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집에 있는 화분에 열흘에 한 번씩 물을 주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떻게 열흘에 한 번 물을 마시는 것으로 살 수 있는지...
식물을 살 때 들었던 말로는 그걸로 충분하다는데
이파리 몇 개가 괜히 시드려는 것을 보면
당장에라도 흠뻑 물을 주고 싶은 마음에 조바심이 나곤 합니다.
그러고보니 이번 묵클럽을 시작한지도 열흘이 지났군요.
세번째 모임 공지입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내가 버린 여자」 (엔도 슈사쿠, 일본)
:: Comment ::
엔도 슈사쿠가 국내에 가장 잘 알려진 일본 작가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제게는 가장 애정하는 동시에 동경의 대상이기도 한 소설가입니다.
묵클럽에서 엔도 슈사쿠의 소설을 다루게 된 것은 이번이 세 번째인데요. ( <깊은 강>, <바다와 독약> 이후)
<내가 버린 여자>는 그 중에서도 가장 인지도가 떨어지는 작품입니다.
비교적 큰 출판사에서 번역돼 다뤄진 소설도 아니다보니
도서관 같은 데서 찾아보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지만
아직 절판되지도 않았고, 여차하면 e-book으로도 볼 수 있기도 해서
그냥 해보기로 했습니다. 책을 구하는 과정도 책읽기의 일부니까요. (웃음)
다만 일본에서는 꽤 인기가 있었던 모양인지 1969년에 영화화 된 바 있는데요.
1978년에도 동일한 제목의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제작되었지만
내용이 전혀 달라 제목만 따온 작품인 것처럼 보입니다. (저도 안 봤습니다)
워낙에 눈길을 끄는 제목이라 이해가 안 가는 점은 아니지만요.
: 감상 TIP ::
- 어문학사판 기준 301쪽 분량의 장편소설입니다. 300쪽이 넘는다고는 하지만 판형에 비해 글씨가 커서, 실제로 읽어보면 그리 길게 느껴지지는 않습니다. 엔도 슈사쿠 역시 담백하고 친절한 문장을 구사하는 작가이기에 쉽게 읽히는 편이고요. 꾸준히 읽는다면 이틀 내지 사흘 내로 완독할 수 있는 정도입니다. 매번 말하지만, 모임날짜를 목전에 두고 급하게 읽기보다는 미리미리 읽어두는 것이 신상에 좋습니다.
- 자극적인 제목이지만 핵심 서사 자체가 그리 자극적이라고는 할 수 없습니다. 그야 '자극적'이라는 말뜻을 어떻게 해석해야 하느냐의 문제이기는 하지만요. 얼굴이 화끈거리기 보다는 마음이 축 가라앉는듯한 묘사와 전개가 도드라지는 작품입니다.
- 제가 엔도 슈사쿠의 작품을 유독 아끼는 이유는, 그가 절대적인 아름다움이나 선善의 가치에 대해 말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추악함에 대해, 한없이 나약한 인간에 대해 다룸으로써 독자에게 질문합니다. 세상에 모든 훌륭한 소설들은 정답이 아닌 질문이지만, 엔도 슈사쿠의 질문은 유달리 마음 깊은 곳까지 침투해 상념에 잠기게 만듭니다.
- 예상컨대 여러분이 <내가 버린 여자>를 읽는 기분이 그리 유쾌하지는 않을 것입니다. 애초에 그러라고 쓴 소설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읽다보면 참담한 기분이 될 때도 있을지 모릅니다. 그럴때는 작가를 믿어야 합니다. 그 참담함이 그저 우리를 기분 나쁘게 만들고자 연출된 것이 아니라는 걸요. 그것은 질문의 재료이지 작품의 본질은 아닙니다.
- 작품에서 종교적인, 특히 기독교적인 색채가 느껴진다면 착각이 아닙니다. 작가가 일본에서 보기드문 가톨릭 신자였기 때문인데요. 그렇다고해서 '신을 믿자' '신에게 귀의하는 것만이 정답이다' 같은 뉘앙스는 없으므로 안심하셔도 됩니다(오히려 그런 느낌은 톨스토이 작품에 있음). 되려 엔도 슈사쿠는 종교에 대해 도전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초라한 인간으로서의 예수'에 대한 글을 써서 보수기독교 신자들에게 비판받은 전적이 있을 정도입니다. 저 역시 크리스천은 아니지만 엔도 슈사쿠의 작품을 읽으며 종교적인 포인트 때문에 거슬린 적은 없으니까요. 물론 '나는 종교에 대한 언급 자체가 싫다'고 하시면 어쩔 수 없지만.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4년 11월 15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이번 기수부터 내부에 음료 반입이 불가합니다. 마실 것은 카페 내에서 자유롭게 주문이 가능하오니 참고해주세요.
:: 숙제 ::
- 「내가 버린 여자」 (엔도 슈사쿠) 완독
(구매 링크 - 예스24)
:: 기타 ::
첫댓글 예전에는 감상할 때 기분이 다운되거나 생각을 요구하는 작품은 감히 엄두도 못 냈는데 묵클럽하고 나서는 기꺼이 작품을 받아들이고 삼켜내는것에 묘한 재미를 느끼고 있습니다🫶(그리고 책을 구하는 과정도 읽기의 일부라는 말 완전 공감이요😆✌️)
좋은 말입니다. 다들 현생이 힘들다보니 우울한 느낌이 들 것 같은 작품은 읽지 않게 되는 것 같지만.. 오히려 슬픔에 잠김으로써 얻을 수 있는 위로도 있으니까요. 그런 재미를 느끼고 계신다면 200% 성공입니다.
모임은 못 가도 책은 읽어야겠습니다
그러려고 등록한 묵클럽이니까 (웃음)
좋은 자세입니다. (웃음)
공지사진이 멋있네요
멋있는 사람이 찍었나봅니다.
'초라한 인간으로서의 예수'에 대한 글을 읽었을 때도 화사하지만 아름답지 않은 여름 묘사에 놀라고, 나도 모르게 인물과 함께 소용돌이에 빨려 들어가는 느낌에 놀랐던 기억이 나요. 이번 책도 무거운 분위기인 것 같아서 기대됩니다.
전 주에 다뤘던 영화 참 좋아했는데 못 가서 아쉽네요 ㅠㅠ 아쉬운 만큼 책 즐겁게 읽고 금요일에 뵙겠습니다 :)
맞습니다. 엔도 슈사쿠가 특히 그 황량한 분위기의 배경이며 날씨를 묘사하는데 일가견이 있죠. 혼돈으로 찬 인간의 내면에 대해서도 그렇고.
무거운 분위기인 것 같아서 기대가 된다니. 저도 그 기대가 기대되는 말입니다. ㅋㅋ
아무래도 2주차 토론의 C.죽어죽어의 항목이 3주차로 넘어왔어야 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자극적인 제목이네요. 재밌게 읽어보겠습니다.
읽고나서 더 그렇게 될지도 모르지만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