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생명! ◈
햇살이 그냥 초여름의 날씨가 아니다. 머리가 벗겨질 듯한 날씨라는 말처럼 햇살 사이에 예리한 비수를 감추고 있다.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예초기를 고치러 갔다가 온전하지 못한 부품을 갈고 쌩쌩 돌아가는 예초기 소리에 이끌려 예초기를 어깨에 메기까지 채 1분도 걸리지 않았다.
시동을 걸었으니 우후죽순처럼 잘려 나갈 잡풀들을 그리며 전진한다.
난 어느새 명검을 가진 무사가 되어 예초기를 돌리기 시작했다. 알박기 땅인 양 관리가 되지 않는 채 교회 앞을 가로막아 미관을 해치는 땅에 제멋대로 자란 풀들을 삼재겁법(찌르고, 베고, 긋고)의 초식을 사용해 제거해 나갔다.
땅도 사랑을 받아야 아름답다. 땅을 땅으로 인정하지 않고 돈으로만 보는 사람에게 주어진 땅은 부모 잘못 만난 자식처럼 안쓰럽다.
잡풀은 교회 울타리도 가리고 곱게 자란 꽃도 침범해서 배배 꼬아 말라 죽게 하기도 한다. 그렇다고 땅 주인에게 관리를 잘하라는 말을 하는 건 한강에 돌 한 개를 던지는 꼴이니, 목마른 놈이 샘을 파는 건 당연한 일이지 않은가.
예초기의 날이 돈다. 썩은 집단처럼 잘려 나가는 풀의 파편이 몸을 찌른다. 예초기를 잡은 사람들은 늘 “여기까지만, 저기까지만 하고 그만해야지...”를 반복하다, 모든 것을 다 베고 나서야 시동을 끄는 속성을 가졌다. 나도 그들과 한통속이다.
종국에는 명자나무 울타리 너머까지 손을 대었다가 예초기 기름이 떨어져서야 다 베지 못한 걸 아쉬워하며 예초기를 내려놓았다.
예초기를 멈췄어도 덜덜거리는 손을 재밌어 하다, 사랑하는 연인을 만나면 가슴이 이렇게 뛸까? 하는 생각까지 이르니 웃음이 새어 나왔다.
예초기를 돌리는 일이 꼭 힘든 것만은 아니다. 베어져 나가는 풀과 깨끗해진 걸 보는 느낌은 쾌감마저 동반한다. 물론 얼마 지나지 않아 다시 솟구쳐 오를 풀들 앞에서 예초기의 유혹이 마냥 좋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내가 살아있고, 예초기를 돌릴 힘이 있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것만 가지고도 아직은 자신이 쓸만하다고 스스로 도닥이게 된다.
자란다는 건 생명 존재라는 것이니, 생명과 마주한 나도 생명을 가진 존재임을 확인시켜주는 것이어서 예초기를 돌린다는 건 나름 행복한 일이다.
생명을 가진 모든 이들에게 고함! 생명을 생명 살리는 일에만 씁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