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묵돌입니다.
사람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은
불로 인한 작열통이 아니라 정신적 고독감이라고 합니다.
외톨이가 된듯한 기분은 폐렴보다, 암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죽이기 때문입니다.
또 사람이 견디지 못하는 것이 하나 있습니다.
바로 확실하지 않은 것, 정해지지 않은 것입니다.
현대사회의 모든 불확실성과 불명확함이 우리를 불안에 떨고 초조하게 만듭니다.
우리의 앞날에 대해 알 수 있는 것은 아무 것도 없고
다가오는 운명에 휩쓸려가는 것밖에 도리가 없다는 사실.
그런 사실들이 한없는 무력감과 비참함에 밀어넣는 것을 우리는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언제까지고 해결할 수 없는 난제로 남아있습니다.
사랑은 인간을 고독으로부터 해방시켜주고, 함께한다는 기쁨을 느끼게 하지만
동시에 너무도 불확실하고 변화무쌍한 나머지 우리를 괴롭게 만듭니다.
사람들은 사랑을 애증합니다. 사랑을 너무 사랑해서 하염없이 다가갔다가
몸이 불에 덴 것처럼 고통스러워 멀리 떨쳐내버리기도 하죠.
그래서 처음 사랑을 하게 된 사람들은
마치 인류가 불을 처음 발견했을 때처럼 거대한 고동에 휩싸입니다.
그리고 하나의 영원한 질문이 시작되는 것입니다.
이 미칠듯이 뜨겁고 위험한 것은 대체 무엇일까?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에 관한 프로이트의 정의는 이렇습니다.
인간이 가진 '죽음충동Todestrieb'을 '삶충동Lebenstrieb'으로 바꾸는 에너지
이것이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한 가장 완벽한 정의라고는 할 수 없지만
적어도 중대한 단서를 제공해주는 것 같기는 합니다.
우리가 선택한 적도, 스스로 시작한 적도 없는 이 삶이라는 것을
사랑은 기꺼이 살아가고 싶게끔 만듭니다.
죽음에 대한 두려움을 타고 태어난 우리들은
도저히 선택할 수 없는 죽음 대신에 삶을 사랑하고 싶어 합니다.
죽을 때까지 끌 수 없는 게임이 있다면, 어떻게든 그 게임에서 의미나 목적을 찾아보는 것처럼요.
우리는 삶을 사랑하기 위해 사랑 그 자체를 열망합니다.
따라서 사랑의 상실은 삶 그 자체의 상실입니다.
기꺼이 살고 싶었던 삶에서 어찌되든 상관없는 삶으로의 복귀이며
악몽같은 죽음충동의 부활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사랑을 찾고,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알고자 합니다.
아마도 이 물음은 끝이 없겠지요. 우리가 죽는 그 순간까지도...
지난 3주동안 우리는 사랑이 무엇인지에 대해 열띤 토론을 나누었습니다.
매주 금요일, 오후 여덟시부터 밤 열한시까지. 때로는 그것이 아쉬워 아침해가 뜰때까지...
그럼에도 우리는 답을 찾을 수 없었습니다.
어쩌면 답이 없다는 생각이 답일지도 모르고, 그런 회의주의적인 답이 가장 큰 오답일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우리가 답을 찾지 못했다고 해도. 앞으로도 답을 찾을 수 없다고 해도...
사랑에 관한 우리의 질문은 그 실패보다 고귀하다고
저는 믿습니다.
금요묵클럽 21기, 마지막 공지입니다.
:: 금주의 묵픽 (Muk's pick) ::
⌜접속⌟ (장운현, 대한민국)
:: Comment ::
영화속의 침묵을 좋아합니다.
조용한 일상에서의 변주를, 끊이지 않는 떠들썩함을 위해 영화를 보는 분들도 있지만
저는 화면속의 정적으로부터 삶을 위로받고 있다고 느낀 적이 적지 않았는데요.
<접속>은 장르구분상 로맨스, 멜로로 분류되는 영화이지만
사람들이 '그런 장르에 으레 기대하는 것만큼의 그런 느낌'은 아닙니다.
