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에서 보내온 편지
어머니
수학여행 간다고
지난밤 한잠도 못 이루고
어머님 곁을 떠나던 날
처음 타 본 제주도 가는 세월호 뱃속에서
고생하시는 어머님 모습이 떠올랐습니다.
어머니
수학여행을 다녀와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운동도 꾸준히 하고
집안일도 더욱 잘하고
어머님 말씀에 순종하도록 하겠습니다.
어머니
배 안은 어머님 품처럼
포근하고 안온합니다.
그런데 갑자기 선체가 흔들립니다.
방송이 나오고 있어요.
「움직이지 말고 가만있으라. 」고 합니다.
어머니
배안에 배낭이며 물건들이
제멋대로 뒹굴고 있어요.
웅성거리며 아우성이 요란해요.
서로 부둥켜 앉고 살려달라고
「하느님, 부처님, 신령님」을 부르면서
어머님보다 더 가까이 계시는
어머니
공포에 떨면서도
살아보려고 발버둥을 쳐 봐도
살려달라고 불러보아도
아무도 대답 없는
널 부러진 친구들 옥체 속에서
아무것도 모르고
어머님과 그분들만을 원망해 봅니다.
야속하다고
어머니
저는 아무것도 모릅니다.
그저 움직이지 말고
조용히 기다리라고 하여
그렇게 기다린 죄밖에 없습니다.
어머니, 저 성난 맹골만 분노의 파도에
이제 갈기갈기 찢긴
내 영혼이나마 달래 주시기 바랍니다.
어머니
너무나 억울하옵니다.
피어 보지도 못한 내 영혼의 꽃
하늘나라에서 피우도록 기도해 주세요.
다시는 이런 슬픔이,
이런 통곡이, 이런 이별이 없도록
우리들은 가슴에 안고 떠나갑니다.
어머니
이제 울지 마세요.
슬퍼하지도 마세요.
우리는 억울하다는 말도 못 하고
조용히 떠나가는데
왜 세상은 이렇게도 시끄럽고 말이 많은지요.
다시는 이런 비극, 참사가 없기를 빌면서
이제 대한민국을 위해 미래로 가세요.
부디 우리를 잊지 말고 기억하면서
- 김석인
흐르는 곡...
I am a thousand winds(나는 천개의 바람) - Hayley Westenra
I am a thousand winds(나는 천개의 바람) - 임형주
첫댓글 김석인시인님이 고맙다고 전해달라고 하시네요 가을색이 짙어져가고 있군요
감사합니다