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동생은 막차로 보이는 버스를 향해 뛰었고, 그를 놓치지 않으려 나 역시 인파로 혼란스런 정거장 쪽으로 접근했다. 인파 속에서 동생을 찾을 수 없자 순간적으로 동생이 사라졌다는 사실을 깨닿는다. 곧바로 지하철 역으로 향하고 노선도를 살펴본 나는 이곳이 우리가 향하려 했던 곳으로부처 가장 떨어진 지역이라는 사실에 놀란다. 그곳으로 향하려면 어떤 노선과 플랫폼을 선택해야할지에 대한 정보도 혼란스럽다. 동생은 왜 버스 정류장에서 사라졌으며, 나를 염두하지 않았는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항상 공간은 모호하다.
2. 아버지가 머무는 집은 매번 꿈속에서 보던 집구조가 아닌 낯선 복합 구조다. 그는 무심히 자신의 일에 집중했고, 나는 아버지의 집을 탐색한다. 구조의 한공간은 마치 청동으로 내벽이 발라진 음습한 성당을 연상시킨다. 그 느낌은 일면 사이비 종교의 그것처럼 불온하다. 왜 이런 곳에 아버지가 터를 잡고 있지라는 생각, 바로 한무리의 아버지의 지인으로 보이는 남자들이 집으로 들어오고 술판이 벌어진다. 나는 그 불길함을 벗어나기 위해 집밖으로 나왔고, 완만한 내리막 길을 따라 걸었다. 길은 다소 너른 공터로 이어지고 저편에 몸이 탄탄해 보이는 젋은 남자가 자신의 개들을 꾸짖고 있다. 이곳도 불길하다, 다시 아버지 집쪽으로 방향을 틀자는 자각과 함께 펼쳐지는 모호함. 아버지는 급기야 무당이 되었을까? 명백한 새로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