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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에서 어린이는 어떤 존재로 취급받고 있을까? 대개는 '우리 사회의 미래' 혹은 '희망'이라는 수식어들과 함께 등장하곤 한다. 그리고 해마다 '어린이 날'이 되면 각종 언론 매체를 통해서 어린이가 우리 사회에서 얼마나 소중한 존재인지를 역설하곤 한다. 하지만 그 때가 지나면 사람들의 관심사에서 어린이라는 주제 혹은 존재는 다시 무관심의 영역으로 돌아가곤 한다. 오히려 지금 어린이들은 '교육'이라는 제도 아래 혹사당하고 있지는 않은지 반문을 해볼 필요가 있다. 대부분의 부모들이 오로지 학교 성적과 그로부터 이어지는 대학입시라는 목표를 위해, 자식들을 사교육의 현장으로 내몰고 정당한 휴식을 보장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 생각해보자.
저자는 어린이책 편집자로 일하다가, 지금은 어린이를 대상으로 한 독서교실을 운영하고 있다고 한다. 따라서 저자는 어린이들과 함께 그들의 부모들을 주로 접하게 될 수밖에 없다. 어린이를 대상으로 살아가면서, 글을 쓰기도 하는 저자가 자주 들었던 말은 아마도 '네가 애가 없어서 그래!'라는 표현이었던 모양이다. 아이를 낳고 길러본 사람만이 어린이를 잘 알 수 있다는 전제일 것이다. 경험해 본 사람만이 알 수 있다는 이른바 '경험주의'의 전형적인 논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표현은 심각한 오류에 빠질 수 있는 문제를 안고 있는데, 자신이 겪은 자식을 통해서 어린이의 세계를 전부 다 알 수 있다는 자신만만한 태도라 할 것이다. 하지만 모든 부모들이 자식을 키우면서 모두 똑같은 경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부모들의 성향도 각자 다르듯이 아이들도 각자 개성을 가진 독립적인 존재인것이다.
어쩌면 자식을 낳고 길러본 사람들은 어린이 일반이 아닌, 자기 자식만의 특별한 경험을 근거로 그것을 일반화하는 오류에 빠질 수도 있다는 의미이다. 대체로 한국 사회의 부모들은 아이를 존중의 대상이 아닌 통제의 대상으로 삼아, 다른 아이도 비슷할 것이라는 인식에 빠지게 될 위험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렇기에 오히려 다양한 아이들을 접하면서 그들과 눈높이에서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저자와 같은 사람이야말로, 특별한 케이스에 갇히지 않고 어린이를 폭넓게 논할 수 있는 '전문가'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랫동안 다양한 아이들을 만나고 대화를 하면서 어린이를 이해할 수 있는 역량이 충분히 갖춰져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저자가 겪었던 어린이들과의 관계를 통해서, 어린이라는 존재가 어떤 의미를 지니고 있는지 그리고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서술하고 있다. 저자는 애초에 '나 자신을 위한 글을 쓰겠다고 생각했'지만, '글을 쓰다 보니 자꾸 어린이 이야기'를 하게 되는 자신을 발견했다고 고백한다. 그만큼 어린이와의 관계가 저자에게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는 반증일 것이다. 그 결과로 이 책이 출간될 수 있었던 것이다.
자신이 겪은 다양한 경험을 토대로 구성한 책의 내용들에서는 어린이를 단지 구호만이 아닌 한 사람의 존재임을 인정하고, 진심으로 그들을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한다. 어린이를 존중하고 한 사람의 존재로 인정해야 한다는 당위와 통제와 훈육의 대상으로서 양육하려는 부모(기성세대)의 현실적인 태도를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것이다. 나 역시 이 책을 읽으면서, '어린이'라는 존재의 의미와 어땋게 그들을 대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많이 배울 수 있는 기회였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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