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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중정 원로교무와 김정상 교도가 기업경영에 대한 대화를 나눴다. | ||
현대인들은 과거에 비해 복잡해지고 빠르게 변화하는 사회 속에서 많은 경계에 부딪히며 많은 고민을 안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특히 기업의 사활을 걸고 매일 총성 없는 전쟁을 치르는 기업 경영인, 그들이 느끼는 사회생활과 가정생활에 대한 고뇌는 더욱 클 수밖에 없다.
이러한 고민을 풀기 위해 이중정(83·원로원) 원로교무와 성동교당 김정상((주)에이치비티 대표이사) 교도가 만났다.
- 기업을 경영하다보면 사람을 뽑는 일이 가장 중요한 거 같다. 한 번 뽑으면 긴 시간을 함께 해야 하는데 한 사람이 들어와 분위기 흐릴 수도 있어 고민이 되지 않을 수 없다. 어떤 사람을 어떤 기준으로 뽑아야 하겠는가?
내가 원불교에 처음 발을 들이고 처음 훈련 났는데 그때 가장 감명 깊었던 것이 바로 대종사님께서 우리 회상을 열으시고 교화를 하실 때 훈련을 주체로 삼으셨다는 점이다. 아무리 자기가 기능을 가지고 있더라도 훈련을 하지 않으면 인격이 완성이 안 된다.
다른 성인들은 오직 교화만을 중심으로 했는데 대종사님은 대각을 이루시고 저축조합을 만드시고 정관평 방언공사도 하셨다. 과거에는 정신만 중시했는데 요즘은 다시 물질만 중요하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 그 어른의 초점은 정신과 육신의 영육쌍전을 해 모두를 원만하게 사용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실천 방법으로 훈련을 제시하셨다.
결국 우리의 법은 둘을 아울러야 한다. 영육쌍전이 그렇고 이사병행이 그러하다. 앞으로는 지식이 밝아지는 사회인만큼 아는 것은 다 안다. 그러나 그 아는 것을 실천하지 못해서, 아는 것을 잘못 활용해서 문제가 생길 것이다.
그러니 인재 채용에 있어서도 두 가지 측면을 모두 살피면 좋을 것 같다. 정신과 기능 모두 갖춘 사람을 뽑으면 좋겠지만 그것이 어렵다면 뽑고 난 뒤에라도 일과 이치를 함께 깨우치도록 이끌어 줘야 할 것이다.
- 그런데 또 사람을 쓰다보면 내가 믿음을 줬는데도 상대방은 나에게 믿음을 안 주거나 배신을 하는 경우도 있다.
예전에는 사람은 다 똑같아서 내가 마음을 열고 믿음을 주면 저 사람의 마음도 열릴 것이라 생각을 했다. 그래서 회사창립 초기에 열심히 일하던 직원에게 정성을 들이며 함께 회사를 이끌어 나가야 겠다고 마음 먹었었다.
그런데 언젠가부터 아무 말도 하지 않고 회사를 나오지 않더라. 그 직원들에게 그 친구에 대한 원망을 하지 말고 다른 곳에서라도 잘 되기를 빈다고 생각은 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 남는 찌꺼기가 남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사람이 살아가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믿음이다. 대종사님은 '신'을 만사를 이루려 할 때 마음을 정하는 원동력이라고 하셨다. 무슨 일이든지 믿음이 없으면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는 것이다.
이 회상에 들어와서도 '내가 이 공부를 해야 내 목적을 이루겠구나', '내가 이 공부를 해야 부처가 되겠구나'라는 신이 있어야 어떤 어려운 경계가 있더라도 참게 된다. 그러니 신심 없는 사람은 결국 나가게 된다. 기업하는 사람은 직원들에게 그러한 믿음을 심어줄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나부터 그런 믿음을 가지고 또 먼저 상대방을 믿어줘야 한다. 누군가 소를 지붕 위에 묶어 놓으라 한다면 아무런 의심없이 그렇게 할 수 있겠는가? 믿음이 있는 사람은 아무런 의심없이 그 일을 해낼 것이다.
바로 이것이 믿음의 힘이다. 믿더라도 '수박 겉핥기 식'으로 믿으면 안된다. 상대방을 온전히 믿어야 한다.
- 대종사님 당대에도 사업을 하다 보면 수금이 제대로 안되고 그런 일은 없었나?
사실 회사를 경영하다보니 수금을 제대로 못하는 경우도 많다. 가져갈 때는 믿으라 큰 소리치지만 돈 줄 때는 차일피일 미루고 안 갚는 경우도 있다. 큰 채권이 있는데 채무자가 재산이 없다고 해 그 사람이 미안한 감정을 가지게 하는 게 최선인 거 같아서 1년을 기다리고 있다. 이것이 이치에 맞는 것인가?
그것이 바로 인과의 이치를 모르는 소치다. 인과의 이치는 너무나 명백하다. 내가 저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면 나에게 손해가 온 다는 것, 그것이 바로 인과다. 반대로 저 사람에게 이익을 주면 나에게 이익이 돌아오는 것 역시 인과다. 그 사람이 인과를 알았다면 그런 일이 없었을 것이다.
앞으로는 세상이 밝아져 사람들이 인과를 알게 되면 지금은 뺏지 못해서 안달이지만 앞으로는 못줘서 한이 될 것이다.
- 미수금을 안 주는 거래처에 대해 인과로 풀면 되기도 하지만 이게 너무 안일한 방법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앉아서 기다리기만 해서도 안 된다. 그 사람의 앞날에 대해 함께 고민도 하고 인과를 가르치는 것도 필요한데 그렇게 되기까지는 많은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 또 하나 고민은 개인적으로 회사에서 구성원 간 화합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그러다보니 가끔 경계가 모호해질 때가 있다. 일에 있어서는 엄하게 해야 할 때도 있을 텐데 엄하게 하고 나면 괜히 그 직원과 서먹서먹할 때가 있다.
대종사께서는 한 제자가 절로 들어가려할 때 대중 앞에서 크게 꾸중 하신 일이 있다. 이 법을 가지고 공부하면 성공할 수 있는데 안타까우셨던 거다.
이렇듯 대종사님 심법은 대자대비하신데 이것은 크게 사랑하시면서도 꾸중하시는 것은 자녀들 가운데 말 안 듣는 자녀 미운 것이 아니라 불쌍하고 안타까워서 꾸짖는 것과 같다. 그런 마음으로 하니 자연스레 말을 듣게 된다. 보통 사람들은 자기 감정에 따라 꾸중을 내기 때문에 문제가 생긴다.
- 영업을 하면서 나름의 기준은 500원짜리를 만원에 파는 것은 그 사람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쓸모 없는 것을 쓸모 있다고 속여 팔면 사기이지만 원가는 낮지만 그것을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는 것은 영업능력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영업을 하다보면 접대도 해야하고 부당한 요구를 받기도 한다. 기업의 이익과 사회의 도덕률이 상충할 때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대종사님께서 기업경영에 있어 금과 옥조같은 말씀을 해주셨다. 바로 자리이타다. 기업을 하는데 나만 이익을 얻기만 하면 안 된다. 나도 이익을 얻고 그 사람도 이익을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나만 이롭고 그 사람은 해를 입힌다면 당연히 불목이 생길 수밖에 없다.
다만 서로 이익을 얻는 것이 비리가 되어서는 안 된다. 비리가 있으면 결국 누군가는 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진정한 자리이타는 모든 이들에게 이로운 것이다.
공정한 입장에서 항상 자리이타를 쫓으라는 말이다.
- 원불교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