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도 거제도 다음으로 큰 섬 진도에서 역사의 발자취를 돌아보게 되었다. 울돌목 팽목항 누가 들어도 알 수 있는 곳이 눈 앞에 펼처졌다. 왜구를 물리 친 이순신 장군의 기백이 가슴을 서늘하게 했고 어린 생명의 넋이 못 내 떠나지 못한 듯 서러움으로 아직 바다 위에 넘실 거리는 것 같았다. 인구 삼만명의 고즈넉한 섬 진도에서 피안의 세계를 느끼며 맑고 청량한 가을 하늘도 너와 나의 여행길 친구가 되었다. 낚시꾼들의 숭어잡이에 환호를 보내면서 발길은 운림산방에 닿았다. 추사 김정희의 극찬과 헌종의 애호를 받은 소치 허련은 진도에서 태어나 정식 교육을 받지 않음에도 천재적인 소질로 후대에 훌륭한 작품을 많이 남겼다. 또한 이곳은 유배문화가 발달 된 곳이라고 했다. 글과 그림으로 어려운 시절을 견디며 고통을 승화시킨 작품이 많다고 한다. 조상들의 지혜는 남달랐다. 유배의 고통을 이기지 못해 극단적인 선택을 했거나 방탕한 생활로 이어졌다면 후손들에게 무엇을 물려줄 수 있었을까?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가 배워야 할 지혜라고 생각하며 자연 수목원의 자작나무 숲에서 맑은 공기를 들이켜 보았다. 쭉쭉 뻗은 나무는 해풍을 맞아서인지 우람하고 울창한 광경이 무척 인상 깊었다. 산과 바다가 어울어진 섬이라서 남자들이 뱃일을 많이 하지 않고도 생활 할 수 있었다고 한다. 곳곳마다 어울어지는 국악의 향기도 이런 연유로 발달한 것 같다. 청량한 가을의 향취가 여행의 맛을 북돋아 주는 듯 하더니 어느새 비바람이 몰아칠 것 같은 어두운 구름이 몰려왔다. 유명 영화배우 오드리햅 번의 아들이 기증한 땅 기억의 숲에서 물 속으로 사라진 아이들이 은행나무로 하나하나 자라고 있는 광경이 잊혀지지 않는다. 햇살에 반짝이는 물결 위에 추억 한 점, 출렁이는 파도 위에 편지 한 장 실어 놓고 길을 떠난다. 역사의 고장 이 곳 진도의 하루가 저물어 가고 있었다.
첫댓글 여유 있는 삶 좋습니다 우리가 수고한 삶인 만큼 스스로 보상해주어야 합니다
잘 지내시지요
요즘 남도에서 긴 여행을 하면서 스스로에게 보상중입니다.
@신영희
직접 가서 보는 듯 글에서 현장의 생생함이 느껴집니다 잘 읽었습니다 ^^
감사합니다.
여행은 삶의 청량제 인 것 같아요.
@신영희
덕분에 함께 진도를 느껴봅니다
언젠가 저도 꼭 한 번 가보고 싶은 섬입니다
그냥 여행하는 것으로 그치지 않고 한 편의 글을 남기시니 더욱 의미 있는 여행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이순신 장군의 얼이 서려 있는 곳이군요
잘 감상하였습니다^^
진도를 자세히
알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진도 팽목항 지명을
보면 울컥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