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축하 합니다~ 사랑하는 예순셋 생일 축하 합니다~”
벌써 예순 세 번째 당신의 생일입니다.
다사다난이라고 하지만 우여곡절이라고 하지만 올핸 참으로 그렇습니다.
시월에 마지막 그날이라는 노랫말 가사처럼 그날에 사랑하고 사랑주어야만 하는
당신의 어머니를 마지막으로 떠나보내고 양가 부모님은 한분도 안 계시는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맞이하는 당신의 슬픈 생일이라 내가 쓴맛에 단맛을 아무리 많이 넣는다 해도
당신의 기쁜 삶의 맛이 나겠습니까.
하지만 이제 누구나 겪는 단 한 번의 생사의 기쁨과 슬픔을 시간에 맡기고
오늘은 기쁜 날로 당신이 웃었으면 좋겠습니다.
깊어가는 가을,
또다시 찾아온 당신의 생일은 내가 축하하기 전에 신께서 만든 계절의 축포 탄
노란 은행잎들의 불꽃놀이가 아름답지 않아요?
“웃어요~ 오늘은~ 사랑하는 당신의 생일 이니까”
그리고 가만히 생각해 보니 올핸 당신이 너무나 슬퍼 할까봐 41년 만에 사랑하는
큰아들이 우리에게 처음으로 여자이자 인생 파트너를 데려와 슬픔방지 예방주사를
맞았으니 우리 함께 그 아이 이름처럼 무아지경에 빠져 보아요?
내가 늘 하던 말이 있지요? 당신이 중독되기를 바라며 다시 합니다.
‘기쁜 일이 있을 때 행여 뜻하지 않은 일이 날까봐 참고 진중하게
그 일의 결과가 있을 때까지 바라보면 기뻐해야할 순간들을 즐기지 못하고 영원히
놓치는 결과를 낳습니다.’
이제 우리부부 3분의1 밖에 남지 않은 인생에서 어머니 떠나보내고 가장 슬픈 일도
온~맘으로 슬퍼했으니 그처럼 기쁨의 순간순간들도 기뻐하며 살아 봅시다.
철모르는 모기도 내 이마와 손등을 물어 조금 일찍 일어나 이렇게 축하 편지를
쓰라 하는데 철없고 티 없는 소녀처럼 굴러가는 가랑잎에도 까르르 웃는,
아니 봉숭아 우수수 떨어지는 씨앗처럼 내가 당신을 살짝 건드려도 그렇게 웃는
당신의 모습이 매우 그리운 당신의 생일입니다.
누가 그랬지요? 엄마 영정 사진을 보고 엄마가 엄앵란 닮았다고, 그럼 당신은
대 스타의 따님이잖아요?
나 이제 밥하러 갑니다.
생일축하 아침밥인데 요즘 애들처럼 줄인 말로 하면 ‘생밥’이라고 하는데
설마 그런 밥을 하겠어요? ㅎㅎㅎ
“남은 생~ 3분의1 너와나 둘이서~,시계바늘 한날에 한시에 두 손 잡고 멈추기를~”
우리 서로에게 홀로 남은 자에게 슬픔주지 않기를 바라며 당신을 사랑합니다 여전히.......
-2018년 11월17일 아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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