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 업] 선입관과 편견 지우기
[LA중앙일보] 발행 2021/09/20 미주판 27면 입력 2021/09/19 19:00
류 모니카 / 종양방사선학 전문의·한국어진흥재단 이사장
“미시즈 미치밀러는 저를 싫어해요!”
“정말? 왜 그렇게 생각해?”
“저는 투명 인간인가 봐요. 그 선생님은 질문에 답하려고 손을 들어도, 저를 시키는 적이 없어요. 남학생을 더 좋아한대요. 제가 보기에도 그런 것 같아요.”
개학한 둘째 손녀는 교사가 남학생을 선호하고 자신을 싫어한다고 말한다. 손녀의 이야기를 듣고 나는 손녀가 선입관을 갖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녀는 지금 초등학교 5학년이다. 오래 전 일과 데자뷔다. 언젠가 비슷한 주제를 갖고 손녀의 엄마인 큰딸과 대화를 나누었던 기억이 난다.
딸이 초등학교 시절, 동네에 살던 딸의 친구가 딸의 새 담임이 될 교사가 ‘불공평’하고 ‘아주 무시무시한 사람’이라고 전했다. 딸의 친구는 딸보다는 한 살이 많아 한 학년이 높았고, 바로 그 교사 반에서 학년을 마칠 예정이었다. 이 말을 들은 딸은 걱정이 지나쳐서 불안해 하기까지 했다.
우리들은 선입관으로 인한 편견으로 많은 실수를 하게 되고 또한 손해를 보기도 한다.
우리 주변에는 잘못된 선입관이 너무도 많다. 인종, 성별, 나이, 출신 지역, 경제 상황 등과 관련해 차별이 얼마나 많은가.
미국에 이주해 온 한인을 비롯한 아시안이 겪은 인종차별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과거에 겪었으며 지금도 겪고 있다. 최근에는 팬데믹으로 아시안 증오범죄도 크게 늘었다.
선입관은 공정한 판단을 방해해 편견을 갖게 하고, 편견은 평정의 삶을 살아가기 어렵게 만든다. 편견의 가해자와 피해자 모두 상처를 받는다. 불행한 일이다.
환자들이 선입관과 편견 때문에 겪는 피해는 생각보다 크고 때로는 심각하다. 암 진단을 받고, 이에 적합한 치료를 처방하지만 누군가에게서 받은 정확하지 않은 정보 때문에 흔들리는 환자들이 많다. 때로는 그런 이유로 효과가 입증된 치료까지 거부하는 환자들도 있다.
정보의 출처를 물어보면 어처구니없게도 경험에서 나온 충고가 아니고, 여러 경로를 거친 것이거나 정보가 허위인 경우가 허다하다. 특히 정보 제공자들이 암을 경험해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는 것이 놀랍다. 그런 사실을 알아보지도 않고 그냥 믿는 환자들이 안타까울 뿐이다.
환자들에게 전문적인 상담은 필수다. 잘못된 속설은 체계를 갖춘 교육으로 바로 잡아야 한다. 우선 환자의 병이 무엇이고 입증된 치료 방법이 무엇인지 이해하도록 도와야 한다.
또한 모든 치료에는 크고 작은 부작용이 따른다는 점도 짚고 가야 한다. 치료로 생길 수도 있는 부작용을 설명할 때 솔직한 것이 가장 좋다. 의사마다 접근 방법이 다르긴 하다. 확률을 놓고 환자를 이해시킬 때 의사나 간호사의 인생관이 동전의 양면처럼 빛과 그림자 중 강조하는 부분에 차이가 있다. 또 듣는 환자와 가족도 같은 말을 들어도 이해의 색깔이 다를 수 있다.
영어의 선입관은 ‘미리 입력된(preconceived)’, ‘미리 차지한(preoccupied)’, ‘미리 판단한(prejudice)’ 등의 의미를 포괄한다. ‘이전’ ‘미리’의 뜻을 나타내는 ‘pre-’라는 접미사가 붙어 있다.
딸은 어렸을 때 편견에 대해 이해했다. 지금은 종양 방사선학 전문의로 자기처럼 편견을 가진 환자들이 왔을 때, 그들의 편견을 바로 잡아주고, 타당한 치료를 처방하면서 나날의 삶을 꾸려가고 있다.
딸의 딸을 위한 편견 없애기 작전은 진행 중이다. 우리가 진취적이고 바른 삶, 뜻하는 바를 이루는 삶을 살아가려면 우리의 시야를 흐리게 하는 선입관과 편견을 물리치려는 능력을 연마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