도리어 애틋함을 넘어 답답하기도 하고(이렇게 보니 4주 내내 답답하게 만드는 작품만 한 것 같군요)
엇갈림을 넘어 단절된듯한 기분에 가슴이 미어지기도 하죠.
그렇지만 인생은, 그리고 사랑은 속력이 아닌 방향이라고 했던가요.
천천히, 그리고 조용하게 이 영화에 접속해보도록 합시다.
: 감상 TIP ::
- 러닝타임 106분의 비교적 컴팩트한 분량의 영화이지만, 화면속의 마음과 감수성은 결코 컴팩트하지 않습니다. 일주일의 시간이 있는데, 이걸 안보고 오는 사람은 용서할 수 없습니다. 죄책감없이 쫓아내겠습니다.
- 21기에 달하는 묵클럽 역사 중 최초의 한국영화 픽입니다. 의도한 것은 아닌데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군요. 뭐든지 처음이라는 것을 실감하는 일에는 작은 감동이 있습니다.
- 1973년생 전도연씨의 장편영화 데뷔작이기도 합니다. 이 영화가 개봉할 당시에는 스물네살이었는데, 영화를 통해보면 그보다도 더 어려보이는 소녀같은 분위기가 물씬합니다. 한석규씨는 그냥 한석규씨인데, 그게 너무 멋있다는 느낌이고요. 영화 전체에 뭐랄지 홍콩영화 같은 고유의 색감이 느껴지는 것도 정겹습니다.
- 1997년 영화로, 벌써 개봉한지 30년이 다 되어가는 작품입니다. 그렇지만 지난 30년은, 한반도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이 가장 빠르게 변화한 시기였죠. 똑같은 서울을 배경으로 하고 있음에도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말씨나 분위기, 대화와 약속을 주고 받는 방법들의 차이가 생경하게 느껴집니다. 특히 지금과는 사뭇 다른 등장인물들의 서울말(서울사투리) 구사가 지금와서는 90년대 영화 특유의 독특한 풍미를 자아내는 듯 하고요.
- 그 외에도 영화를 보다보면, 우리처럼 2024년을 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뜨악할만한 부분이 더러 있습니다. 영화를 보시면서 '저땐 저랬다고...?' 하는 대목이 한두장면은 있지 않으실까 싶은데요. 시대가 흘러 변한 것, 또 한편으로는 변하지 않은 것에 대해 관찰하고 대화하는 것도 마지막 모임의 즐거움이 될 것 같습니다.
- 이번 묵클럽은 이 작품을 위해 시작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걸 보면서 '올해 안에 다시 묵클럽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을 정도입니다. 우리 세대에게는 퍽 생소한 영화를 여러분들이 얼마나 좋아할지는 모르겠지만... 그래도 한 번 해보자고요. 생각지 못한 것에 사랑에 빠지게 될 수도 있잖아요.
:: 모임장소 ::
서울특별시 마포구 동교로23길 40 지하 카페 <공상온도>
- 홍대입구역 1,2 번 출구 6분 거리
:: 일시 ::
2024년 8월 22일 금요일. 오후 8시 ~ 오후 11시
* 3시간 진행, 도중에 참여하는 것도 가능하지만, 모임의 흐름을 따라가기 위해서 가급적 시간에 맞춰 참석해주세요.
* 카페 <공상온도>의 방침상, 기존 고객 퇴장 및 대관 준비 시간으로 인해 오후 7시 30분부터 입장이 가능하오니 이용에 착오 없으시길 바랍니다.
* 마지막 모임 특전으로, 게스트 초대 비용을 받지 않습니다.
회원당 1명까지 무료로 초대할 수 있으니, 부담없이 데려와주세요.
:: 숙제 ::
⌜접속⌟(장운현) 감상
- 넷플릭스, 쿠팡 플레이, 웨이브 및 IPTV 서비스 등에서 시청가능
:: 기타 ::
첫댓글 생일 축하드립니다!! 이번 묵클럽도 성황리에 마무리 되시길🙏
사랑에 대한 글이 너무 좋습니다. 얼른 사랑하고 싶어지네요.
영화보기전에 공지를 읽고 끝난 후 한번 더 보면 또 다른 느낌인 것 같아요. 저는 그래서 항상 작품들은 다회차 보는 걸 좋아하는 것 같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