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냉장고 쪽에서 나름 거슬리는 소음을 인지한 후 계속 신경쓰여 확인해 봤다. 팬이 작동을 시작하는 순간 싱크대 한쪽 면과 공명하여 올리는 소리로 추측됐다. 당연하게도 냉장고 위치를 살짝 변경하면 해결될 것이다. 냉장고 밑 부분을 잡고 힘을 가하자 예상과는 다르게 움직이지 않는다. 왜이리 무겁지? 의외로 난 많은 음식을 저장하고 있단 말인가. 아님 냉장고 자체 무게가 무거운 걸까. 한번 더 힘을 주자 역시 움직이지 않았다. 근데 바로 팬이 돌기 시작하고 전까지 나던 소음이 들리지 않는다. 해결, 내 감각이 느끼진 못해도 냉장고는 미세하게 움직였다는 결론이 된다.
벗어날 탈, 남자 주인공은 자기 방에서 수행 중 내 방과 같은 구도로 위치한 냉장고 위치를 바꾸는 장면이 등장한다. 여자 주인공 역시 자신의 방에서 똑같은 행위를 한다. 냉장고 위치에 가려진 인터폰을 받기 위해, 우연일까. 이것이 진실로 우연이란 말인가. 이 일상의 디테일이 영화 장면으로 재현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단서다.
녀석들의 방문은 예상대로 심상찮았다. 삼박 후 상경, 이틀 지난 후 서울 일 스케줄 변경으로 다시 내려가 수 있다는 희귀한 이유를 들어 그들은 다시 이곳을 방문했다. 쉽지 않은 일일텐데도 녀석들은 기어코 왔다. 명확한 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