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웰컴 투 펫팸] 몹시 불편한 방광염
정소영 / 종교문화부 부장·한국 수의사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1/09/23 미주판 10면 입력 2021/09/22 19:35
지인에게 전화가 왔다. 강아지가 갑자기 하루 전부터 밥을 잘 안 먹는다고. 간식도 손으로 줘야 조금 먹는단다. 무엇이 문제인지 전화로 문진에 들어갔다. 지인의 강아지는 10살 된 중성화 암컷 푸들. 평소와 가장 크게 다른 점이 이틀 전부터 새벽에 화장실을 가고 싶다고 주인을 깨운다는 것이다. 평소에는 하루 2~3번 아침저녁 산책 때에만 야외에서 대소변을 해결하던 아이다. 그 집 강아지는 아무리 급해도 야외를 고집해 집안에서는 대소변용 패드를 전혀 이용하지 않는다고 했다. 이렇게 밖에서만 볼일을 보는 경우 소변량이 어땠는지, 소변 색깔이 평소보다 진한지 흐린지, 혹시 피가 섞여나오는지 등을 물어도 잘 알 수 없다는 대답만이 돌아온다. 그 외에는 크게 문제점이 없어 보여 소변을 잘 지켜보고 식욕부진이 나아지지 않으면 바로 병원을 찾으라고 조언했다.
지인은 결국 다음날 동물병원을 방문했다. 강아지가 새벽에 또 나가자고 보채서 바닥에 패드를 여기저기 깔아놓았더니 소변을 거기서 해결한 모양이다. 그런데 오줌에서 피가 발견됐다. 병원 진단은 방광염이었다. 지금은 주사를 맞고 약을 먹은 후 평소대로 행동한다고 전했다.
혈뇨가 발견되었을 때 가장 많이 의심되는 질환이 비뇨기계 결석이나 방광염이다. 그런데 사람도 남자보다 여자가 방광염에 잘 걸리듯 개의 경우도 암컷에게 방광염이 더 잘 발생한다. 암컷의 경우 외음부와 항문이 가까이 위치하고 요도의 길이도 짧아서 세균이 비뇨기계에 침입하기 쉽기 때문이다. 방광염에 걸린 개들의 일반적인 증상은 소변을 참기 어려워하고 평소보다 소변보는 횟수가 많아진다. 방광염을 앓아본 사람들은 공감하겠지만, 개들도 소변 본 뒤 잔뇨감을 계속 느껴 소변보는 장소를 반복해서 왔다 갔다 하고, 배뇨 자세를 자주 취하게 된다. 또한 소변의 색깔이 진해지고 탁해지거나 악취가 나고 피가 섞여 나오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 배뇨 시 통증을 호소하기도 한다.
방광염은 신부전, 쿠싱질환, 당뇨에 의해 이차적으로발생하는 경우도 있지만, 감염이 일차 원인인 경우가 많다. 세균성 감염인 경우가 많고 곰팡이, 기생충 알 등에 의한 감염도 가끔 일어난다. 세균성 방광염을 방치할 경우 신장까지 타고 올라가 신우신염을 일으킬 수도 있다. 또한 비뇨기계 결석이나 종양이 방광염을 일으키는 경우도 있다. 보통 방광염의 진단은 요검사와 방사선검사, 초음파 검사를 통해서 이루어진다. 개의 경우 사람처럼 화장실에서 소변을 받아오라는 식의 요검사는 이루어지기 힘드니 방광에서 직접 주사기로 채취하는 방광 천자를 통해 소변을 얻어 검사를 진행한다. 소변을 현미경으로 직접 관찰해서 원인이 되는 세균을 찾아내기도 하고, 세균배양과 항생제 감수성 검사를 통해 그 세균을 치료하기에 가장 적합한 항생제를 찾기도 한다.
암컷 강아지를 둔 보호자의 경우 그 예방방법이 특히 궁금할 수 있다. 항상 항문과 생식기를 청결하게 유지해주는 것이 일차적으로 중요하다. 또한 물을 적게 먹는 습관을 지닌 경우 세균을 씻어내려 줄 수 있는 소변량이 적어 방광염 발병확률이 커진다. 신선한 물을 자주 마실 수 있게 환경을 조성해주는 것이 좋다. 물을 너무 마시지 않는다면 습식사료로 바꿔보길 권한다. 또 오줌 참는 습관도 방광염을 일으킬 수 있는 주요 원인이 된다. 특히 바깥에서만 대소변을 해결하고 집에서는 무조건 참고 있는 경우 더욱 그러하다. 밖에서만 대소변을 해결한다고 우리 집 강아지가 착하고 깨끗하다는 인식은 떨치기 바란다. 가능한 집안에서도 소변 패드를 이용해서 원하는 경우 언제든지 소변을 볼 수 있게 유도해줘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