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시간 4시간 , 울산역에서 유작가를 태우고 차 한대는 냉동 냉장 식재료를 이틀 묵을 펜션에 두고 산행시작 지점인 배내고개서 합류하였습니다.
다음날 비가 온다고 하니 오늘 우리는 제일 긴 코스에 절경이 기다리고 있을 배내고개에서 신불, 영축산 까지 15km를 걷기로 하고 나섭니다.
신발 끈을 조이고 스틱을 준비하고 보니 모두들 앞장서 걸어 이미 이 코스를 다녀간 사람이 세분이나 있어 처음 진입부터 잘못되었으리라 전혀 생각을 하지 못했습니다. 헌데 한참을 가다 나오는 이정표는 지도에선 못 보던 능동산과 자꾸 천황산을 가리킵니다.
그러고 보니 아예 반대쪽으로 걷기 시작했네요. 이쪽으로 가면 천황산과 재약산쪽 입니다. 아뿔싸! 다시 돌아갈 길이 막막하기도 하고 영남 알프스의 쉽게 오르지 않는 봉우리이기에 그냥 계속 가기로 합니다.
천 미터 넘는 산의 깊은 산의 기운, 굵은 나무들, 높이가 높아질수록 나무는 사라지고 가을엔 억새 가득했을 드넓은 초원이 펼쳐져 바람에 날리며 드러누운 초록 벌판이 인상적이었어요. 그 벌판 한켠에서 점심으로 일산에서부터 가져간 밥과 열무김치 참기름 양념고추장 김자반을 넣고 맛난 열무비빔밥을 만들어 먹었습니다.
1189m 천황산에선 사방 천 미터 넘는 영남알프스 봉우리들을 운문산 가지산 간월산 신불산 영축산 순서대로 다 볼 수 있었는데 신비한 산안개가 산을 보여줬다 가리곤 하였지요. 그리고 우리는 바위로 이루어진 1119m 재약산으로 향합니다. 꼭대기가 바위인지라 옹색한 바위들에 둘러앉아 석경님의 서편제 창 한 소절을 날리는 운무 속에서 들었습니다.
지리산 같은 깊은 산에서만 느낄 수 있는 산 내음, 바람들이 우리 주변을 감싸고 있었고 비를 부르는 구름들이 급하게 흘러가는 천 미터 넘는 산 능선에 펼쳐진 초원, 이 보다 더 좋을 수 없을 것만 같은 느낌들을 아쉬워하며 내려오는 길은 경사가 좀 급하긴 했네요.
두 명이 택시타고 가 배내고개에서 차를 가져오고 우리는 숙소에 멀지않은 식당에 자리 잡고 삼겹살 목살을 구워 맛난 저녁을 함께 하며 산행 소감을 나누었습니다.
둘째 날 비가 많이 오네요. 하루 종일 비는 계속 온다고 합니다.
가까운 손두부집에서 정갈한 아침을 먹고 산을 못가는 대신 울산투어를 하기로 합니다.
우리나라 삼보사찰[三寶寺刹: 佛寶·法寶·僧寶로 일컬어지는 세 사찰] 가운데 하나인 불보(佛寶) 사찰로 부처님 진시사리가 있는 통도사로 향합니다. 진입로의 노송들은 자태를 뽐내고 입구에서부터 저 영축산 거의 꼭대기의 반야암에 이르기까지 통도사의 말사인 암자들은 거의 19개나 된다고 합니다. 통도사는 어찌나 넓던 지요. 각 건물마다 얽혀있는 이야기도 많아 모신 해설사의 해설은 한참 이어졌습니다.
통도사를 나와 울산 친환경적으로 잘 가꾸어 되살린 태화강변의 10리 대숲은 방문했습니다.
처음 오신 분들이 담양 죽녹원 보다도 훨씬 멋진 대나무 숲이라며 감탄 했지요.
태화강엔 물이 검게 보일 정도로 물고기들이 헤엄치고 있었습니다.
제가 어릴 적 태화강변에서 줄낚시로 꼬시래기를 낚기도 했었는데 이젠 낚시는 금지랍니다.
거제도 몽돌해수욕장보다도 돌이 예쁜 죽전해수욕장으로 점심을 먹으러 가려했더니 유영호작가의 강력 추천으로 함부로 갈 수 없는 숨겨진 맛 집으로 바닷가 멋 집으로 향합니다. 직접 잡은 횟감과 여주인의 물질로 잡은 해산물을 하나하나 맛보며 바로 앞 몽돌이 널린 비오는 바닷가 산책도 하였습니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우리는 대왕암 쪽으로 향하였는데요.
