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잔, 초인종이 올렸어. 폭염이기에 속옷만 입고 있어 겉옷을 입어야 했지. 옷을 챙기려 이동 중 현관밖을 비추는 인터폰 모니터로 초인종을 누른 인물이 보였어. 오십 초반 정도로 보이는 여자였지. 순간 한 반 년 정도 전 초인종 사건이 떠올랐지. 아주 명확하게 그때 그 분위기와 현재 현관 밖에 서있는 여자가 겹쳤지. 정확히 그때 그 여자란 확신이 들었어. 다소 섬뜩한 느낌과 함께 여자는 그때 처럼 현관 앞을 벗어나더군. 딱 그때 처럼 말야. 난 옷을 챙겨 입을 필요 없었지. 이미 여자는 사라졌으니 말야. 이런 느낌을 두번이나 느껴야 한다니 요상해. 여자는 왜 내 집 초인종을 반년에 걸쳐 두번을 눌렀을까. 물론 두번 이상일 수 있어 내가 항상 집에만 있진 않았을 테니 말야. 어쨌든 난 두번을 확인 한 거야. 나를 혹은, 내 집에 일정 용무를 가진 여자의 움직임을 말야. 이유를 추측해 보면, 일단 모종의 이유로 내 집 초인종을 눌러야 하는 아파트 주민일 수 있겠고, 잡상인일 수도 있지. 아니면 여호아의 증인 류의 전도자라든가, 것도 아니라면 역시 내부 청소 중이던 청소 도우미라든가, 하지만 그 어떤 가능성으로 생각하더라도 초인종을 누르고 자신의 용무를 관철 시켜야 하는 인물로 생각하기엔 현관 앞 체류 시간이 너무 짧고 무심하단 점이야. 모니터로 확인한 그녀의 이미지를 보면 그렇단 말이야. 왜 초인종을 눌렀을까.
어쩌면 그 인물은 확연히 다른 차원을 암시할 수 있는 은유일지도 모르겠어. 에를 들어 쿵소리의 주인공이라든지, 불길한 소식을 전해야 하는 마을 무당이라든지, 꿈에서 흘러들어온 기차역 주변 타로 카드집 여사장이라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