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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래 전에 구입해 놓고 읽지 못했던 이 책을, 주말을 맞아 다소의 시간 여유가 생겨 손에 잡을 수 있었다. 이전에도 같은 작가의 만화를 몇 권 본적이 있기에, 우선 그림이나 내용 등이 조금은 익숙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내 누나>라는 책의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주요 내용은 남동생의 입장에서 직장 생활을 하는 누나에 대한 이야기를 다룬 것들이다. 책의 서두에는 ‘이 이야기는 누나와 내가 잠시 둘이 살았을 때의 기록입니다’라는 내용이 적혀 있다. 따라서 작가가 겪은 사실에 토대를 둔 내용이라고 이해된다.
여러 개의 에피소드로 엮어진 내용들은, 대체로 남동생이 바라본 누나에 대한 관찰과 그에 대한 느낌들을 다루고 있다. 솔직하게 자신의 생활이나 생각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현실 남매’의 삶을 다루고 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다른 관점에서 보자면, 어쩌면 여자들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다고 하는 남성들의 편견에 기초한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 역시 남자이지만, 여성들 못지않게 남성들도 작품에 등장하는 누나와 같은 심리를 보이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상대방과의 대화를 하는 화법에서 남성과 여성들이 지향하는 바가 다르다는 것은 그동안 다양한 연구들을 통해서 알려진 바 있다. 남성들은 결과나 해결책에 대해서 초점을 맞추는 반면에, 여성들은 이야기의 내용이나 과정을 더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고 한다. 그러한 사실을 잘 몰랐던 신혼 시절에 아내와 많은 대화를 했지만, 대체로 대화 과정에서 적지 않은 갈등이 불거지곤 했었다. 지금은 아내의 말을 잘 들어주고, 꼭 필요한 경우가 아니라면 해결책에 대한 내 의견을 잘 제시하지 않는 편이다. 물론 아내가 그것을 요구하면, 내 생각을 전달하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대화에 있어서 무엇을 지향하는가는 남성과 여성들이 구별될 수 있는 전적인 특성이 아니라, 때로는 한 사람에게서도 보이는 측면이라 할 것이다. 나 역시 누구에겐가 해결책이 아닌 말을 털어놓고 싶을 때가 있고, 뭔가 잘 풀리지 않는 문제의 해결책을 찾고 싶은 경우가 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결과나 해결책을 지향하는 경우가 훨씬 더 많다고 생각된다. 그런 점에서 어쩌면 남동생의 시점에서 누나를 관찰하는 것은 흥미롭지만, 여성과 남성의 차이를 제대로 전제한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만약 누나의 입장에서 바라본 남동생의 말이나 행동을 그려낸다면 더 재미잇는 내용이 될 수도 있을 것이라 여겨진다. 어쨌든 지극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들에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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