이곳이 이렇게 해안선을 잘 보존하고 있는 건 그동안 철조망으로 막아두었었고 해안 경비대가 지키고 개방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러고 보니 내가 중 고등학교 때 소풍 와서 본 곳은 소나무밭 일부였고 그 때는 이렇게 잘 다듬어져 있지도 않았었는데 바닷가 넓게 펼쳐진 해송은 쭉쭉 뻗어 하늘을 덮으며 건강한 푸른빛이요 하얗게 부서져 부딪히는 파도와 어우러진 황색 바위와 짙은 푸른 빛 바다색까지 살아있는 이 해변이 너무도 아름다워 어느 분은 눈물이 핑 돈다고 하였습니다.(일부 사진은 함께가신 분들 카톡에서 다운 받은 것입니다)
숙소로 돌아와 석경 샘이 집에서 각종 민물고기를 직접 잡아 손질하여 갖고 온 것들로 털레기탕을 맛나게 끓이는 동안 군섭님이 얼려서 가져온 김치찌개를 안주 삼아 술 한 잔씩 그리고 얼큰하고 맛난 털레기탕의 국수까지 맛있고 재미난 숙소에서의 뒤풀이가 있었습니다.
3일째 비가 부슬거려도 산을 가기로 하였습니다.
아침을 북어 콩나물국을 끓여 숙소에서 해결하고 서둘러 운문령으로 향하여 산을 오릅니다. 석경샘이하 두 분은 남아 차를 우리 하산 길 석남터널로 가져다 놓으시고 점시거리까지 준비 후 두분은 올라오시고 한분은 미리 점심 준비를 해 주셨습니다.
운문령에서 시작하여 상운산을 거쳐 가지산 자락의 쌀눈바위를 지나 영남알프스의 최고봉 1241m 가지산 정상에 올랐습니다. 가지산 정상에서 영남알프스에 드리운 운무 보기를 기대하였으나 우리가 운무속에 들어가 버려 아쉽기는 하였습니다만 산은 언제나 같은 모습이 아니고 또 다음을 기약하라고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보여주지 않는다고 하지요.
호젓한 숲길이 좋았습니다.
석남터널 쪽으로 내려와 미리 자리 잡은 곳에서 2차로 끓여주는 털레기탕에 남은 햇반까지 데워 말아서 든든히 먹고 길었으나 알차고 함께함이 늘 아쉬운 2박3일 영남알프스 상행과 울산투어를 마치고 다음을 기약하며 헤어졌네요.
첫댓글 다시 봐도 좋네요~~ 우리나라에 저런 풍광이 있을 줄 몰랐어요~~^^
안그래도 몸공부반 산행가셨을때 전국적으로 비가 와서 살짝 걱정을 했었는데, 다녀오셔서 보여주신 사진보며 감탄했었죠 ㅋ 이렇게 남겨주시니 참 좋으네요. 사진 속의 회원들 표정도 아름다운 자연만큼이나 멋져요^^ 10년후엔 유경샘 다니신 곳들 저도 가볼 수 있으리라 기대하며 몇군데 새로 장만한 여행 노트에 메모합니다^^
율마님 새로마련한 여행노트~~~
참 좋습니다~~
그 노트에 오를 장소들 부지런히 답사하며 저도 저 다녀온곳을 기록으로 풍요롭게~~~^^
사진이 장관입니다
신선놀음하다 오신듯합니다
즐거운산행 사찰기행 화강변대숲 대왕암해안선 그리고 털레기탕과 소주 1잔...뭐 한군데 빠진것없이 완전 부럽습니다
올라갔다내려올걸 뭐하러 산에갈까하는 귀차니즘1인인데 산과바다 먹거리가 좋으니 솔~~~~깃함다
언젠가는 합류를 꿈꾸며~~
혹~산티아고순례길 일정은 없나요
지금당장말고 몇년후에~~~
역쉬 장총무님이셔.
다들 누가 사진을 올리려나 두리번거릴때
솔선수범해서 갈무리를 지우셨구만.
지난 여름날의 추억을 잠시 느껴보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비가와도 좋고, 힘든지도 모르고 매일매일 산에 오르고, 밤새 얘기하고,
좋은 추억은 시간이 지나서 봐도 아름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