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예술] 나이에 상관없이 즐기는 행복감

[덕향.]

[삶과 예술] 나이에 상관없이 즐기는 행복감

한수미 / 영댄스 대표  

[뉴욕 중앙일보] 발행 2021/10/01 미주판 12면 입력 2021/09/30 19:00

요즘은 의외로 나이에 구애받지 않고 춤을 운동 삼아 즐기는 분들이 늘고 있다. 얼마 전에는 쉰쯤 되어 보이는 딸이 80세의 어머니를 모시고 상담을 하러 오셨다. 어머니가 동네의 시니어센터에서 왈츠를 배우는데, 경험이 많은 미국 할머니, 할아버지들과 비교하니 어머님 자신이 뒤처지는 것에 자존심이 상하여 제대로 배워보고 싶다 하여 오셨다. 어머님은 얼굴이 미인형에 자세도 꼿꼿하여 나이에 비해 젊어 보였다. 다른 수강생은 부럽다며 “아니 어쩜 몸매가 저렇게 예쁘세요” 하며 어떻게 관리해야 저런 몸매를 유지할 수 있을까 궁금해하였다.

그녀는 수업시간에 배운 왈츠를 연습을 많이도 해오신다. 갈고닦은 실력이 있기에 진도를 나가도 무리 없이 잘 소화해 내신다. 이렇게 좋아하는 것에 노력한다면 못 할 게 없다는 생각이 든다.

자제분들이 번갈아가며 어머니를 모시고 온다. 어머님이 예술적인 기질과 에너지가 어디에서 나오는 것 같냐고 물어보았다. 그랬더니 예전에 체조선수를 하셨다고 하셨다. 내 예감이 어느 정도는 맞았다. 그러나 아무리 선수를 했어도 자신의 몸 관리를 게을리하면 그 나이에 보통사람과 다를 바가 없을 텐데… 따님이 말하기를 어머님은 하루 일정을 정해놓고 시간표대로 움직이는 철저한 자기관리형이라고 했다.

‘건강나이’라는 말이 생각났다. 컴퓨터 앞에 오래 앉아있는 젊은이들도 뻐근한 목 근육이나 어깨를 풀어주지 않고 시간이 흐르면 나이가 들기도 전에 자세가 흐트러지고 그로 인해 합병증이 생길 수도 있다. 어머님은 자신만의 패턴으로 건강관리 실천을 아주 성실히 잘하셨음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그 나이에 그렇게 열심히 배우시는 모습이 경이롭기까지 했다. 또한 걷기와 독서는 하루도 빠짐없이 하신다니 나이가 다 무슨 상관인가! 65세 정도만 되어도 “에이 내 나이가 몇인데” 하며 나이 탓으로 돌리는 경우를 많이 목격했는데, 고령화 시대에 살면서 개개인이 자신의 건강관리를 어떻게 했느냐에 따라 각자의 수명이 결정되는 시대가 되었다.

요즘 젊은이들은 클럽에서 추는 프리스타일 소위 ‘막춤’에는 익숙하지만 품위 있게 추어야 하는 볼룸댄스는 배울 기회가 별로 없어서 어색하기만 하다.. 하지만 어느 정도의 교육을 받으면 누구나 품위 있는 춤을 출 수가 있다.

두어 달 전에 예비 신랑·신부는 퍼스트댄스로 탱고를 꼭 추고 싶다고 하였다. 자신 있게 말하는 그들에게 춤 경험이 있느냐고 물어보았다. 춤에는 경험이 없지만 춤을 좋아하므로 박력 있는 탱고가 좋다며, 영화 ‘여인의 향기’에서 알 파치노가 추는 탱고에 반했다고 하였다.

제아무리 반해도 그렇지 ‘춤’이라는 장르는 기초실력을 갖추어야 하객들 앞에서 보여줄 수 있다. 그러나 춤에 처음으로 입문할 때는 스타일리시하고 난이도가 있는 탱고보다는 왈츠나 폭스트롯으로 시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움직임의 원리를 터득하며 박자 관념도 능숙해질 때 탱고를 춘다면 훨씬 더 빛나리라.

춤이 인간에게 주는 즐거움은 대단하다. 나이에 상관없이 얼마나 멋지게 춤 자체를 즐기며 행복함을 느끼느냐가 중요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