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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빨간 털실을 활용하여, 간단한 그림으로 사람의 일생을 표현하여 그려낸 형식의 그림책이다. 마치 초등학생이 그린 것처럼 단순한 그림이지만, 그 속에 담고 있는 내용은 기다림에 관한 다양한 상황을 제시되어 있다. 빨간 털실을 잡아당기며 ‘어서 키가 크기를’ 기다리는 아이의 모습으로 시작되는 내용은, 잠이 들기 전 누군가 와서 ‘잠들기 전 나에게 와서 뽀뽀해 주기를’ 기다리는 그림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케이크가 다 구워지기를’ 기다리고, 내리는 ‘비가 그치기를’ 기다리는 일상의 모습이 전개되고 있다. 그 과정에서 모든 삽화들에는 빨간 털실들이 활용되고 있다.
주인공이 점점 자라 ‘사랑을’ 기다리는 모습이나 영화관에 들어가기 위해 준비하면서 ‘영화가 시작되기를’ 기다리며 연인을 만나는 장면이 제시되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나 연애를 하고, 전쟁터로 떠난 남자를 기다리며 ‘전쟁이 끝나기를’ 원하는 여자가 등장한다. 연인이 보낸 ‘한 통의 편지를’ 기다리고, 프로포즈에 긍정적인 대답을 기다리는 그림이 이어진다. 그리고 마침내 결혼을 해서 아이가 태어나기를 기다리고, 테어난 ‘아이들이 자라기를’ 기다리는 그림에도 어김없이 빨간 털실이 등장한다.
아이들과 함께 하는 일상의 모습이 그려지는 와중에, 상대방과의 갈등을 털실이 헝클어진 모습으로 묘사하기도 한다. 이윽고 집을 떠나 독립한 ‘아이들의 안부 전화’를 기다라는 부모들의 모습이 제시되고, 병원에 누워있는 배우자가 ‘더 이상 아프지 않기를’ 기다리는 모습과 끝내 먼저 세상을 떠난 그 사람을 보내주는 모습들도 형상화되고 있다. 다시 혼자 남은 주인공이 ‘초인종 소리를’ 기다리고, 결혼한 자식들에게 ‘새 식구가 될 아기를’ 기다리는 것으로 내용은 끝을 맺고 있다.
이처럼 누군가의 일생에서 맞닥뜨릴 수 있는 다양한 상황을 그려내면서, 작가는 빨간 털실을 효과적으로 활용하고 있다. 그리고 작품에서 제시된 상황이 특별한 누구의 경험만이 아닌, 모든 사람들이 겪을 수 있는 것이라는 점에서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 털실이라는 소재를 활용하여 기다림을 주제로 다양한 상황을 그려내는 저자들의 창의성이 빛나는 책이라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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