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슬 생각: 이런 부녀! ◈
여신도 지구회 모임이 우리 교회에서 있던 화요일 오후, 빗발은 거셈과 부드러움을 반복하며 심란하게 하고, 모임의 인도자인 회장은 네비게이션이 가리키는 곳으로 갔다가 김제 원평에서 차를 돌려 오는 중이고, 이전과는 달리 유난히 많이 참석한 지구회 회원들은 늦어지는 예배 시간에 얼굴이 편칠 않다. 하지만 그러면 어떤가 항상 특급 소방수는 준비되어 있으니...
여신도 특송을 위해 준비한 기타로 번개 여름성경학교 모드를 작동시켰다.
“예수님 찬양, 예수님 찬양...”
기존 교회의 교인들이어서인지, 아니면 잘 훈련된 시스템 탓인지 우렁찬 박수와 함께 찬양이 상승한다.
마냥 기다릴 수만은 없어서 순서지를 사진으로 받아 예배를 시작했다. 갑작스레 사회를 맡은 분도 성숙히 대처하고 강대상에 선 내게 보내는 시선과 집중력도 힘이 나게 한다. 예배를 마치자 예배 전 카페를 방문한 부녀와 5개월 된 외손자가 떠올랐다.
도가니탕을 먹기 위해 광주 두암동에서부터 청명초등학교 입구에 있는 식당을 찾아서 왔다는 부녀, “거기가 그렇게 맛집이에요?”라는 질문에, 어제는 지리산 뱀사골까지 가서 흙돼지 두루치기를 먹었다며, 딸과 손주를 데리고 다니는 맛집 여행이라면 더 먼 곳도 간다며 인상 좋게 웃으신다.
할아버지는 손자의 기저귀 가방을 어깨에 멘 채 딸에게 우산을 받쳐주며, 행복한 눈으로 바라본다. 각별한 부녀지간이라는 느낌 때문인지 나도 행복해졌다.
이런 부녀를, 아니 딸과 손자와 맛집 여행을 다닌다는 아빠의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는가?
문득 내일은 부녀가 어느 맛집을 찾아 기저귀 가방을 메고 설렐까 하는 궁금증이 일었다.
예배가 끝나자 부녀를 찾았다. 마침 카페에서 나와 교회 쪽으로 걸어오고 계셨다.
나를 보더니 대뜸 맛집은 덤이고 멋진 교회를 보았다며 아이처럼 웃으신다. 5개월 된 손주는 엄마의 손바닥 위에 곧추서서 빡빡 민 머리를 위아래로 흔들고, 엄마도 덩달아 몸이 들썩거린다. 이들 같은 부녀를 본 적이 있는 사람에게 손들어 보기를 청한다.
비가 그칠 생각이 없다. 예배 후 카페로 옮겨 커피를 마시는 여신도 회원들이 한결같이 입을 모아 전한다. “목사님, 너무 부러워요! 천국 같아요...커피도 맛있고, 목사님 말씀에 위로 많이 받았어요. 자주 와야겠어요...”
특별한 부녀도 가고 여신도 회원들도 간 빈 카페에 앉아 블루베리를 따 먹으려고 극성인 직박구리를 쳐다보다 스르르 눈이 감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