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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사람들은 자신이 3루에서 태어났으면서 3루타를 친 줄 알고 살아간다.”
미식축구 댈러스 카우보이의 감독인 베리 스위처가 한 말로, 이 문장은 최근 야구 드라마에서도 대사로 등장해서 유명해졌다. 타고난 불평등을 이처럼 명쾌하게 표현한 말이 있을까 싶을 정도이다. ‘불평등 사회에 관한 뼈 때리는 코멘터리’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은, 배우이자 인문학 강사로 활동하고 있는 저자가 쓴 책이다. 그동안 방송에서 유창한 언변으로 활동하던 저자를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가 쓴 글은 이 책을 통해서 비로소 접하게 되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 사회의 부조리한 면모에 대한 날카롭고 비판적인 저자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었다.
나이 마흔이 넘어 아이가 둘이나 있는 제자가 ‘오늘에야 겨우 대학 학자금을 다 갚았다.’라는 고백을 들은 느낌을 서술하는 것으로, 이 책의 ‘들어가는 말’이 시작된다. 그 말을 듣고 저자는 ‘유머와 해학을 가미한 스토리로 21세기 한국 사회에 만연한 불평등을 헤집는 것’을 목적으로 이 책을 기획하고 집필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책의 내용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면모에 대해서 종횡무진으로 헤집으며, 날카롭게 비판을 가하고 있다. 최근 젊은이들을 금수저와 흙수저로 구분하는 이른바 ‘수저 논쟁’은 우리 사회의 불평등에 대해서 느끼는 일반적인 시각이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읽는 사람들이 만약 ‘부자와 권력자와 건물주라면’, 저자의 생각처럼 적지 않은 불편함을 느낄 수도 있을 것이다. 명백하게 출발부터가 다름에도 모든 것을 노력으로 치부하는 것이 올바르지 않으며, 차라리 자신은 '금수저'로 태어났다고 고백하는 것이 옳지 않을까? 똑 같이 노력한다고 해도, 서 있는 자리에 따라 누군가는 성공하고 다른 이들은 실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타고난 ‘불평등’에서 비롯되는 현실이기에, 저자는 <전지적 불평등 시점>을 통해서 세상을 좀더 객관적으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이미 견고하게 굳어진 불평등한 세상을 향해 저자는 거침없이 의견을 쏟아내고 있다.
전체 3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지랄도 정도껏 해라’는 제목의 첫 번째 항목에서는 각종 언론 보도를 통해서 드러난 한국 사회의 다양한 불평등한 문제에 대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책에서는 다루지 않았지만, 방송에서 마치 자신이 '위대한 개츠비'인 것처럼 허세를 부리다가 쇠고랑을 찬 인간이 떠오르기도 했다. 두 번째 항목인 ‘을이 갑이 되고 갑이 을이 되는 이치’에서는 동양과 서양의 고전을 통하여, 불평등을 바라보는 과거와 현재의 시각을 비교하여 논하고 있다. 자신의 관접에서 유가 경전을 받아들이고, 현재의 시각에서 논하는 것이 인상적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마지막 ‘노예로 살지는 말자’라는 항목에서는, 그럼에도 당당하게 살아갈 필요가 있다는 당위를 설파하고 있다. 시니컬한 문제가 때로는 시원하게 생각되기도 하지만, 마땅한 대안을 마련할 수 없다는 현실이 자괴감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그러나 엄연히 존재하는 현실을 애써 눈감을 필요는 없으며, ‘불평등’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고 당당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더욱 요구된다고 하겠다.
이 책을 읽으면서, 가장 인상 깊었던 부분은 바로 ‘나가는 말’에 쓴 ‘스무 살 아들에게 주는 글’이라는 부제의 내용이었다. ‘어떻게 살 것인가’라는 제목으로, 이제 성인이 된 아들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나 역시 아들과 제자들에게 꼭 들려주고 싶은 내용이었기 때문이다. 저자는 아들에게 건네는 말들은 다음과 같다.
- 책을 읽고 끊임없이 공부해라. 힘없는 자와 가난한 자의 편이 되어라.
너 혼자 잘 먹고 잘 살 생각은 하지 마라
- 부자들과 어울리더라도 그들과 한패가 되지 말아라.
설사 그들이 너를 한패로 여기는 것 같아도 절대 오해하지 마라.
- 만약 권력이 또는 부가 하나가 되어 썩어간다면 너는 친구들과 연대하여 항거하고 외치고 촛불을 들어라. 진보적인 사상을 가진 이들과 함께해라.
- 깨어 있기 위해 고전을 읽어라.
- 마지막으로 .... 투표를 잘 해라.
각각의 당부에는 그 이유가 함께 제시되어 있다. 그리고 아들에게 건네는 제일 첫 구절은 ‘우선 도올 김용옥 선생의 <우린 너무 몰랐다>부터 읽어라’라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 내용은 제주도의 4.3항쟁으로부터 시작되는 우리 현대사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정립하라는 것이다. 나는 이 말을 ‘올바른 역사관을 형성하기 위해 역사 공부를 부지런히 해라’로 바꿀 것이다. 승자만이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세상이 아닌, 정의로운 행위가 제대로 평가를 받는 세상을 꿈꾸기 때문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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