 중요하다. 그 일을 하되 잡을 때 잡고 놓을 때 놓아야 한다. 술에 술 탄 듯 물에 물 탄 듯 하면 언제 부처가 되느냐. 집방자재(執放自在)해야 한다. 과감한 정신을 가져야 한다. 일에 말려 들어가서는 안된다.
- 공부인들에게 하고 싶은 말씀이 있다면.
누구든지 정통정맥을 잊어버리면 그 신앙처는 무너진다. 또 대의명분에 따르고, 공명정대해야 한다.
정통정맥의 표본을 보여준 어르신이 바로 상산 박장식 종사이다. 당시 좌산상사가 종법사위에 오르셨다는 종소리를 듣고 원로교무들에게 "법복 입고 인사하러 가세"했다. 그리고 한창 후배가 종법사위에 오르셨어도 개념치 않고 오체투지를 했다. 그런 일은 처음있는 일이었다.
각자 원에 따라 인연 따라 스승으로 모시고 숭배하며 공부를 한다. 하지만 법주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정통정맥, 대의명분, 공명정대하면 그 어떤 일이라도 탈 날 것이 없다.
6월 추모의 달을 맞아 대종사를 친견한 제자와 예비교무, 청년, 재가교도와 나눈 대담을 게제 한다. 평소 생활에서 공부하던 중 궁금했던 점에 대한 문답이다. 1주 예비교무와의 대화, 2·3주 재가교도와의 대화 4주 청년교도와의 대화를 정리 게재한다.
- 원불교신문 / 06.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