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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의 저자는 PD로서가 아니라 오히려 지난 정권 시절 그가 취재대상이 되었던 몇 건의 뉴스를 통해 먼저 알게 되었고, 그 이후 저자가 관계한 프로그램들에 대해 내가 관심을 갖게 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 당시 자신이 다니고 있던 사장에게 퇴진하라고 ‘용기있게’ 외치는 모습이 무척이나 인상적이었으며, 그로 인해 제작 현장을 떠나 ‘유배지’를 전전해야만 했다고 한다. 이제 저자의 희망처럼 사장도 바뀌고, 다시 제작 현장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다는 것에서 세상의 변화를 새삼 실감하게 된다. 저자가 이미 몇 권의 책을 저술한 바 있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비로소 알게 되었다. 책과 여행을 좋아한다는 그의 소망이 앞으로도 지속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저자의 성격을 단적으로 알 수 있는 에피소드가 서문에 해당하는 ‘프롤로그’에 소개되어 있다. 자전거로 전국일주를 하고 싶다는 생각에 자기가 다니는 대학이 아닌 이웃 대학의 동아리에 가입하기 위해 찾아갔으며, 또한 그 동아리에서도 그를 기꺼이 받아줬다는 예화이다. 그러한 남다른 성격과 결단력이 아마도 직장 생활을 그만두고 방송국 PD로 진로를 바꿀 수 있는 힘이 되었을 것이라 여겨진다. 이후에도 자신의 선택이 옳다고 믿고 그것을 바로 행동으로 옮겨 한때 어려움에 처해지기도 했지만, 그로 인해서 그의 삶이 더욱 단단해졌을 것이라고 믿고 싶다. 저자는 ‘삶의 재료는 시간이고, 좋은 삶을 만드는 것은 좋은 습관’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동안의 여행이 자신의 경계를 넓혀주었을 뿐만 아니라, ‘좋은 습관’을 만들 수 있었노라고 단언한다. 이러한 내용을 접하면서, 나에게 그동안 어떤 것들이 내 습관을 만들어 왔던가 하는 점을 잠시 생각해 보기도 했다.
이 책은 모두 4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그 내용은 전체적으로 자신의 성격과 여행을 좋아하는 이유로부터 시작하여 자신이 다녔던 여행 기록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먼저 1장의 ‘변화는 지금, 여기에서 시작된다’에서는 걷기를 좋아하고, 여행을 취미로 삼게 된 여러 가지 사정들에 대해서 논하고 있다. 특히 ‘불편함을 감수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진다’라는 내용에 대해서 나는 크게 고개를 끄덕였던 것 같다. 저자는 예능프로그램을 기획하다가 드라마 PD로 변신하게 된 이유가 보다 시간을 여유롭게 활용하고 싶다는 생각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봄마다 직장 부근에서 벌어지는 벚꽃 축제의 인파에 짜증내기보다, 오히려 자신이 적극적으로 그것을 즐기면 된다는 저자의 인생관도 인상적이었다. 책의 곳곳에서 간략하게 자신이 겪은 여행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한번 따라해 볼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2장의 ‘낯선 것을 익숙한 영역으로! 경계를 조금씩 확장한다’ 항목에서는, 혼자서 떠났던 저자 자신의 여행 체험들을 구체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서울시내로부터 아프리카 여행에 이르기까지 그의 여행 경력을 짐작할 수 있는 내용들로 채워져 있었다. 그와 달리 3장의 ‘다름을 인정하면 모든 게 즐거워진다’에서는 가족이나 지인들과의 여행 체험을 소개하면서 겪었던 다양한 일화들을 펼쳐놓고 있다. 여러 사람들이 함께 여행을 하다보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성격이나 취향이 다르기 때문에 크고 작은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다. 저자는 그렇기 때문에 ‘서로가 다르다’는 것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마지막 4장은 ‘미룬다고 더 좋아질 일은 없다’라는 제목으로, 대학생 시절부터 즐겼던 자전거 전국 일주의 내용을 중심으로 서술하고 있다. 여기에서도 매일의 일정을 소개하고 있어, 자전거 동호인이라면 이를 기반으로 자신만의 일주 코스를 구상할 수도 있을 것이라 생각된다.
이 책을 읽으면서, 때때로 저자를 대신해서 내가 이 책에 소개된 여러 곳을 여행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나 역시 걷는 것을 좋아하고, 여행을 즐기려고 노력한다. 다만 언제부터인지 지역 축제처럼 사람들이 몰리는 기간만큼은 애써 피하려고 한다. 자신을 스스로 ‘짠돌이’라고 표현하는 저자는 여행 계획을 짜면서, 이른바 ‘가성비’를 따져 숙소와 음식에서도 절약하려고 노력한다고 한다. 그러나 나는 언제부턴가 숙소만큼은 편안한 곳에서 머물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음식을 크게 가리는 편이 아니라서, 나의 경우 대체로 어떤 음식이든지 잘 적응하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이 책을 읽고 나서, 조만간 방학이 시작되면 아내와 함께 다녀올 여행지를 생각해 보았다. 다만 번거롭지 않고 여유로운 시간을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봐야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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